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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바넘’ 박건형, “믿느냐 마느냐의 싸움..이왕이면 웃는 일이 많길”

최초의 사기꾼? “믿느냐 마느냐의 싸움”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진심’으로 무대에 서요”

“주름의 이유가 분명한 배우로 나이 들고 싶어”

“영국 NT씨어터의 ‘워 호스’에서 보면 말 인형이 나오는데, 이 말 인형을 사람 세 명이 움직이면서 보여주잖아요. 처음엔 사람이 보이다가 어느 순간 진짜 말이 보이더라고요. ‘바넘: 위대한 쇼맨’ 공연을 통해 그런 순간을 경험하게 해드리고 싶어요.“

“배우로서 최고치를 하고 싶죠” 뮤지컬 ‘바넘: 위대한 쇼맨’(연출 구스타보 자작, 이하 ‘바넘’) 주인공으로 무대에 선 배우 박건형의 진짜 각오다.

‘진지’와 ‘열정’으로 뭉친 배우 박건형은 “바넘이란 인물의 미화가 아니라 삶의 과정을 가지고 가고자 했다. ”며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마술쇼가 거짓말인 것을 알지라도, 믿고 재밌게 볼 수 있느냐의 선택 여부이다”고 말했다.

/사진=양문숙 기자




뮤지컬 ‘바넘’은 미국 쇼비즈니스 개척자인 P T 바넘(1810∼1891)의 생애를 다뤘다. 바넘은 노이즈 마케팅과 크라우드 펀딩 개념을 최초로 시도한 PR계의 대부로 잘 알려졌다. 작품은 서커스를 지상 최대의 엔터테인먼트로 만들어 낸 인물의 일대기를 담았다.

그간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인터뷰’, ‘모래시계’ , 연극 ‘택시 드리벌’등 속에서 다소 진지한 캐릭터로 관객을 만나온 박건형은 오랜만에 쇼 뮤지컬로 돌아왔다. 2004년 뮤지컬 ‘고고비치’ 이후 약 14년만이다.

무엇보다 박건형은 “저도 유준상 선배님 못지않은 너스레 세포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 세포들이 죽어가던 차에 즐거운 쇼뮤지컬을 하고 싶었다”며 ‘바넘’이 쇼 뮤지컬인 점이 작품 선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연기 노선에 변화를 꿈꾸던 중에 들어온 작품이고 즐거운 쇼 뮤지컬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선택하게 됐어요. 스몰 라이선스여서 수정, 보완이 가능하다는 점도 끌렸습니다.”

그렇기에 “바넘을 둘러싼 호불호의 무게감에 짓눌리긴 싫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대중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쇼맨을 자신의 생업으로 삼은 남자 ‘바넘’으로 돌아온 배우 박건형은 바넘에 대한 미화 부분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선, “ 판단은 관객의 몫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사진=메이커스 프로덕션, 킹앤아이컴퍼니




“저는 최대한 공연의 특성과 바넘이 살아왔던 일대기 중 팩트를 가지고 이야기하려고 했어요. 바넘이란 사람 자체만 보자면, 이 사람은 돈을 벌려고 했던 사람이에요. 남들을 즐겁게 해주는 일을 찾아서, 그렇게 돈을 벌려고 했어요. 여전히 논란이 많은 인물이어서 안 좋게 보는 분들도 있다는 걸 알아요. 반면 바넘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바넘이 얼마나 멋진데, 이것보다 훨씬 더 멋지다고.’ 반문할 수도 있어요. 그럴 수도 있다는 거죠. 결국, 믿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거 같아요. ”

작품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거짓과 진실은 중요치 않아. 믿느냐 마느냐의 싸움’이란 가사가 바넘의 마인드를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바넘은 그런 인물이다. 믿든 안 믿든 관객을 속이겠다고 하면서 그 선택은 관객의 몫이라고 보고 있어요. 바넘이라는 인물에 대한 다큐멘터리라면 다르겠지만 저희 작품은 뮤지컬입니다.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가 순식간에 기차를 없애고 자유의 여신상을 없앤다고 그게 진짜로 없어졌다고 믿지는 않잖아요. 그냥 그 자체로 잠시 행복한 것처럼, 내가 분간할 줄 안다면 괜찮죠. 그런 정도라고 생각해요. 이 사람도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놀라움을 주고 싶었던 것이 이후에 무리수를 쓰면서 논란이 시작된 건데, 그렇다고 논란을 어찌 해보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작품 자체로 관객들이 느껴주시면 좋겠습니다.“

현재 바넘 역할에 배우 유준상, 김준현이 박건형과 함께 트리플 캐스트로 번걸아 가며 무대에 오르고 있다. 박건형은 다소 유쾌하고 능청스러운 바넘의 매력을 십분 살려냈다. ‘웃기기 위한’ 유쾌함이 아닌 관객과 배우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자 함이다.



“능청스러움과 뻔뻔함을 조금 더 잘 살리려고 노력 중입니다. 약간의 뻔뻔함 그런 것들을 관객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변하고자 신경 쓰고 있어요. 원래 코미디 연기를 할 때 웃음을 굉장히 경계하는 편이에요. 웃음이라는 것이 슬랩스틱이 아니잖아요. 무대 위에서 철저한 계산 하에 이루어지고 정교한 합에 의해 만들어지는 거여서, 드라마의 개연성은 물론이고 그 상황에 맞게 웃길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박건형의 철저한 노력은 무대를 빛나게 하고 있다. 한 장면의 재미가 아닌, 작품 전체의 공기에 유쾌함과 즐거움을 불어넣겠다는 마음가짐 때문이다.





“관객이 어느 순간 웃었다고 제가 잘했다고 판단하거나, 조금 반응할거라 예상했는데 많이 웃는다고 해서 잘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정적에 휩싸인 순간 배우의 포즈, 쉴 새 없는 음악의 템포까지 모든 게 조화를 이뤄야 뮤지컬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할 수 있잖아요. 장면 장면의 합이 평균 이상으로 올라가서, 다 같이 계속 웃으면서 즐거울 수 있게 하려는 건 있죠. 공연이라는 게 어쨌든 배우와 관객이 같이 시간을 보내는 거잖아요. 이왕이면 웃는 일이 더 많았으면 해요. 그래서 진심을 다해 무대에 오릅니다. ”

2001년 뮤지컬 ‘ 더 플레이’로 데뷔해 어느 덧 배우 18년차 배우가 된 박건형. 40대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주름의 이유가 분명한 배우로 나이 들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배우로서 나이 먹는 것에 대해 방부제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무작정 젊게 보이고 싶은 욕심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 이제 40대가 되니까 제 얼굴을 잘 만들어가고 싶은 소망이 생겨요. 늙어가는 모습 자체가 멋있는 배우들이 많잖아요. 사실 ‘몇 살처럼 보여요?’란 질문을 해본 적이 없어요. 나이를 오픈해 놓고 사는 사람이잖아요. 배우로서 나이 먹는 것에 대해선...무작정 나이 먹어서 젊음을 유지하고 싶다는 게 아닌, 나이 먹는 과정을 잘 만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생활인 박건형으로서는 성장하는 동안에는 조금 더 격하게 놀아줄 수 있는 체력도 유지해야겠죠. ”

인터뷰 내내 객관적으로 공연을 분석한 박건형은 예술가의 마인드와 논리적인 연출가의 마인드가 함께 숨 쉬고 있는 배우였다. “제가 논리적인 사람인지 몰랐어요”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지만, 그는 어떤 통로가 됐든 대중과의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배우이기에 말 한마디, 연기 한 장면 모두 허투루 할 수 없음을 엿보게 했다.

“무대 위에서도 그렇지만, 이렇게 인터뷰하는 자리 역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거잖아요. 아무래도 감상적이거나, 주관적이고 느낌적인 부분은 관객의 몫이에요. 전 최대한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이야기해줘야 해요. 제가 지금 이야기한 것들이 경험한 작업과정인거잖아요. ‘우리 공연 너무 좋아요’ 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만든 과정에 대해서 감상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건. 관객의 몫을 빼앗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럽습니다.”

“저에겐 매일이 첫 공연이고 마지막 공연입니다.공연을 보러 온다는 건 2시간 반 동안 배우랑 관객이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인데, 배우로서 무대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영국 NT씨어터의 ‘워 호스’에서 보면 말 인형이 나오는데, 이 말 인형을 사람 세 명의 사람이 움직이면서 보여주잖아요. 처음엔 사람이 보이다가 어느 순간 진짜 말이 보이잖아요. 그런 행복한 경험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뮤지컬 ‘바넘’은 10월 28일까지 서울시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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