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2분기 성장률 0.7%] 내수·수출 부진에 수입도 -2.6%...'저성장' 고착화하나

설비투자 -6.6% 2년3개월래 최악

건설투자 -1.3% 6개월만에 최저

민간·정부소비도 각 0.3% 증가 그쳐

반도체 의존한 수출은 0%대 성장

미래 불확실에 기업들 투자 줄여

내수 살릴 구조개혁에 힘 써야

26일 서울 강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일거리를 찾지 못한 건설중장비 차량들이 멈춰서 있다. /연합뉴스




2·4분기 0.7%(전기 대비) 성장은 숫자 그 자체로는 ‘양호’한 편에 속한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잠재성장률(2.8~2.9%) 달성에 부합하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 2.9%도 정부와 한국은행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2.9%)와 일치한다.

하지만 속을 뜯어보면 전혀 다르다. 경제성장의 3축인 소비·투자·수출에 모두 ‘빨간불’이 들어왔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해 사실상 성장이 꺾였지만 성장의 마이너스 요인인 수입이 감소한 탓에 0.7%라는 양호한 숫자가 나온 것이다. 전형적인 ‘불황형 성장’인 셈이다.

◇부진의 늪에 빠진 ‘내수’=1·4분기 성장을 주도한 민간소비 증가세가 둔화했다. 2·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 0.3%(전기 대비)는 2016년 4·4분기(0.3%) 이후 1년 반 만에 최저 수준이다. 1·4분기에는 미세먼지로 인해 공기청정기 구입이 증가하면서 내구재 중심으로 소비가 늘었지만 2·4분기에는 이런 특이요인까지 사라지면서 내수가 고꾸라진 것이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에도 불구하고 정부소비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1·4분기에 돈을 쏟아부은 데 따른 기저효과 탓이다.

1·4분기 3.4%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던 설비투자 증가율은 -6.6%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2016년 1·4분기(-7.1%) 이후 9분기 만에 최저치다. 설비투자가 부진한 것은 기업들이 향후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우리의 성장동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건설투자 증가율도 1·4분기 1.8%에서 2·4분기 -1.3%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비 증가가 둔화되고 투자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우리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심각한 내수 불황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고용사정이 쇼크 수준이어서 향후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2·4분기 수출은 반도체와 석유제품을 중심으로 0.8% 증가해 1·4분기(4.4%)보다 크게 둔화됐다. 반도체 호황과 국제유가 상승 효과를 제외하면 사실상의 마이너스 성장인 셈이다.





◇소비·투자 줄어 ‘수입 감소’…전형적 불황 징후=내수와 수출이 고꾸라졌는데도 양호한 성장률이 나온 것은 수입이 2.6% 감소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기업들이 투자를 중단하면서 투자의 원천인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이 줄어든 것이다. 주 실장은 “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용 설비 수입이 크게 줄었다”며 “기업들이 자본재인 제조용 설비를 도입해 투자를 늘려야 생산이 늘어나고 고용도 늘어나는데 이런 선순환 구조가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0.7%라는 그럭저럭 괜찮은 숫자가 나온 것은 그만큼 투자에 필요한 수입이 줄었다는 것으로 오히려 경기침체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투자·수출 부진이 수입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기업의 성장동력 감소와 고용둔화를 초래하는 악순환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성장 동력 사라져…2.9% 성장 낙관 못 해=한국은행은 올해 정부의 성장률 목표치인 2.9%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우리 경제는 잠재성장률 수준(2.8~2.9%)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3·4분기와 4·4분기에 0.82∼0.94% 성장률을 기록한다면 2.9% 성장은 달성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해석은 정반대다.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악재가 여전한데다 고용부진과 소비자 체감경기 악화 등 경기침체 신호가 곳곳에서 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반도체 경기마저 둔화 국면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판단해 투자를 줄인 것이 가장 치명적”이라며 “성장세가 꺾인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반도체 부문 투자가 둔화되니 전체 투자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했는데 이는 반도체에 치중된 불균형 성장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규제개혁과 혁신성장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성장률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능현·서민준기자 nhkimch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