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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제작사 편의만 봐주는 자동차 리콜제도에 운전자들은 ‘불안’

올들어 31대 불탄 BMW...국토부 사상 초유 '운행자제' 당부
한국은 봉?...사고 나도, 배상 인색해도 자발적 리콜이면 면피

[뒷북경제]제작사 편의만 봐주는 자동차 리콜제도에 운전자들은 ‘불안’

국토교통부가 올해 들어서만 31건의 화재 사고가 발생한 BMW 차량에 대해 운행 자제를 당부했습니다. 정부가 특정 차종에 대해 운행 자제를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리콜 대상 차량은 화재 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520d를 포함해 총 42개 차종, 10만6,317대입니다. 상당한 규모죠. 사고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차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BMW코리아가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자동차 제작사가 ‘자발적 리콜’을 하겠다고 하면 제작사에 강력한 제재 조치를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리콜 제도에 허점이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 소비자들을 해외 소비자와 차별적 대우를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번 BMW 리콜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 자동차 리콜 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뒷북경제]제작사 편의만 봐주는 자동차 리콜제도에 운전자들은 ‘불안’

◇미국서는 배선 결함으로 리콜했는데...BMW 말만 믿는 국토교통부=BMW 차량 화재사고가 발생해 대규모 리콜이 이뤄진 미국의 경우 그 원인을 배선 결함으로 봤습니다. BMW코리아가 주장하는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결함과 다르게 본 것이죠. 그럼에도 국토부는 BMW의 주장만 믿고 EGR 교체로 사태를 마무리 지으려 하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관련 기술 자료도 지난 3일에서야 받았습니다. 국토부가 BMW 차량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허용한 게 지난달 26일이니까 근거 자료도 보지 않고 자발적 리콜부터 허가한 셈입니다. 이 자료에 대한 공개도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영업 비밀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소프트웨어 결함 의혹도 제기되는 데 국토부가 이를 포함해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립니다. 국토부는 처음에는 10개월이 걸린다고 했다가 문제가 확산되자 최대한 빨리 하겠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근본적으로 국토부가 자체적으로 자동차 결함을 밝혀내는 능력이 부족해 제작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사후 대처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토부와 BMW코리아는 무상 렌터카를 제공해주겠다고 하지만 이는 긴급 안전 점검이 끝나는 이달 14일까지만입니다. 이마저도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대차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EGR 결함 이외 다른 결함 의혹도 불거지는 상황이라 그 이후의 대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BMW 차주 13명은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에 BMW코리아와 딜러사 5곳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차량이 완전히 수리될 때까지 운행할 수 없고 리콜이 이뤄지더라도 화재 위험이 완전히 제거될 수 없어 잔존 사용기한의 사용이익을 상실했다”고 밝혔습니다. BMW코리아가 지목한 원인이 해소되더라도 불안하다는 것입니다. 현재 일부 로펌에서 인터넷 카페를 통해 집단소송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어 소송 규모는 1,000명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태가 확산 되자 국토부는 BMW 차량의 사고 원인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손병석 국토부 1차관은 지난 3일 운행 자제를 당부하면서 “관련 기관과 민간 전문가를 다 참여시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규명하겠다”며 “이 과정에서 발견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볼 일입니다.

[뒷북경제]제작사 편의만 봐주는 자동차 리콜제도에 운전자들은 ‘불안’
2일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홍호리 영동고속도로 강릉방면 104km 지점에서 최모(29·여)씨가 몰던 BMW 520d 승용차에 불이 나 소방대원이 진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력 제재 못하는 국토부...한국 소비자만 차별 대우하는 수입차 업체=이번 BMW 사태로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 소비자만 차별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또다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BMW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2016년9월 수입차 업체들은 이른바 ‘죽음의 에어백’으로 불리는 다카타 에어백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리콜 이행은 2년이 지난 이제야 시행되는 경우가 많죠. 뒤늦게 리콜을 결정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나 GM의 경우는 리콜 계획서만 내놓고 실제 리콜은 깜깜 무소식입니다. 중국 등에서 적극적으로 리콜 조치를 해주는 것과 상반되는 행태죠.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업체들이 리콜 부품을 조달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작사가 부품 조달을 해야 한다고 실제 리콜을 미룬다면 국토부로서는 그 어떤 조치도 어렵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상 규모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디젤게이트’ 사건으로 폭스바겐은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100만원짜리 쿠폰을 제공했습니다. 반면 미국에선 피해 고객에게 17조원이 넘는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특히 폭스바겐은 ‘굿윌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아우디폭스바겐 채널에서 사용할 수 있는 500달러 상당의 카드와 500달러 상당의 현금카드도 지급했습니다. 여기에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따라 미국에서는 소비자 1인당 최대 1,150만원(1만 달러), 캐나다에서도 1인당 최대 530만원(5,950 캐나다달러) 등 막대한 현금 보상이 추가로 이뤄졌습니다. 법 체계에 따라 소비자들이 받는 보상의 차이가 상당한 것이죠.

‘꼼수’ 영업도 있습니다. 아우디폭스바겐은 또 최근 아우디 A3와 폭스바겐 파사트를 대폭 할인해 각각 2,300만원대, 2,000만원 후반대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모두 각 회사의 고금리 파이낸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사실은 제대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알려진 할인 폭보다 실제 구매 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가격은 훨씬 높다는 얘기입니다. 국내에서는 이런 불공정 행위도 제대로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해당 파이낸셜 서비스 업체가 국내 시장에서 독점적 사업자가 아니라 처벌을 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뒷북경제]제작사 편의만 봐주는 자동차 리콜제도에 운전자들은 ‘불안’

◇“리콜 제도 강화해야” 목소리 커져=지난해 국토부는 사상 최초로 현대·기아차에 강제 리콜을 명령했습니다. 다만 국토부가 수입차 업계에 강제 리콜을 실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들의 경우 국내에는 생산 설비 자체가 없는데다 본사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은 후 검증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국내 업계만 국토부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때문에 근본적으로 제작사에만 의존하는 리콜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사고 제작사에 강력한 조치는 취하지 못하고 자발적 리콜만 종용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차량 결함 증거를 정부가 밝혀내지 못하니 제재는 못하고, 제작사에 계속해서 자발적으로 조치하라고 하는 게 현실입니다. 현행법상 늑장 리콜은 과징금, 리콜을 은폐할 경우 검찰 고발까지 가능하긴 합니다. 하지만 실제 늑장 리콜로 제재를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은폐 의혹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한 경우는 지난해 현대·기아차가 유일합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강력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도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정부가 차량 결함 조사 역량을 끌어올려야 제작사들에 끌려다니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제작사가 아닌 소비자 중심으로 리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리콜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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