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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인상] 항바이러스 면역조절 기능 발견..감염병 치료 새 길 열어

■ 김명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바이러스 침투하면 효소복합체가

EPRS 단백질 내보내 면역 활성화

세포 항상성 조절하며 증식 억제

변종 나올때마다 백신 개발 아닌

면역력 증강 통한 치료 가능해져

김명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생명연 대사제어연구센터 연구원과 UST KRIBB School 학생들과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연구재단




“2012년 인류가 멸망한 가운데 과학자인 로버트 네빌만이 살아남는다. 그는 3년동안 매일 다른 생존자를 찾기 위해 절박하게 방송을 내보낸다. 마침내 애타게 찾던 생존자를 발견했으나 끔찍하게도 그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변종 인류’였다. 결국 인류의 운명을 홀로 짊어진 그는 면역체를 가진 자신의 피로 백신을 만들기로 하는데….” 지난 2007년 개봉한 SF(공상과학) 스릴러 영화인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의 줄거리다.

이처럼 바이러스 감염은 SF 영화의 단골 소재로 감염병은 인류를 끊임없이 괴롭혀왔다. 바이러스(세균의 0.1~1% 크기)는 세포를 숙주 삼아 번식해 세균보다 전염성이 더 강하다. 천연두·홍역·메르스·사스·에볼라·지카 등은 바이러스, 장티푸스·콜레라·흑사병·결핵·폐렴·한센병 등은 세균이 각각 원인이다. 현대인은 흑사병, 홍역 등 많은 감염병의 위험에서 벗어났지만 2015년 국내에서 수십명의 희생자를 낳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을 비롯해 겨울철 대표적 불청객인 인플루엔자 등 RNA(유전자 본체인 디옥시리보 핵산(DNA)의 유전정보에 따라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할 때 직접 작용하는 고분자 화합물)를 유전자로 갖는 바이러스 질환의 위험은 여전하다.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의 심화로 바이러스성 질환은 어떤게 튀어나올지 예측하기 힘든 실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1월 수상자인 김명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대사제어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단백질 합성 효소복합체(multi-tRNA synthetase complex)의 감염인지와 면역조절 기능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 독감, 메르스, 에볼라 등의 RNA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 증강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 상용화까지는 십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바이러스가 감염되면 어떻게 세포에서 즉시 면역적으로 대응하는지 메커니즘을 밝혀낸 게 의미가 크다. 현재 마우스(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으며 기술이전이 이뤄질 경우 동물실험을 통한 전임상 실험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거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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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합성 효소복합체(MSC)의 항바이러스 면역 조절 기능. 바이러스 감염을 인지한 MSC는 구성 단백질인 EPRS를 방출시켜 MAVS 분해 기능이 있는 PCBP2 단백질과 결합한다. 이를 통해 MAVS 단백질을 보호하고 MAVS가 매개하는 항바이러스 면역 신호 전달 활성화를 유도하여 항바이러스 사이토카인 분비를 촉진시켜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한다. /사진=한국연구재단


김 박사는 세포에 존재하는 단백질 합성 효소복합체가 독감 등 RNA 바이러스가 감염되면 즉각 이를 인지해 구성 효소인 EPRS 단백질을 복합체로부터 방출시켜 항바이러스 면역반응의 핵심인 MAVS 단백질을 보호하는 것을 확인했다. EPRS는 단백질 합성의 필수 효소 중 하나로 세포 내에서 효소복합체의 구성원으로 존재한다. 그동안 세포 안에서 단백질 합성을 위한 20종의 효소 중 9종의 효소가 단백질 합성 효소 복합체로 존재하며 다양한 세포 기능을 하는지 비밀이었는데 김 박사의 연구로 해결의 실마리를 잡은 셈이다.

그는 “단백질 합성 효소복합체가 효소 기능은 물론 바이러스 감염 등 긴급 상황에 즉각 대응하는 감시·면역조절 시스템을 담당하며 세포 항상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수행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효소복합체는 세포항상성 조절 허브의 역할을 한다”며 “감염에 대응한 면역 조절시스템의 기능을 EPRS를 통해 최초로 제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PRS 단백질 유래 항 RNA 바이러스 치료 펩타이드. EPRS와 PCBP2 간의 핵심 결합부위를 분석해 (A) 항바이러스 사이토카인 분비를 촉진하는 펩타이드(펩타이드1과 펩타이드2)를 확보했다(B). RNA 바이러스 감염 세포(C)와 마우스(D)에 펩타이드1을 투여할 경우 바이러스 증식이 현격하게 억제됨을 확인했다. /자료=한국연구재단


그는 특히 단백질 합성 효소복합체 기능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RNA 바이러스 증식을 현격히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펩타이드 소재를 발굴해 주목된다. 바이러스의 돌연변이에 대응해 수시로 개선이 필요한 백신이나 치료제와 달리 인체 면역 기능을 강화하는 신개념 치료제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타미플루처럼 특정 바이러스 단백질에 초점을 맞춘 치료제는 변종이 생기면 거기에 맞춰 또 개선을 해야 하지만 이 방식대로 하면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 연구성과는 네이처 이뮤널러지 2016년 11월호에 게재됐다.

김 박사는 “발굴한 19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펩타이드는 인체의 면역을 활성화해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며 “다만 펩타이드를 짧게 만들고 인체에 들어가도 분해가 되지 않게 안정화시키고 약효를 좋게 만들어 경제성을 높이는 게 과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허를 낸데 이어 기술이전도 검토하고 있지만 전임상 연구와 임상연구만도 각각 최소 5년씩이 걸릴 것”이라면서 “감염병은 여전히 인류의 주요 사망 원인이기에 체계적인 인체 면역 시스템 연구와 치료제 개발이 필요하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밖에 그는 비브리오패혈증의 활성화 기작과 AIDS 환자에게 나타나는 반점의 원인 바이러스의 인체 생존 기작도 각각 규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치료제 개발을 위한 소재도 발굴했다. 그는 “비브리오패혈증은 바닷물에 주로 서식하는 비브리오가 매개하는데 회 문화가 발달된 우리나라에서 매년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지구온난화로 균의 증식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 세균성이든 바이러스성이든 감염병은 인류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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