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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무 한예종 교수 "화려한 르네상스 미술, 기저엔 쓰디쓴 실패"

스테디셀러 '난처한 미술이야기' 제5권 출간

‘난처한 미술이야기’의 저자 양정무 한예종 미술원 교수. /사진제공=사회평론




“가장 화려하고 풍요로운 예술로 보이는 르네상스 미술에는 ‘장미의 가시’와도 같은 여러 상처와 그림자가 존재했습니다. 그렇게 명암이 교차하는 역동성이 르네상스의 남다른 매력이죠.”

약칭 ‘난처한 미술이야기’의 저자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미술이론과 교수가 르네상스 미술로 돌아왔다. 지난 2016년 제1권이 출간된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사회평론 펴냄)’는 원시문명과 미술을 필두로 그리스·로마 문명과 미술, 초기 기독교 미술과 중세 미술까지 총 4권이 15만부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다. 그 다섯 번째 책인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명과 미술 편’은 피렌체와 밀라노·베네치아 등에서 태동한 14세기부터 15세기 미술을 다루고 있다.

책의 부제로 ‘갈등하는 인간이 세상을 바꾼다’를 붙인 저자는 “1333년 유럽에 대홍수가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1347년에는 흑사병으로 전 인구의 3분의2가 죽었으니 제1·2차 세계대전보다 더 큰 공포가 10년 주기로 반복되면서 사회는 초토화됐다”면서 “그런 상황을 극복하고 도전하며 이뤄낸 성과가 르네상스였기에 르네상스 미술은 시련 속에서 얻어낸 열매와도 같다”고 설명한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 등장하는 ‘도시 자체가 무덤이었다’는 구절을 인용한 그는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좋은 미술, 멋진 미술이라는 것은 폐허 위에서 아무것도 안 되니까 이리저리 고민하다 이뤄낸 성과”라고 부연했다. 그 대표적 사례로 르네상스의 스타 미술가들을 꼽을 수 있다. 피렌체의 두오모성당을 만들어 르네상스 건축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필리포 브루넬레스키(1377~1446년)도 원래는 ‘패배자’였다. 여러 분야에 특출난 재능을 보여 최초의 ‘르네상스 맨’이라 불리는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1404~1472년)는 ‘열등감’이 컸다. “브루넬레스키가 미술가로서 도전하다 번번이 실패하고서 찾은 길이 건축입니다. 40세에 이직하다시피 선택한 건축 분야에서 피렌체의 돔 제작에 성공한 것이죠. 원근법을 이론적으로 정리하며 ‘회화론’을 집필한 알베르티는 미술뿐 아니라 음악·어학 등 많은 분야에서 뛰어났는데 그 기저에는 서출(庶出)의 핸디캡을 극복하려는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년)는 지난달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그가 그린 예수의 초상화가 약 5,000억원에 낙찰됐을 만큼 ‘천재의 이름값’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정작 생전에는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며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다녔다.

“책에 ‘천재’ 다빈치가 1482년에 쓴 자기소개서(본문 440쪽)를 수록했습니다. 자신을 전쟁기술자 겸 공학자로 상세하게, 12항목으로 잘 설명하면서 맨 마지막에 ‘그림도 잘 그린다’고 자신감을 덧붙였죠. 당시 르네상스 예술의 최대 후원자였던 메디치 가문의 로렌초 데메디치가 그를 탐탁지 않게 여겼나 봐요. 실력 뛰어난 천재지만 지난한 제작과정으로 인해 미완성작이 너무 많다는 게 약점이죠. ‘모나리자’도 미완성이잖아요.”

‘암굴의 성모’를 그리고도 제작비는 반(半)밖에 못 받는 등 고생하던 다빈치는 말년에 고향이 아닌 프랑스에서 생을 마감한다. 책의 마지막 그림은 앵그르가 1818년에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임종의 지켜보는 프랑수아 1세’다. 5권이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짚었다면 이어지는 6권은 북유럽 르네상스를 이야기할 것임을 암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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