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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취미공유 넘어 사회 변혁 온라인 커뮤니티의 진화

디시·루리웹·인벤·일베·오유 등

최다방문 순위 50위 내 영향력 확대

취미·정보교류서 사회 문제 고발

정치색깔 이념 짙은 '작은사회'로

극단세력 인한 남·여혐 등 부작용도





게임 관련 국내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루리웹’에는 올해 초 자신의 집과 수집품·차, 직업 관련 사진까지 모두 찍어 올린 게시물이 화제가 됐다. 본인 이름과 얼굴만 공개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신상’을 모두 내보였다. 그는 지금껏 취미로 모아온 게임기·게임CD·만화책·프라모델 등을 공개하면서 “매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자신의 직업을 공개하고 모형 제작 등 전문 작업 과정을 올리는 등 ‘인증’에 동참하는 회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나의 커뮤니티 활동 경험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단순 취미나 정보 등을 위해 마련됐던 온라인 사이트들이 사회적 연결성을 갖춘 커뮤니티로 발전하고 있다. 한때 음지의 문화처럼 여겨져 활동 공개를 꺼리던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도 이제는 자신의 주 활동 근거지를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

웹사이트 순위 집계 서비스 시밀러웹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한국 최다 방문 사이트 50위 내에 디시인사이드(7위), 루리웹(12위), 인벤(21위), 일베저장소(26위), FM코리아(28위), 뽐뿌(29위), 더쿠(30위), 클리앙(32위), 웃긴대학(39위), 오늘의유머(46위), 와이고수(50위) 등 온라인 커뮤니티만 11개가 포진했다. 디지털카메라(디시인사이드), 게임(루리웹), 온라인쇼핑(뽐뿌) 등 상당수가 특정 활동을 주제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이용자 폭도 10~20대 위주였던 과거와 달리 10~50대까지 다양해졌다.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어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느냐’는 개인의 중요한 속성 중 하나로 여겨질 정도다. 오늘의유머 회원인 이모(34)씨는 “가까운 친구들에게 어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지만 들어도 그 친구의 취향과 성향을 대체로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취미로 시작된 온라인커뮤니티들은 파급력이 커지면서 이제 각종 사회문제를 지적해 고발하는 데까지 진화하고 있다. 특히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만 명의 회원들이 ‘작은 사회’를 이루기 시작하면서 사이트별 정치이념도 뚜렷해지고 있다. 한 사이트 내에서 정치적 소수 분파가 출현하면 이들이 분리돼 좀 더 선명한 색깔을 가진 사이트를 만들어 활동하는 식이다. 각 커뮤니티의 기원을 하나씩 역으로 밟아 올라가면 4~5개의 ‘뿌리’ 커뮤니티가 나타난다. 일베를 비롯해 수많은 파생 커뮤니티를 만들어낸 디시인사이드가 대표적이다. 이들 커뮤니티가 만드는 ‘온라인 이념 지향도’는 대체로 진보적이다. 이념 선호 현상과 별개로 유명 정치인에 대한 지지성향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지지 성향과 가까운 커뮤니티를 주기적으로 찾아 관리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다만 이 같은 정치·이념 위주 활동이 커뮤니티의 주목적을 능가하는 수준에 이르면서 각종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극단주의 세력이 모인 ‘일베’ ‘워마드’ 같은 커뮤니티에는 각종 혐오적 표현과 범죄 암시 게시글들이 숱하게 올라온다. 실제로 경찰 수사로 이어진 경우도 드물지 않다. 최근에는 정치색과 무관하게 남성 위주의 커뮤니티와 여성 위주의 커뮤니티가 성(性)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며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는 모습도 보인다. 이런 분위기에서 최근 커뮤니티 사이에서는 지나친 정치색 발현을 경계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뭉치는 사회적 속성상 커뮤니티의 정치화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다만 긍정적인 문화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포용의 정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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