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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범죄 급증…처벌은 20년째 제자리

“여친 자살의심” 경찰 출동하니…“연락 안닿는 여친 궁금해서” 거짓 신고

‘스토킹처벌법’ 제정 20년째 표류…전문가들 “‘스토킹은 범죄’ 인식해야”

/연합뉴스




경찰은 이달 2일 새벽 1시 25분께 경찰에 다급한 목소리의 112 신고전화를 받았다. A(32)씨가 서울 강동구의 한 빌라 앞에서 “여자친구가 여기 사는데, 연락을 안 받아 자살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강동경찰서 소속 경관들은 자살 의심 신고에 함께 출동해야 하는 강동소방서와 곧장 현장에 출동했다. 그런데 경찰이 A씨로부터 그의 여자친구 B씨 번호를 받아 통화해보니 상황은 전혀 달랐다. B씨는 “나는 지금 그 집에 없고 자살 시도한 적도 없다. 그 남자와는 이틀 전에 헤어졌다. 그 남자가 왜 그런 신고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경찰이 A씨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그는 “여자친구가 하도 연락을 안 받아서,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싶었다”면서 “경찰에 자살한 것 같다고 신고를 하면 경찰이 문을 열어주거나 여자친구 위치를 확인해줄 줄 알았다”고 말했다. 당황스러운 A씨 답변에 경관들은 할 말을 잃고 A씨에게 주의를 주고 돌려보냈다. A씨 행동엔 문제가 있지만 당장 그를 처벌할 법규정가 없기 때문이다. 5일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행위가 스토킹에 가깝다고 보긴 했지만, 현행법상 같은 행위가 ‘지속해서 반복’돼야 입건해 처분할 수 있다. A씨가 이런 신고를 한 것은 처음이어서 귀가 조처했다”고 밝혔다.

경범죄처벌법(지속적 괴롭힘)은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하여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하여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하여 하는 사람’을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일시적인 구류에 처하도록 한다. 스토킹·데이트폭력 등 ‘젠더 폭력’ 전문가들은 A씨 같은 행위가 차후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징후라며 경찰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팀장은 “경찰이 ‘성인지 감수성’이 더 있었다면 계속 전화하거나 찾아오는 등의 ‘지속적 괴롭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현행법상 경찰이 그럴 필요가 없으니 추가 조처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추후 스토커가 될 잠재적 위험이 보이는 사람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도 스토킹 관련 법안이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스토킹방지법이 있었으면 이번 상황에서 경찰이 스토킹 범죄 구성요건이 충족되는지 봐야 하므로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했을 것”이라며 “관련 법이 없기 때문에 이번처럼 공권력을 스토킹에 이용하려는 상황까지 벌어진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스토킹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지 20년째다. 1999년 당시 제15대 국회에서도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는 스토킹은 피해자의 정신적·신체적 피해가 지대함에도 사회적 인식 부족과 현행법규정 미비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스토킹에 대한 처벌은 ‘10만원 이하 벌금’ 그대로다. 제20대 국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관련 법안은 6개나 계류 중이다. 법무부도 올해 5월 스토킹 범죄를 ‘3년 이하 징역 혹은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의 ‘스토킹처벌법’을 입법예고했지만, 6개월째 절차를 밟느라 관련 법 제정은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는 2014년 297건에서 지난해 436건으로 3년 만에 1.5배가량 늘었다. 스토킹 과정에서 일어난 폭행이나 강간은 제외됐다.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은 경우도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수정 교수는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어디 있냐’는 말을 하던 기성세대는 스토킹을 범죄로 보지 않는다. 과거 남자들은 집 앞에 서 있거나 꽃이나 선물 계속 보내는 걸 구애 행위로 생각하지 않았느냐”면서 “스토킹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더 확산해야 ‘등촌동 살인사건’ 같은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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