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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이미경 KOICA 이사장 "조직 개방·성과 인사로 혁신...KOICA 신뢰회복 힘쓸 것"

대담=정영현 정치부차장 yhchung@sedaily.com

전문성 높이려 보직 10% 개방형 인재 발탁·연공서열 승진도 개혁

여러기관 분산된 원조사업 조정...양보다 한국형콘텐츠 발굴 필요

국제사회 北 제재완화 땐 말·문화 통해 최적의 ODA 파트너 기대

이미경 이사장./송은석기자




“취임 초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 다중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혁신과 변화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흐트러진 조직을 쇄신하기 위해 투명성과 개방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이미경(68·사진) KOICA 이사장은 2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조직 쇄신과 기강 확립에 방점을 찍었다. 목소리는 단호했고 말에는 결기가 배어 있었다. 앞으로 예상되는 KOICA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회의원·공무원들의 해외출장을 지원한 의혹과 관련해 국민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에 대해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대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얻겠다는 의지가 그대로 묻어 있었다.

이 이사장은 취임 첫해 소회에 대해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로 무너진 조직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원칙과 철학을 정립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KOICA에 지난 2017년은 다사다난한 해였다. 당시 조직의 수장이었던 김인식 이사장이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돼 낙마하면서 KOICA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냉엄했다. 설상가상으로 수장 공백 와중에 해외 사무소에서 성추행 등 비위행위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한국 공적개발원조(ODA)의 산실인 KOICA는 1991년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이 이사장은 “취임은 개인적으로 영광이었지만 어깨가 많이 무거웠다. 더욱이 취임 초기에 KOICA는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KOICA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했다. ‘인도주의 정신에 기초한 빈곤 감소, 인권 향상, 성 평등 실현, 지속 가능한 발전을 통한 인류 공동번영과 지구촌 평화 증진’이라는 기본 정신과 원칙으로 돌아가야 했다”고 취임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인터뷰 동안 ‘원칙’과 ‘신뢰’라는 단어를 수차례 강조했다. 그의 조직운영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조직 혁신을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이 이사장은 취임 첫해에 대해 ‘90점’을 부여했다. 그는 “KOICA가 한국을 대표하는 ODA 사업기관인 만큼 새로 들어서는 정부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철학과 원칙을 확립하고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Basic)’라는 모토를 앞세워 혁신의 첫해를 보냈다고 자부한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KOICA를 한마디로 말하면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됐다고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증거”라며 “27년 KOICA 역사의 토대 위에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시기로 만드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조직 쇄신을 위해 투명성 강화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실제 올 2월 국제원조투명성기구의 전 세계 주요 원조기관 정보공개 투명성 지표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투명성 점수에서 3.33점에 그쳐 전체의 67위에 머물러 있다. 이에 KOICA는 국민의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국민들과의 접점도 늘려가고 있다.

이 이사장은 “처음으로 직원만이 아닌, 시민들에게 혁신 보고 설명회를 했는데 이는 KOICA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중요한 기관이기 때문”이라며 “지난 1년 동안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던 것에 대한 사과와 함께 우리의 변화된 모습을 국민들께 보고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이 투명성과 함께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조직의 개방성이다. 그는 “현재 KOICA는 인력 운용을 정상화하고 조직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전체 보직의 10%를 개방형 인재로 뽑았다”며 “이 제도를 이용해 KOICA 역사상 처음으로 네팔·탄자니아 사무소장이 외부인사로 뽑혀 11월 파견을 앞두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처음 부임했을 때 내부에서 연공서열 승진이 많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 일에 적임자인지, 그런 부분이 좀 더 고려돼야 한다. 적합한 인물이면 파격 인사도 하고 일 잘하는 사람은 승진도 빨리하도록 인사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칙과 역량이 중심이 되는 개방형 인사제도 도입을 통해 인력 운용을 정상화하고 조직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이와 관련해 성 비위, 부패 관련 사안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으며 역량을 중심으로 한 인력 선발·배치·승진 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40개가 넘는 부처와 기관이 각자 원조사업을 벌이는 ODA ‘분절화(分節化)’ 문제는 이 이사장이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다. 그는 “ODA 분절화 문제는 원조기관의 사업 중복성, 행정비용 증가, 효율성 저하 등으로 개발 효과성, 투명성, 책무성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며 “현재 42개 정부기관이 1,200여개 ODA 사업에 참여해 무상원조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46%를 집행하는 반면 KOICA는 54%에 머물러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 이사장은 전담기구로서 ODA에 특화돼 있는 만큼 효율성 측면에서 KOICA의 관련 예산 비율을 8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이사장은 “KOICA는 다른 부처와 달리 개발도상국과 무상원조 기본협정을 맺는데 이에 따라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비자 없이 출입국이 자유롭고 사업에 필요한 물자도 무관세로 들어갈 수 있다”며 “사업이 끝나고 난 뒤 애프터서비스가 중요한데 KOICA는 현장에서 상주 인력이 즉시 대응할 수 있어 사업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ODA 분절화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개발도상국 정부와 주민이라며 사전 조정 없이 중복 진행되는 소규모 사업 남발과 전략 부재에 대한 불만 제기가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는 “ODA 분절화는 한국 개발원조 전체에 대한 신뢰성과 효과성에 대한 평가절하로 이어진다”며 “각 부처와 함께 더 적극적인 소통과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ODA 규모는 국민총소득(GNI) 대비 0.14%다. 이는 일본 0.23%, 독일 0.66%, 영국 0.7%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우리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0.3%로 ODA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예산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는 양적 확대보다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게 적합하다”며 “‘일본 식민지배와 한국전쟁을 딛고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룬 나라’ ‘수원국을 거쳐 공여국으로 발돋움한 나라’ 등 한국이 가진 경험을 강조하면 다른 선진국과 차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교육열과 민주주의, 인권에 대한 열망 등 개도국이 바라봤을 때 한국은 매력 있고 괜찮은 나라”라며 “이런 부분을 개도국에 전수해줄 때 한국이 품격 있는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람 (People)’ ‘평화(Peace)’ ‘번영(Prosperity)’ 등 3P는 KOICA의 수장으로서 이 이사장이 강조하는 비전이다.

이 이사장은 재임 동안 ‘누구도 소외당하지 않는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상생 개발 협력’을 만들어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3P 원칙의 궁극적 목표인 ‘상생과 번영’은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 등 외교 기조와도 맥이 닿아 있다. 이 이사장은 “신남방정책은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아세안(ASEAN) 국가들과의 교류협력을 4강 수준으로 격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구체화됐다”며 “신남방정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상대국의 마음을 얻는 것이고, 상생·번영·평화를 이루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단순 지원을 넘어 문화·교류의 확대, 평화 영역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4강 외교와 별개로 베트남·필리핀 등 우리 이웃인 아시아를 중요한 우리 외교 관계로 맺기 위한 기반을 KOICA가 3P의 가치를 가지고 다져놓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 KOICA는 아세안 지역의 ODA 예산을 2015년 이후 매년 1,500억원 이상 유지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3차 남북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KOICA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이 이사장은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 완화를 전제로 “여러 유엔 기구라든지 다른 ODA 선진국들이 북한 지원을 굉장히 매력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KOICA는 개도국 지원 경험이 많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문화와 말을 이해하고 있어 해외 여러 기관들이 중요 파트너로 KOICA를 언급하고 있다”고 향후 구상도 소개했다.

이와 함께 KOICA는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KOICA는 1991년 설립 이후 예산이 60배가량 증가했지만 인력은 1.9배밖에 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며 “KOICA는 청년 일자리 확보를 위해 올해에도 전국 8개 대학을 돌며 채용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채용절차에 돌입해 예년의 2배 수준인 40여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했다”고 설명했다. KOICA는 채용 확대 외에도 청년들의 경험과 경력을 키워 글로벌 인재로 육성시키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KOICA 봉사단 인력파견 사업을 ‘글로벌 인재 양성 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조직개편에 나서는 한편 글로벌 인재 육성 프로그램인 ‘경력사다리’를 고도화하면서 청년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김현상·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She is...

△1950년 부산 △이화여대 영문과 △1983년 여성평우회 상임대표 △1987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1994년 제4차 유엔 세계여성대회 한국 NGO위원회 공동대표 △1996~2016년 국회의원 △2012년 국회 아동·여성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2012년 핵 군축 국제의원연맹(PNND) 한국대표·세계대표 △한·유럽연합(EU) 의원외교협의회 회장 △2016년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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