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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일자리 압박하는 정부] 예산 부족에 노사·노노갈등까지...강요된 公기관 정규직화 현주소

116곳이 정규직 전환 전무

"신규직원도 채용 못하는데

현실 고려없이 압박" 불만

고용노동부가 밝힌 공공 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비율은 지난 8월 기준으로 55%다. 중앙부처와 자치단체의 경우 정규직 전환 비율이 각각 81.1%, 71.6%로 준수한 성적표를 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사례가 전무한 기관이 공공 부문 1단계 전환 기관 853개소 중 116곳으로 나타나는 등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다.

공공 부문 중 전환율 최하위를 기록한 공공기관의 탓이 크다.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율은 41.4%에 그쳤다.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15만1,489명으로 전체 공공 부문 정규직 전환 대상인 41만5,602명의 약 30%에 해당한다. 지지부진한 정규직 전환 속도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파견용역직은 하청업체 등과 남은 계약기간이 끝나야만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며 “또 기획재정부 등과 기관 정원 협의를 마치지 못했거나 경쟁채용절차가 진행 중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목소리는 고용부의 설명과 다르다. 예산 부족을 호소하거나 노사 갈등, 기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노 갈등까지 벌어지면서 정규직 전환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신규 직원 채용도 하지 못하는 공공기관도 있다”며 “아무런 고려 없이 정규직 전환을 당장 실시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예산이 풍부한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와 달리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교육기관은 정규직 전환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자본잠식 상태인 석유공사는 큰 규모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전환 건수가 ‘0’에 그쳤다.

노사 갈등도 곳곳에서 불거져 나온다. 더 많은 비율로 정규직 전환을 해달라는 노조의 요구와 현실을 고려한 사측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출연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93명의 기간제 비정규직 근로자 중 면접을 통해 21명을 전환했다. 이에 노조는 사실상 23%에 불과한 전환율에 대해 정리해고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고 결국 사측은 탈락자 71명 중 이의 제기를 신청한 60명에 대해 재심의를 의결했다.





심지어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채용비리 의혹도 불거져나왔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감사 결과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불공정 혐의 등이 적발돼 DGIST 이사회에 손상혁 총장의 징계가 요구됐다. 전환 대상자에 대한 직무분석을 하지 않고 총장이 자의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립생태원도 7월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횡령한 의혹을 받고 있는 파견직 용역회사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비리는 노노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외부행사로 방문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대표적이다. 한국노총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는 인천공항공사 협력사의 비정규직 채용 과정에 수많은 부정 의혹이 있다며 정규직 전환 정책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업체에서 친인척이나 지인 등을 채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비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부적격’ 이미지를 덧칠한다”고 맞섰다.



문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법적인 문제에도 휘말렸다. 외부 용역업체 직원을 고용하기 위해 자회사를 설립하려고 했지만 자문 결과 법 위반 소지가 드러난 것이다. 공사는 설립 예정인 두 곳의 자회사 중 한 곳에 보안경비 업무와 교통관리, 환경미화 외부 용역직원들을 채용하려 했지만 경비업법에 따라 특수경비업 허가를 받지 못한다는 법무법인의 답변을 받았다. 특수경비업자가 수행할 수 있는 영업의 범위가 경비업법에 엄격히 제한돼 있어 또 다른 자회사를 설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윤영일 민주평화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의 상징성을 갖는 인천국제공항의 정규직 전환이 보여주기식으로 성급하게 추진되다 전면 재검토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세종=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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