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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조선소 곳곳 한국인...韓 구조조정 틈 타 인력 빼가는 中·日

"일본서 사람 뽑는다더라" 조선업 종사자들 무더기 이탈

"연봉 2~3배 더" 중국은 車·디스플레이에 노골적 러브콜

경쟁국 공격에 한국 주력산업 재기불능 상황 빠질수도

경남 창원시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에 육상건조장에서 건조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이 일감절벽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일부 노동자들은 일본 진출을 고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거제의 STX조선해양 협력사에 근무하던 A씨는 지난해 일본의 한 조선소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2016년 STX조선의 법정관리행(行)으로 협력사가 줄도산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A씨는 ‘일본 조선소에서 사람을 뽑는다’는 얘기를 듣자 주저하지 않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조선소에 한국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 깜짝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중국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급과잉으로 위기에 놓인 국내 디스플레이 관련 업종 종사자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국내의 한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는 주요 인력들과 최고경영자(CEO) 간 정기 간담회까지 열 정도로 인력 유출에 비상이 걸렸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는 흉흉한 상황에서 중국 업체가 연봉을 2~3배 올려주고 처우도 보장해준다며 이직 제의를 하면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일본·중국 등 이웃 경쟁국들이 위기에 처한 우리 주력 산업에 침투하고 있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의 구조조정 시기를 우수 인재를 쓸어갈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첨단 제조 산업의 핵심은 결국 사람인데, 사람을 다 빼앗기고 나면 나중에 부활할 기회조차 갖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세 역전’ 韓日 조선업=일본은 1970~1980년대 전 세계 조선업을 이끌었던 조선 강국이다. 한때 시장 점유율은 50%, 근로자만도 16만여명에 달했다. 하지만 한국에 주도권을 내주면서 두 차례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경험했다. 인력은 5만명, 점유율은 8%까지 내려앉았다. 이때 핵심 인력 양성도 멈추면서 조선 산업의 ‘맥’이 끊겨버렸다.

조선 업계는 일본의 구애를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업황이 반등하는 시기에 국내 조선업의 부활을 견인할 숙련된 인력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본의 조선 산업이 핵심 인력 유출로 퇴보했던 전철을 우리도 밟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20%대)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인원을 10만명으로 보고 있는데 주요 조선소가 하반기에도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어 올해는 10만명을 밑돌 것”이라며 “인력이 아예 해외로 나가버리면 반등하는 시기에 인력 수급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기술 경쟁력 약화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조선업의 경우 설계와 연구개발(R&D)을 맡는 엔지니어는 통상 10년 이상, 배관은 5~10년, 취부는 3~5년, 용접은 2~3년 근무해야 숙련인력이 돼 생산성이 높아진다. 업황이 반등하더라도 숙련공을 확보하지 못하면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일본이나 중국 같은 경쟁국과의 수주전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위기에 놓인 차·디스플레이 업종도 타깃=일본이 국내 조선 업계의 유휴인력을 손쉽게 흡수하는 형태라면 중국이 디스플레이·자동차 업종 종사자에게 보내는 러브콜은 노골적이고 치밀하다.

삼성디스플레이 퇴직자 B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B씨는 삼성디스플레이를 퇴직한 후 중국 업체에 취직했는데 알고 보니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인 BOE의 협력사였다. ‘동종 업계 이직 금지’라는 취업규칙 위반을 피하기 위해 협력사에 취업시켜 사실상 눈가림을 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종 업계 취업 금지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중국으로 건너가 숨어버리면 막을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BOE에는 국내 패널 업체 출신 엔지니어들이 상당수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중국으로의 인재 유출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주로 30~40대의 젊은 인재가 스카우트 대상이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품질·생산기술·제품개발·파워트레인 분야의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이 집중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어려움을 겪었던 한국GM·쌍용차·르노삼성차 인재들 가운데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 중국 업체에 취직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2013년께부터 로컬 자동차 브랜드를 집중 육성했지만 아직 기술력이나 디자인 실력이 크게 부족한 게 사실”이라면서 “중국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한국 인재들에게 오퍼를 넣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맹준호·한재영·김우보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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