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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뉴로 트라이브]'나만의 우주'에 살던 자폐인, 어떻게 세상을 바꿨나

■스티브 실버만 지음, 알마 펴냄

자폐증, 1943년 학계 보고 이후

치유 불가능 장애 취급받았지만

노벨상 수상 물리학자 폴 디랙 등

인류 발전 이끈 자폐인들 많아

"교육 통해 사회 기여할 수 있어"





여기 두 사람이 있다. 타인과의 교감능력이 거세됐지만 그는 자신만의 우주 속에 살고 있다. 그가 속한 우주는 숫자만으로, 혹은 그림으로, 아니면 악기만으로 구성된 곳이다. 한 가지 독특한 점이라면 그의 우주에 타인은 없다. 그는 단독으로 세상을 산다.

또 다른 이는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외롭기 싫어서 타인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그는 인파 속에서도 하나의 섬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타인이 사라지면 그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홀로 설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더불어 ‘잘 살기’를 바라는 이 사회의 기준에서 보자면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지만 양 쪽에 들이대는 사람들의 시선은 철저히 다르다.

전자는 흔히 자폐라 불리는데 뉘앙스는 매우 부정적이다. 더 큰 차이는 치유의 가능성이다. 자폐는 일종의 선천적 질환으로 인식돼 치유가 불가능하다고 인식된다. 반면 후자는 심리상담이나 치료를 통해 자존감을 함양해 ‘정상인’의 범주에 언제든지 편입될 수 있다고 본다.

저널리스트인 스티브 실버만이 쓴 뉴로트라이브는 자폐증 역사의 기록이다. 올리버 색스가 서문에서 “자폐증에 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밝혔듯 이 책은 자폐증을 둘러싼 오해를 벗겨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자폐증이 인류사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까지 추적한다.



1943년 미국의 소아정신과 전문의 레오 카너가 자폐증을 학계에 공식적으로 보고한 이래 자폐증은 부정의 온상처럼 인식돼왔다. 카너는 자폐증은 매우 드문 질병이며 호전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특히 자폐증이 부모들의 잘못된 양육법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며 자폐아를 둔 가정에 비극의 씨앗을 뿌렸다.

자폐인이면서 뛰어난 기억력에 의존해 도시 풍경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한 영국인 화가 스티븐 윌트셔가 멕시코시티의 전경을 그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런데 이에 앞서 자폐증에 주목한 이가 있었다. 독일의 소아과 의사인 한스 아스퍼거는 정교한 언어를 구사하고 과학과 수학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유했지만 사회적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들을 연구했다. 아스퍼거는 카너와 달리 자폐증의 긍정적인 면에 관심을 기울였는데 그는 교육을 통해 자폐인들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실제로 많은 자폐인들이 인류역사에서 자신만의 성을 쌓아왔다. 현대 과학의 기초를 놓았던 헨리 캐번디시, 노벨상을 수상한 이론물리학자 폴 디랙, 공상과학소설 장르를 개척한 휴고 건즈백, 인공지능과 네트워크 컴퓨팅 개발에 결정적 기여를 한 존 매카시 등은 사회적 편견 속에서도 세상에 기여했다.

저자는 자폐증의 잃어버린 역사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때 동원되는 개념이 신경다양성이다. 흥미롭게도 신경다양성은 민주주의 기본원리와 맥이 닿아 있다. 다원주의, 즉 이질적 속성은 그 자체로 악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세계에 기여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 모두는 각자의 분야에서 부분적으로 자폐이며 자폐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세계는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3만6,000원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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