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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식어가는 지방경기] 창원공단 "임대료도 감당 어려워…사업 언제 접을지만 고민"

■설 연휴 앞둔 창원·김해안동 공단 가보니

  공장 절반 이상 개점휴업…물류창고도 텅텅

 "임차해 운영하는 업체는 전부 망했다" 한숨

  수출 급감에 최저임금 인상…"희망이 없다"

경남 김해시 안동공단의 한 공장. 월요일 오전이지만 일감이 없어 사실상 휴업상태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8일 경남 김해시 안동공단. 설을 앞둔 공장에서 나오는 기계음으로 경쾌해야 할 월요일 오전이었지만 거리에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휴일처럼 적막이 흘렀다. 부산광역시 경계와 불과 2㎞ 남짓 떨어져 있는 이 공단에 들어선 공장은 약 500여개. 하지만 얼핏 봐도 절반 이상의 공장 문이 닫혀 있었다. 약 2㎞ 둘레의 한 블록 거리에 있는 30곳의 공장 중 문을 열고 작업 중인 곳은 10여곳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문을 닫았거나 문은 열려 있지만 흔했던 선반 작업 소리도 없는 ‘개점휴업’ 상태였다.

안동공단에서 30년간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했다는 서병수 공단컨설팅 대표는 “지난 2017년까지는 공단이 그나마 돌아갔지만 지난해 초부터 심상치 않더니 지난해 말엔 아예 공단 전체가 멈추다시피 했다”며 “500여곳 공장 중에 팔고 떠나려는 매물이 20%에 달하고 시세도 1년 새 3.3㎡당 100만원이나 떨어졌는데도 거래 자체가 없다”고 전했다.

안동공단에 입주한 한 대형 조선업체의 1차 협력업체 대표는 “회사를 운영한 지가 30년인데 지난해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면서도 “지난해 처음 적자 낸 우리 회사가 아주 잘하고 있는 업체일 정도로 이곳은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숨부터 내뱉는 그는 2년간 27% 오른 최저임금이 큰 부담이라며 역정을 냈다. 그는 “우리 회사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을 올려줘야 할 직원은 2명이지만 이들만 올려주면 5년 차 직원과 이들 월급이 비슷해진다”며 “올해 10~20%가량 인건비가 올라가 적자는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공단 현장의 최저임금 쇼크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설 명절에 떡값은 생각하지도 못한다.

공단이 멈추자 물류도 멈췄다. 이날 안동공단에는 기존 물류창고를 부수고 있는 굴삭기 굉음이 거의 유일한 기계음이었다. 약 3,000평짜리 창고에 들어올 물량이 없어지자 주인이 이를 부수고 부지를 쪼개 분양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분양된 토지는 전혀 없다.

20년째 지역 공단과 수도권을 오가는 화물차를 운전하고 있는 박승호(57)씨는 “20년 동안 이렇게 일감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고 했다. 공단이 멈추면서 수도권으로 옮길 짐도 없어지고 수도권에서 다시 내려올 짐도 크게 줄었다는 얘기다. 그는 “화물차는 남아돌고 물량은 없으니 운임도 70%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화물차 할부금을 갚지 못해 차를 되파는 사업자도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 또 “원래는 새벽 경부고속도로 휴게소에 주차할 곳이 부족했지만 지금은 텅텅 비어 있다. 경제 동맥에 피가 안 도는 셈”이라고 전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기계산업 단지를 이루고 있는 경남 창원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창원의 한 기계설비 업체(대기업 1차 협력사) 대표는 “지난해 말로 일감이 끊겨서 쉬고 있다”고 했다. 다음 달 말에 다시 일감이 들어올 때까지 두 달간 어쩔 수 없이 일을 쉬어야 하는 상황. 이 대표는 “예전에 고용했던 일용직 근로자에게도 일감이 없느냐고 전화가 올 정도로 바닥 경기가 무너져 있다”며 “우리는 임대료 부담 없는 자기 공장이라서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공장을 임차해 운영하는 업체는 거의 전부 망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창원의 자동차 부품업체 임원도 “창원 지역 수출이 급감하고 있는데다 인건비까지 올라 월급도 못 주는 업체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창원 지역 기업의 수출은 161억1,268만달러로 2006년(164억2,464만달러)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창원 지역은 54.2포인트로 전국 71포인트에 비해 크게 낮았다. 지난해 전체 수출실적이 6,000억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라고 폭죽을 터뜨리지만 창원 지역 기업인들에게는 딴 나라 일인 듯 들린다.

부산·경남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강원도 원주의 한 시멘트 제조업체 대표는 “우리 같은 업체에 최저임금 인상은 그대로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며 울분을 토했다. 수치상으로 그동안 이익을 27%씩 내지 않았다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들 네트워크가 워낙 끈끈해 급여가 조금만 밀리거나 최저임금을 안 지키면 소문이 나 채용을 할 수가 없다”며 “최근 통과된 산업안전보건법도 소규모 업체에는 과잉규제”라고 강조했다. 천안의 한 식음료 업체 사장도 “단순히 매출이 안 나오는 문제가 아니라 희망이 안 보이는 게 문제”라며 “업체 대표들끼리 모이면 사업을 언제 어떻게 접을지 서로 의논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창원=박한신기자 서민우·김연하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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