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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임금격차 해소, 답을 찾아서]女 저임금 해결 팔걷은 뉴질랜드...요양보호사 연봉 370만원↑

<5회> 뉴질랜드의 역사적 실험, ‘업종간 남녀 임금격차 해소’

동일가치 노동·동일임금

다른 업종으로도 확대 적용

1.5조 규모 임금 인상 계획

보건종사자 등 대상도 늘려

막대한 재원·공정 평가 숙제

뉴질랜드는 현재 요양보호사 등 여성이 다수인 업종의 저임금을 개선하기 위해 ‘업종 간 남녀 임금격차 해소’라는 역사적인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뉴질랜드 남녀 임금차별 철폐 캠페인 ‘그녀를 바르게 대우하라(Treat Her Right!)’ 동영상의 한 장면.




뉴질랜드는 1893년 세계 최초로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나라다. 여성의 권리에 관해서는 그만큼 선구적이다. 그런 뉴질랜드에서 지금 또다시 여성의 권리와 관련한 역사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시작은 작았다. 뉴질랜드 최대의 도시 오클랜드 근방에 있는 테라노바요양원(Terranova Homes&Care). 크리스틴 바틀릿은 이곳에서 20년간 일한 요양보호사였다. 이곳은 다른 요양원처럼 종사자 대다수가 여성이었고 임금은 최저임금을 갓 벗어난 수준이었다. 물론 이 요양원의 남녀 종사자들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규정한 뉴질랜드의 양성임금평등법(equal pay act)에 따라 성별 격차가 없는 임금을 받았다.





하지만 바틀릿은 양성임금평등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양원의 임금 수준이 왜 이렇게 낮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특히 남성이 다수인 업종의 임금은 높은 반면 요양원처럼 여성이 다수인 업종의 임금이 낮은 점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노조의 지원을 받아 지난 2012년 정부 당국에 이의를 제기했다. 양성임금평등법에 규정된 동일노동 동일임금 규정에 의하면 여성이 다수인 업종의 임금이 낮고 남성이 다수인 업종의 임금이 높은 점 역시 성별 임금차별이라는 주장이었다. 즉 남녀평등임금이라는 것이 한 사업장에서의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equal pay for the same or similar work)뿐 아니라 다른 업종이라도 같은 가치의 노동이면 동일임금(equal pay for work of equal value)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후 수년간 테라노바요양원과 바틀릿을 대신한 노조(Service and Food Workers Union) 사이에 치열한 법적 다툼이 벌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뉴질랜드 대법원이 바틀릿의 손을 들어줬다. 남녀 근로자 간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한 사업장, 한 업종을 넘어 다른 업종 간 남녀 임금격차나 차별 해소로까지 확대되는 순간이었다. 뉴질랜드 정부는 이 같은 원칙을 임금형평원칙(pay equity principal)이라고 부르며 관련 후속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 이후 뉴질랜드 정부는 노조·사용자들과 협의를 거쳐 2017년 4월18일 요양보호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역사적인 임금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빌 잉글리시 뉴질랜드 총리는 직접 언론에 나와 향후 5년간 요양보호 종사자 5만5,000명을 대상으로 약 1조5,000억원 규모(20억뉴질랜드달러)의 임금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뉴질랜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임금 인상 계획으로 요양보호 종사자 1인당 매년 약 370만원(5,000뉴질랜드달러)의 임금 인상 효과가 있다. 구체적인 대상자들은 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요양원, 일반 가정 등의 요양보호 종사자들이다.



◇진보 성향 정부에서 더욱 가속화=이 합의는 여성이 다수인 업종의 임금이 차별적인 저임금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수정하기 위한 최초의 법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뉴질랜드 정부는 이 같은 임금 인상을 위한 재원으로 건강보험 상해보험(ACC LEVY)료 인상 등을 지목했다. 또한 요양원 요금이 오를 수도 있다고 밝혔다. 2017년 4월 요양보호 종사자 임금 인상 계획 발표 당시 잉글리시 총리는 “요양보호 종사자들은 ‘특별한 경우’라며 다른 업종이 임금형평원칙에 따라 임금을 올리기 위해서는 기준(hurdle)이 매우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17년 10월, 보수 성향 국민당 정부가 9년 만에 무너지고 진보 성향의 노동당 중심 연립정부가 들어선 후 임금형평원칙 적용은 더욱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아인 리 갤러웨이 고용안전부 장관은 올해 3월 “전임 정부가 임금형평원칙에 따라 여성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기준을 너무 높이는 입법안을 내놓았다”며 “그러나 우리는 여성들이 보다 정당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연구그룹을 다시 출범시켰다”고 말했다. 기준을 정하겠다는 의미다. 진보 성향의 노동당 연립정부는 또한 요양보호사들의 대대적인 임금 인상 프로그램 대상에 정신건강 및 중독치료 보조노동자도 포함했다. 데이비드 클라크 보건부 장관은 올 7월 정신건강 및 중독치료 보조노동자 5,000여명도 요양보호사들의 임금 인상 계획에 동참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공정한 평가 여부가 관건=임금형평원칙이 적용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어떤 근로자라도 고용주를 상대로 임금형평원칙에 따라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할 수 있다. 고용주는 이 같은 요구를 받으면 관련법에 근거 해 그 요구가 정당한 것인지를 평가하고 판단해야 한다. 고용주가 이 요구를 거절할 경우 그 거절의 정당성이 입증돼야 한다. 근로자의 요구에 고용주가 원칙적으로 동의하면 양자는 협상에 들어간다. 협상은 해당 노동의 가치를 평가하는 원칙에 따라 이뤄진다. 이때 비교 가능한 다른 업종의 일과 비교 평가하는 작업이 포함된다. 협상이 끝내 파국으로 치달으면 정부 당국의 중재·조정·결정을 받을 수 있다.

이때 핵심은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다. 지금까지는 누가 보더라도 저평가가 확실한 요양보호 종사자, 정신건강 및 중독치료 보조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임금 인상이 이뤄졌다. 하지만 그 대상이 확대될수록, 또 임금 인상폭이 클수록 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질랜드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험은 바로 여기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오클랜드=안의식기자 ※취재지원=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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