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Science&Market] 독성물질 안전사회와 '대체시험법'

최진희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

화학물질 '독성평가' 필수 시대

유독성 물질 선별단계부터 활용

점차적으로 적용범위 넓혀가야





세계적으로 동물실험의 유효성과 윤리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며 불필요한 동물실험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13년부터 화장품 개발 과정에 동물시험을 금지했으며 ‘신화학물질관리제도’에서 규제하는 화학물질의 독성평가에서도 가능한 한 동물실험을 지양하고 세포시험이나 컴퓨터 예측 방법과 같은 첨단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대체시험법을 활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2016년에 개정된 미국의 ‘독성물질관리법’에서도 첨단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독성 예측 기법으로 동물실험 최소화를 권장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첨단 테크놀로지를 화학물질 독성평가에 활용하기 위한 ‘분자스크리닝 및 독성유전체 전문가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세계적으로 대체시험법 개발 열기가 매우 뜨겁다. 미국은 2007년에 독성평가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하고 주요 연방규제기관들이 연합한 21세기 독성평가인 Tox21 협동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Tox21은 전통적인 동물실험을 이용한 독성평가를 세포시험법으로 전환하고 로봇을 활용한 고속 대량 스크리닝을 통해 약 1만종의 화학물질에 대해 세포 독성 빅데이터를 생산했다. 이를 활용해 미국 환경청에서는 화학물질의 독성 예보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독성 예측 기법 개발도 매우 활발하다.

7월 이 분야에서 매우 인상적인 연구가 발표됐다. EU에서 규제하고 있는 화학물질 만종의 동물실험 독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화학물질의 특성과 독성의 상관성을 분석하고 이 관계를 머신러닝으로 학습시켜 독성 예측 모델을 구축한 연구였다. 화학물질 구조와 독성의 상관성 예측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이 연구는 곧바로 과학잡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소프트웨어 독성 테스트’ ‘디지털 화학물질 테스트’ 등의 제목으로 소개되며 인공지능이 독성평가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시대가 곧 도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런데 아무리 이런 첨단기술을 이용한 대체시험법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대체시험법의 신뢰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동물실험을 해도 사람과 동물이 달라서 사고가 나는데 동물실험마저 안 하고 세포실험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독성을 예측한다는 개념 자체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것이다. 매우 타당한 우려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화학물질 규제가 강화돼 이제는 지금까지 그냥 사용해왔던 수많은 화학물질에 대해 독성평가를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수많은 화학물질에 대해 모든 종류의 동물실험을 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동물윤리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꼭 동물실험을 해야 하는 독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화학물질을 선별해주는 과학적인 방법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선별 과정에 대체시험법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를 때 무작정 손에 잡히는 일을 먼저 하는 것이 아니라 차분히 따져봐서 우선순위를 매겨 중요한 일부터 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과 같은 이치이다.



대체시험법 개발과 활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우리나라도 지난해에 개정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 화학물질의 독성자료 생산 시 동물실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시험법을 개발하고 활용하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그러니 이제 우리나라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첨단 바이오 테크놀로지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대체시험법 개발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개발된 대체시험법은 반드시 철저한 과학적 검증을 거쳐 동물실험이 필요한 화학물질의 우선순위를 선정하는 과정부터 조심스럽게 활용해 단계적으로 범위를 넓혀나가는 신중한 접근법을 견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She is..

최진희 교수는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에서 환경오믹스 기반 유해 화학물질의 독성 메커니즘 규명과 이를 활용한 독성 발현 경로 개발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서울대 생물학과와 환경대학원을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11대에서 환경독성학으로 박사를 땄고 서울대 의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DNA 손상과 관련한 독성 메커니즘을 연구했다. 2016년 초 학술·금융·비즈니스 정보를 다루는 톰슨로이터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 상위 1%에 포함됐고 그해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올해의 여성 과학기술자상’을 공동수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