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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 구독경제 원조는 렌털…'로봇 가사도우미'도 빌려쓰는 시대 온다

■웅진의 코웨이 인수로 본 렌털시장

소비트렌드 소유서 대여로 변화

年 20% 성장 '황금알 낳는 거위'

안정적인 현금 확보 '최대 강점'

LG·SK·롯데·한샘 등 속속 참여

가전서 라이프케어로 영역 확산

IoT·AI 등과 결합 신시장 창출도

영미 합작 드라마 ‘휴먼스(Humans)’의 인공지능 가사도우미 로봇 ‘아니타(오른쪽)’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영국 Channel 4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21일 충남 공주시 유구읍 코웨이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 코웨이 임직원들의 얼굴은 잔뜩 상기돼 있었다. 코웨이가 6년 만에 웅진그룹의 품으로 돌아와 ‘웅진코웨이’로 다시 태어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웅진그룹은 유동성 위기로 지난 2013년 1월 코웨이를 떠나보낸 후 절치부심하며 이날만을 기다려왔다. 웅진그룹에 코웨이는 어떤 의미일까. 웅진그룹은 자금부족 논란에도 불구하고 왜 그토록 코웨이를 되찾으려고 했을까. 답은 고성장하는 ‘렌털(Rental)’ 비즈니스에 있다.

국내 렌털 시장은 연평균 20% 가까이 고성장하며 오는 2020년에는 4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속에 저성장 고착화가 맞물리면서 생활가전부터 자동차·레저용품·헬스케어까지 급속도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LG그룹과 SK그룹·롯데그룹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한샘 등 중견기업도 속속 참여하며 시장의 판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물인터넷(IoT)과 렌털 시장의 결합으로 머지않은 미래에는 가사 도우미 로봇까지 빌려 쓰는 시대가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웅진그룹의 뿌리는 렌털사업=웅진코웨이는 1998년 4월 생활가전 업계에서 최초로 렌털 마케팅을 도입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여파로 구조조정의 한파가 한창 몰아치던 때다. 고가의 정수기를 직접 구매하기 어려운 가정에 제품을 빌려주고 매달 렌털료를 받는 역발상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웅진코웨이는 업계 최초로 정수기를 사후 관리해주는 ‘코디’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당시 50명에 불과하던 코디는 지금은 전국적으로 1만3,000명이 활동하고 있다. 렌털 사업 성공의 관건은 사후 관리다. 정기적으로 고객을 방문해 관리해주는 서비스 전문가들은 충성 고객을 만들어내는 일등공신이 됐다. 2006년에는 말레이시아 법인을 설립해 현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웅진코웨이가 가진 렌털 사업 DNA는 그룹의 모체인 ‘헤임인터내셔널(현 웅진씽크빅)’에서 비롯됐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35세가 되던 1980년 다니고 있던 한국브리태니커를 나와 헤임인터내셔널을 창업했다. 헤임인터내셔널은 수험생을 대상으로 카세트테이프가 딸린 교재 등을 방문 판매했다. 윤 회장 본인이 백과사전 외판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경험 덕분에 렌털 사업을 짧은 기간에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안정적인 현금창출력과 충성 고객=렌털 사업의 최대 강점은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이다. 2018년 기준 웅진코웨이 매출액 2조7,073억원 가운데 70% 이상이 렌털 판매 매출이다. 렌털 사업은 초기 비용 부담은 있지만 매달 렌털료가 들어오기 때문에 안정적이다. 또 렌털 제품 구매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부품 교체와 관리 등 제품 케어 서비스를 받는 멤버십 매출이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웅진코웨이의 영업이익은 2017년 4,727억원에서 2018년 5,198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5,51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이 19%에 육박한다. 매출 2조원이 넘는 회사가 매년 2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렌털 고객은 충성도가 높다.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다. 소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적재적소에 공급할 수 있다. 기존 시장에 없는 제품과 서비스 등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처음에는 정수기만 빌려주던 웅진코웨이는 현재 공기청정기·비데·연수기·매트리스·의류청정기·전기레인지까지 품목을 늘렸다.

2018년 기준 웅진코웨이의 국내 고객 계정은 590만으로 업계 최대 규모다. 590만 가구와 기업이 웅진코웨이의 현재 고객이자 미래 잠재고객이라는 얘기다. 2004년부터 웅진코웨이 정수기를 사용 중인 조원실(63세·경기도 김포시)씨는 “맞벌이라 정수기를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데 15년 동안 코디가 와서 관리를 해주다 보니 회사와 제품에 대한 신뢰가 쌓였다”며 “지금은 공기청정기·비데·매트리스까지 렌털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렌털 시장의 무궁무진한 성장성=전문가들은 렌털 시장의 성장성이 무궁무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1~2인 가구의 급증과 소유하기보다는 빌려 쓰는 소비 패턴을 지닌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 정보통신기술(ICT) 발달에 따른 IoT 기기 렌털 시장의 급성장 등이 배경이다. 특히 1~2인 가구 중심의 주택공급 시장의 가속화가 IoT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홈 보편화와 맞물리면서 가구와 가전 렌털 산업의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필 KT 경제경영연구소 경영전략연구팀장은 “미래 렌털 시장은 단순히 제품뿐만 아니라 빅데이터·IoT·인공지능 등을 활용해 고객에게 지금까지 체험하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는 기업에는 새로운 시장의 창출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렌털 시장과 공유 시장의 경계가 갈수록 무너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공유경제까지 아우르는 더 스마트한 렌털 시장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에서는 렌털 시장이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 중심의 라이프 케어 산업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고객들이 빌려 쓰는 제품은 아무래도 직접 구매하기에는 초기 가격 부담이 큰 고가품에 집중돼 있다. 고가의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와 스마트홈에 빌트인으로 구비돼 있는 제품은 렌털을 통해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전 세계적인 개발 붐이 불고 있는 고가의 인공지능 로봇 시장 역시 렌털 시장의 미래와 맞닿아 있다. 영미 합작 드라마 ‘휴먼스(Humans)’에 나오는 가정용 인공지능 로봇 ‘아니타’를 집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일본 소프트뱅크사는 2015년부터 ‘페퍼(Pepper)’라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을 사무용과 가정용으로 보급하고 있다. 19만8,000엔(약 196만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에다 애플리케이션 등을 다운로드 받는 기본 사용료와 보험료를 합치면 매달 이용료 25만원이 추가되기 때문에 렌털로 이용하는 고객들이 다수다.

안혜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인구구조와 소비 트렌드 변화, 기술 발전 등으로 과거 기업(B2B) 중심이던 렌털 시장의 성장축이 소비자(B2C)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일본 등 국내보다 10년 이상 앞선 선진국 렌털 시장 상황으로 볼 때 점차 시장이 고객 맞춤형으로 세분화면서 고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김정곤 논설위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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