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科技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 "연구자는 '정부 해바라기' 정부는 연구자 장악하려해"

3대 한림원·과총 수장 특별간담

20조 예산집행 현장선 체감 못해

공무원 잣대로 평가 자율성 저해

정부의 연구개발(R&D) 혁신 드라이브에도 R&D 생태계가 지난 2005년 말 발생한 ‘황우석 사태’의 현재진행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임태환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회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과학기술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3대 한림원장과 과총 수장 간 첫 특별좌담회에서 “여전히 연구자는 정부 해바라기이며 정부는 연구자를 장악하고 컨트롤하려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가 올해 20조5,000억원의 R&D 예산을 집행하고 연구자의 자율성과 책임성에 초점을 맞춘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14년 전 국내 과학기술계는 황 전 서울대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 조작 파문으로 정부의 R&D 정치화·관료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연구부정 문제로 극심한 홍역을 앓았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은 “R&D 예산이 쪼개기식이고 정치화·관료화돼 있다”며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연구자에게 자율성을 주고 문제가 있으면 일벌백계하는 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 회장은 “R&D에 대한 관료적 접근으로 전국적으로 6개의 주요 바이오클러스터에서 전혀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공무원의 잣대로 평가해서 그렇다”고 지적했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관료들은 연구자가 선진국이 이미 했거나 실패 확률이 낮은 것만 왜 하는지를 봐야 한다”며 “(6만개가 넘는) R&D 과제에서 성공률이 98%인데 산업화는 안 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질타했다. 한민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은 “정부 R&D 자금 배분에서 선택과 집중도 중요하지만 (정권마다 치중하는) 정무적 판단은 좀 줄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R&D 패러다임 대전환…정량평가(논문·특허) 벗어나 자율성 부여해야”

정부 과도한 간섭…‘황우석 사태’ 아직 진행형

정무 판단 줄이고 첨단 R&D 과감히 예타 면제

새 지식전략 필요…특허 소득 관대한 시선 필요

과학기술과 공학, 의학계 수장들이 국가 연구개발(R&D) 시스템과 관련해 “정부가 왜 연구자들이 선진국에서 이미 하고 있거나 실패 확률이 작은 것을 하는지 돌아보고 정치화·관료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국내 과학·공학·의학계의 집단지성을 대표하는 3대 한림원과 600여개 과학기술단체가 망라된 과총의 수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한 ‘과학기술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이라는 주제의 첫 특별좌담회에서 이같이 입을 모았다. 이들은 R&D 현장에서 자율성과 창의성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학과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기술이전이나 창업이 활발하지 않은데.

△김명자 회장=기초연구 분야에서는 ‘SCI 논문만 내면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데 굳이 특허 내고 벤처 창업하다 보면 이런저런 논란에 휘말리는 일이 생기는 실정’이라고 한다. 응용·개발 연구에서도 대학 산학협력단의 전문성이 떨어져 기술이전이나 창업도 녹록지 않다. 대학이나 출연연이나 연구자가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혁신적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권오경 회장=대학에서 뛰어난 기술이 있어도 좋은 특허를 만들기 힘들다. 산단에서 우수한 변리사를 둬야 한다. 물론 논문 하나로 특허 쪼개기를 하면 안 된다. 대학 기술이전도 건수는 증가하나 건당 금액은 늘지 않고 있다(2017년 전문대 포함 국내 대학 418곳의 기술이전 수입은 총 774억원).

대학과 기업이 특허소송이 붙으면 학교가 대부분 지는데 이 부분도 상생이 필요하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있지만 청와대에 지식재산비서관을 둬야 한다. 인공지능(AI)이 미술·음악·문학 등도 잘하게 되는데 새로운 지식재산전략을 짜야 한다. 특허 숫자는 늘어나는데 파워풀한 특허는 별로 없다. 특허로 로열티를 받으면 근로소득으로 잡히는 것도 문제다.

△한민구 원장=미국 특허 유지비용이 건당 한 해 1만~2만달러나 든다. 정부 R&D 과제가 끝나고 특허를 내려면 2~3년 걸린다. 연구비가 없으면 본인 돈으로 내야 한다. 교수가 특허수입이 들어오면 학교에 30~50%를 내고 세금을 내면 30%밖에 안 남는다. 세금도 종합소득세나 기타소득 어디로 해야 하는지 문제가 있다. 지적재산권으로 얻는 소득은 관대하게 봐야 한다.

-정부가 올해 20조5,000억원의 R&D 예산을 투입하고 시스템 혁신에 나서나 여전히 갈 길이 먼데.

△김 회장=과총이 올 초 설문조사한 게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 예산 비중이 세계 1·2위권인데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고 과학기술 신성장동력이 매우 미흡하다는 지적에 과기계 4,310명이 응답했다. 50%가 R&D 성과가 높다, 34%가 보통이라고 답했다. 그동안 과학기술이 경제성장의 뒷받침이라는 목적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기계 밖에서는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질타한다. 정부는 기초연구, 상용화, 삶의 질 뒷받침 3박자를 요구한다. 이러려면 R&D 시스템을 자율화에 방향을 맞추고 평가방식도 확 바꿔야 한다.

△권 회장=정부 연구비 중 행정에 들어가는 돈을 빼면 순수 연구비가 얼마인지 따져봐야 한다. 단기 성과에 치중해서는 안 된다. 관료들은 기초개발, 응용연구, 경제·사회적 성과를 모두 강조하는데 연구자가 왜 선진국이 이미 하거나 실패 확률이 낮은 것만 하는지를 봐야 한다. 연구는 잘해봐야 성공 확률이 절반이다. 그런데 (6만개가 넘는) R&D 과제에서 성공률이 98%인데도 산업화는 안 되는 게 말이 되나.

△한 원장=연구 평가·기획을 하는 우수한 전문인력이 많아야 한다. 심판이 탁월해야 한다. 서울대 교수가 정부 R&D 과제를 신청하면 다른 서울대 교수는 심사위원이 못 되는 게 말이 되나. 우리 사회의 신뢰가 부족해서다. 연구 평가·기획 연구 풀을 한 번 쓰면 오래가야 한다. 국가 재정 대비 정부 R&D에 많이 쓰고 있는데 기초과학이든 상업화든 토양이 중요하다. 전문 연구기관을 신뢰하지 않으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된다. 정부의 R&D 자금 배분에서 선택과 집중도 중요하지만 (정권마다 치중하는) 정무적 판단은 좀 줄였으면 한다.

△임태환 회장=황우석 사태 전에 많은 연구자가 그의 그늘에서 (연구비를) 따보려고 했던 게 사실이다. 의학한림원이 지난해 ‘황우석 사건’에 관한 학술포럼을 했는데 정말 가슴 아픈 것은 황우석 사태가 아직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연구자는 정부 해바라기이고 돈 주는 사람은 그것을 이용해 자기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심리가 있다. 연구자를 장악하고 정부가 컨트롤하려고 한다.

임태환(왼쪽부터) 의학한림원 회장, 한민구 과기한림원 원장, 김명자 과총 회장,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이 최근 과학기술회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첫 언론 특별좌담회를 갖고 “한국이 혁신성장에 실패하면 하청국가가 될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R&D 시스템의 패러다임 전환은 어떻게 해야 하나.

△김 회장=논문·특허 등 정량평가 위주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갖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도전을 장려하는 성과평가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설문조사에서도 연구자들은 안정적 연구비 조달에 대한 애로가 있고 바이오에서는 의과학·의공학을 키워야 하는데 여전히 임상 중심이며 관리기관도 부처마다 다 있어 힘들다고 하더라.

△권 회장=패스트팔로어에서 퍼스트무버로 가려면 자유롭고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 연구자를 보고 연구비를 줘야 한다. 정부 주도보다 연구자가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는 게 좋다. 올 초 수십조원에 달하는 23개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예비타당성(예타) 검토를 면제하는 것을 보고 어떻게 첨단 R&D에 대해서는 예타를 하면서 이럴 수 있나 생각했다. 첨단 R&D는 예타를 과감히 면제해야 한다. 우리는 R&D 프로그램 매니저도 너무 자주 바뀌는데 미국은 5~10년씩 한다.

△임 회장=영국은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출연연, 기업이 뭉쳐 바이오 클러스터를 하는데 R&D 액수는 우리보다 작지만 논문은 게임이 안 될 정도로 압도적이다. 바이오 쪽 교수나 연구자의 아이디어가 많아도 기업과 투자자가 뒷받침이 잘 안 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을 할 때 보니 의사가 참여하지 않는 의료 연구과제가 많아 방향성이 모호하더라. 논문도 나오지 않고 응용개발도 안 된다. 바이오 R&D, 생명과학과 보건의료를 합쳐도 정부 R&D의 7%, 보건의료만 하면 4%인데 연구자의 연구토양이 부족하다. 정부가 뭔가 관리하고 컨트롤하려고 하니까 동기부여가 안 된다. 연구하는 임상의사가 너무 고달파 점점 줄고 기초과학에 전념하는 연구의사는 매년 10명도 안 되게 배출될 정도로 소수다. 오송·대구경북·판교·송도·대덕·원주 총 6곳의 바이오클러스터에서 협업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고 평가기준도 공무원의 잣대에 따라 이뤄진다. 연구중심 병원을 한다고 보건복지부에서 예산을 많이 나눠줬는데 공무원도 자주 바뀌고 예산이 증발해도 책임지는 곳이 없다. 국감 받을 때 보니 (의원이) ‘정부 R&D비로 논문이나 쓰고 하는 게 뭐냐’고 하더라. 귀를 의심했다. 최근 의학 쪽에서 많이 나아지고는 있으나 네이처나 사이언스 등 주요 논문의 숫자는 아주 적다.

△한 원장=대학·출연연·기업에서 R&D 과제를 하다 선의의 실패를 하면 성실실패를 넓게 인정해야 도전적 연구가 된다. 또한 미국이나 중국 등은 의학 등 바이오헬스케어 연구가 엄청나게 커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상당히 부족하다.



☞‘성실 실패’ 넓게 인정해야 도전 가능…부정에만 일벌백계를

문·이과 구분 韓日뿐이 없어…교육혁신 절실

일자리 88% 중기 역량 키우는 파격 대책 나와야

벤처 자금 많지만 성과 미미…창의성 살리지 못해

-R&D에서 미국이나 독일처럼 자율성은 확실히 주되 연구부정에는 단호히 대처해야 하는데.

△김 회장=예산이 쪼개기 식이고 정치화·관료화돼 있다. 연구자 중에는 하나도 못 받는 경우도 있다.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지금까지의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연구자에 자율성을 주고 문제가 있으면 일벌백계하면 된다. 자율성과 책임성을 부여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R&D 성과가 저조한 이유 중 하나가 연구 관련 규제와 밀접하다. 규제를 합리화해 자율성을 강화하고 창의성을 키워야 한다. 정부도 리더십을 잘 발휘했으면 좋겠다. 요즘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데 저도 환경부 장관을 할 때 1999년 처음 한중일 환경장관회의를 시작해 대기오염물질 이동 연구 등을 했고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10대 도시에 CNG천연가스버스를 도입했다. 과총은 현재 미세먼지국민포럼과 플라스틱이슈포럼을 시리즈로 개최하고 있다.

△임 회장=(연구부정에) 일벌백계가 안 되는데 대충 눈감아 줘서는 안 된다. 대신 성실실패에 대해서는 포용하되 나태하거나 고의적으로 부정을 저지르면 발도 못 붙이게 해야 한다. 연구자도 경계하게 만들어야지 무책임하게 하면 안 된다. 자칫하면 연구자 좀비가 된다.

△권 회장=기업 연구비는 확실한 결과물을 내지 않으면 바로 연구비의 지원이 중단되고 연구목표도 도전적인데도 불구하고 저는 정부 연구비는 받지않고 기업 연구비만 받는다( 웃음). 정부 연구비는 행정처리해야 될게 많다.

△임 회장=메디컬 R&D는 정부의 거버넌스가 분산돼 있는 게 큰 문제다. 미국은 NIH가 99%를 다룬다. 일본은 산업부·교육부·과기부로 흩어져 있던 것을 합쳐 NIH 출신이 수장이 됐다. 우리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며 영감과 아이디어가 나오는데 임상과 연구가 단절된다. 연구과제도 이미 다 됐거나 하나 마나 한 것을 하는 경우도 많다. 정부가 신약개발 범부처 사업을 했는데 부처가 힘겨루기만 한다. 정부가 들여다보되 집행과 평가는 전문기구에 맡겨야 한다. 원격의료도 그렇고 불신 때문에 안 된다. 원격의료도 환자에게 어떤 부분이 이익인지 가려야 한다. 옥석을 가려 가능한 것부터 찾아야 한다.

-스팀(STEAM, 과학·기술·공학·인문예술학·수학의 융합) 인재 양성 방안은.

△김 회장=교육에서 창의력, 융합, 코딩, 미래 기술정보 등이 중요하다. 2020학년도 수능 수학시험에서 기하·벡터 등 어려운 과목의 부담을 줄여준다는데 변별력 측정에 문제가 있고 사교육은 심화되고 있다. 고교 학력이 떨어지면 대학 경쟁력도 낮아진다. (2022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문·이과를 통합한다지만 실상 이과의 문과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한 원장=문·이과를 나누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융합이 전혀 안 된다. KAIST·포스텍 등이 무학과로 뽑아 1학년 때 공통으로 가르친 뒤 이후 과를 정하도록 하는 곳도 있으나 일부다. 학생들의 창의력을 기르려면 문제풀이에서 틀리지 않는 연습을 하는 고교의 현실을 바꿔야 한다. 대학을 믿고 입학권을 주고 정부는 감시를 하면 된다. 근데 학원장 하는 말이 ‘제비뽑아 대학에 가도 학원에 와야 한다. 제비뽑기를 가르친다’고 하더라(웃음).

△권 회장=대학에 권한을 줘야 한다. 전자공학과 신입생 중 고교에서 물리를 안 듣고 오는 학생이 있다. 지난해 서울포럼에서 만난 구글 싱크탱크 직쏘의 최고경영자(CEO)인 자레드 코헨이 ‘대학에서 역사학과 다닐 때 교양으로 소프트웨어를 했다. 융합했기에 첨단기업의 아이디어뱅크를 하게 됐다’고 하더라.

△임 회장=정원은 민감한 문제이지만 (바이오나 컴퓨터 등) 수요에 맞게 조정이 이뤄졌으면 한다.



임태환(왼쪽부터) 의학한림원 회장, 한민구 과기한림원 원장, 김명자 과총 회장,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이 최근 과학기술회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첫 언론 특별좌담회를 갖고 “한국이 혁신성장에 실패하면 하청국가가 될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우리 산업과 교육 혁신전략은.

△권 회장=삼성전자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을 가보면 내부 오퍼레이터 없이 자동화돼 있다. 고급인력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취업난이 심한데 창의성 있는 인재 양성이 답이다. 미국은 AI 전문가가 학부만 나와도 연봉으로 50만달러를 받는다. 우리 대학생들은 토론식 교육에 익숙하지 않다. 초중고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저급 일자리는 빨리 이민청도 만들고 외국인을 교육시켜서 해도 된다.

△김 회장=고급 일자리는 느는데 저급 일자리는 줄 수밖에 없다.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파격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 대기업과 공무원만 가려고 사생결단하는 현실을 고쳐야 한다. 물론 벤처 지원자금도 많지만 성과가 눈에 확 보이지 않는다. 정부 주도로 추진하며 창의성을 살리지 못해 그렇다. 초중고에서 코딩교육을 한다지만 소프트웨어 등 컴퓨터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처럼 시대의 흐름에 맞는 인력을 키워야 한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찾고 갈등 예방에도 나서야 한다.

△임 회장=서울아산병원 교수가 500여명인데 울산의대 입학정원은 40명이다. 성대 의대도 40명이다. 의대는 증원 얘기가 금기시돼 있다. 그런데 외국 학생이나 전문의는 한국에서 훈련받기를 희망하며 많이 온다. 외국인 환자유치에 정부도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지만 실상 어느 병원에 명의가 있다고 입소문이 나야 한다. /정리=고광본선임기자 사진=권욱기자

★관련 좌담①

[科技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대기업의 벤처·스타트업 M&A 규제 완화 시급”

<5·끝>3대 한림원·과총 수장 특별좌담회

☞‘혁신성장’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가정신·연구 자율성이 중요

미국 정치권도 과기 위기감 공유

원격진료 등 국민 편익 제시해야

과학·공학·의학계를 대표하는 3대 한림원과 과총 수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첫 특별좌담회에서 “혁신성장을 위해 대기업의 벤처·스타트업 인수합병(M&A) 규제를 완화하고 인재가 벤처·스타트업에 유입되도록 스톡옵션 등 제도를 잘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를 견제하는 것을 활용해야 하는데.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미국 공대를 보면 백인은 많지 않고 이민자가 주를 이룬다. 현재 대부분의 큰 기업에 중국과 인도 엔지니어가 굉장히 많다. 하지만 미국이 위기감을 느끼고 중국 유학생을 적게 뽑거나 중국의 첨단기술 투자에 강력히 제동을 건다. 우리도 틈새를 찾아 실리콘밸리 진출 확대 등 고급인력과 기술 습득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한민구 과기한림원 원장=중국 학생을 뽑지 않으면 연구가 위축될 것이다. 중국과 인도 학생이 미국 이공계 대학의 주요 역할을 한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도 인도 유학생 출신 아닌가. 재미 한국계 고급 인력을 유치하고 자율성을 줘야 한다.

△김명자 과총 회장=최근 미국 의회에서 과학기술 기관장 청문회를 했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경쟁력을 잃고 추락한다. 아시아 인력에 의존하는 문제도 있다’며 위기의식을 얘기하더라. 미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특허도 폭넓게 인정하고 중국이 지식재산권(IP)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강하게 압박한다. 우리도 특허정책을 잘해야 한다.

-기회와 위험요인이 병존하는데 혁신성장을 어떻게 해야 할까.

△권 회장=정부의 혁신성장이 구호로 되는 게 아니다. 기업이 혁신성장을 잘할 수 있는 풍토와 분위기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 대기업이 중소·벤처기업을 M&A하거나 기술을 도입하면 지탄의 대상이 된다. 융합이 대세인데도 대·중기 간 영역을 구분한다. 미국처럼 대기업이 중기를 M&A해 윈윈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창업자가 벤처·스타트업을 키워 엑시트(자금회수)할 때도 스톡옵션 문제가 있다. 미국은 주식투자에 대한 손해분은 소득공제를 해준다.

△한 원장=대기업이 벤처를 M&A할 때 규제하는 바람에 벤처 창업자는 엑시트도 힘들다. LED 첨단전구를 중기 고유품목으로 묶어 놓으니 오슬람·도시바 등이 들어와 시장을 잠식당했다. 글로벌 경제를 봐야 한다. 스마트팜도 큰 시장인데 대기업이 들어오려다가 철수했다. 카풀도 당사자 간 이견이 첨예한데 정부가 적극 조정해야 한다. 우버가 안 다니는 선진국이 있나. 원격진료도 마찬가지다. 효율화와 형평성의 균형을 고민해야 한다. 미국 젊은이들이 벤처·스타트업에 많이 가는 게 스톡옵션이 잘돼 있어서인데 우리는 세금 문제 등에서 좀 취약하다. 창업에 실패하면 미국처럼 소중한 경험으로 보는 게 아니라 낙오자로 본다.

△김 회장=교수할 때 과학사를 강의했다. 과거 산업혁명을 보면 기술적 동인도 크지만 기업가정신과 자본과 기술의 결합이 중요했다. 4차 산업혁명 격동기에 혁신성장을 하려면 기업가정신이 역시 제일 중요하다. 정부는 연구개발(R&D) 관료화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규제를 합리적으로 풀고 연구자에게 자율성을 줘야 한다.

△임태환 의학한림원 회장=전국 6곳의 바이오클러스터(첨복단지 포함)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입했지만 뭐하나 나오는 게 없다.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하고 정부와 정치인의 잣대로 평가하니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연구자도 ‘가만히 있는 게 낫다, 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학자 중심으로 평가해야 하고 의학한림원이 역할을 하라면 하겠다. 정부 출연연과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임태환(왼쪽부터) 의학한림원 회장, 한민구 과기한림원 원장, 김명자 과총 회장,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이 최근 과학기술회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첫 언론 특별좌담회를 갖고 “한국이 혁신성장에 실패하면 하청국가가 될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관련 좌담②

[科技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정부, R&D 혁신 드라이브로 신성장동력 창출 절실”

<5·끝>3대 한림원·과총 수장 특별좌담회

☞‘미중 첨단기술 전쟁’ 대응은

신성장 동력 창출과 제조업 혁신

기업친화 정책으로 난관 넘어야

실리콘밸리 등 틈새 파고들어야

과학·공학·의학계를 대표하는 3대 한림원과 과총 수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첫 특별좌담회에서 “미중이 첨단기술 전쟁을 벌이는데 우리나라가 하청국가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연구개발(R&D)에 드라이브를 걸어 신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첨단기술 전쟁이 한창인데 어떻게 보나.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첨단기술 전쟁이 냉전으로 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러면 우리가 더 힘들어진다. 어느 나라가 세계 주도권을 쥐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다. 우리가 메모리반도체에서 중국과 격차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이 5년간 무려 16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한다. 세계 반도체 회사의 우수 인재를 리크루팅하고 (인재유치를 위한) ‘천인계획’을 넘어 ‘만인계획’까지 하고 있어 한국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 문제다.

△임태환 의학한림원 회장=의료는 첨단기술이 인공지능(AI)·빅데이터·로봇 등과 관련돼 있다. 의료 임상의 경우 중국보다 우월하기는 하지만 바이오 쪽은 다르다. 중국이 AI·빅데이터에서 우리를 훌쩍 앞선다. 현재 의료 쪽에서 벤처가 AI 틈새를 만드는데 판로가 전혀 없다. 헬스케어 제품, AI 학문연구도 활발하지 않아 고민이다.

△김명자 과총 회장=1·2·3차 산업혁명에서는 신성장 동력 창출, 시스템 현대화, 정보독점, 금융 뒷받침 등을 잘 갖춘 나라가 부를 가져갔다.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다. 누가 핵심기술 경쟁력을 차지하고 빨리 제조업 혁신을 달성하느냐가 중요하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융합된 형태로 바뀌고 있지만 세계 교역량의 80%가 제조업에서 나온 공산품이다.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한민구 과기한림원 원장=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1등인데 인력 공급이 잘돼야 한다. 이공계 박사의 병역특례가 축소돼 고급인력 배출이 힘들다. 병역특례를 없애면 안 된다. SKY 등 수도권 대학의 박사과정생은 병역특례를 준비하느라 영어공부에 매달리는 게 현실이다. 중국은 고급인력 풀이 많고 미국에는 세계 인력이 집중된다. 한국은 외국에서 데려오기도 어렵다. 과학기술의 저변 확대가 아쉽다. 정부도 좀 더 기업 친화적이면 좋겠다. 삼성전자가 (내년 3월 가동하는) 평택 반도체 2공장의 전기 지중선에 5,000억원을 더 투자해야 하고 용수와 도로 문제도 아직 해결이 안 됐다. 첨단기술 전쟁에서 기업이 주요역할을 하지 않나. 말로만 중요하다고 하면 안 된다. 현대차가 미국에 투자하면 동네 이름까지 바꿔주고 다해준다.

△임 회장=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등에서 팀을 꾸려 의사연구자와 과학자의 공동연구가 늘고 있으나 인력이 손에 꼽을 정도다. 이들이 후진을 양성하고 미중과의 경쟁을 견인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 걱정이다. 정부와 사회가 관심을 가져주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우리 수준이 뭐 하나 깊이 있게 끌고 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권 회장=미국이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첨단장비를 중국에 팔지 말라고 했다. 중국이 5나노((㎚·10억분의1m)급 반도체를 넘어 7나노까지 가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에서 언제까지 1·2등을 유지할지 고민하고 R&D 투자를 늘려야 한다. 정부는 융합형 고급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김 회장=핵심 신기술 역량에 따라 국운이 갈린다. 기술산업으로 신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동시에 지구촌 공통과제인 기후변화, 환경오염, 빈부격차, 윤리도덕·가치관의 혼돈에도 잘 대처해야 갈등을 줄이면서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다. (초)미세먼지 문제는 중국과 공동해결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