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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우리 조합원 써달라" 요구… 건설노조 폐해 靑 청원 빗발

초보 근로자 → 숙련공으로 둔갑시켜 일당 더 받고

‘현장 돈 된다’ 소문에 정체 모를 신생노조도 우후죽순

건설사, 공기 늦어지면 피해 커 울며 겨자먹기식 수용

민노총, “차별 말라 투쟁했을 뿐 대가 요구한 적 없어”





“근로자 채용 권한은 기업에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건설현장의 인력채용은 노조의 뜻대로 좌지우지되고 있습니다. 노조원을 고용하면 비용도 더 많이 듭니다. 일당 외에도 노조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이 많아 결국 전체 공사비가 늘어나 최종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글)

한 전문 건설업체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건설노조에 끌려가는 대한민국 건설시장, 국민들은 아시나요?’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이다. 이 글에서 청원인은 건설노조의 인력채용 강요와 공사지연 등을 언급하며 “건설노조의 행위가 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 측에서 현장출입구를 통제하고 레미콘 차량까지 막아 레미콘이 굳어서 돌아간 적도 있다”며 노조로 인한 건설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달 25일에 올라온 이 청원은 현재 동참자가 3만 명을 넘어선 상태다.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지적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청원에 따르면 건설노조들은 “우리 노조원을 채용해달라” “우리 장비만 사용해야 한다” 등의 무리한 요구를 쏟아내고 심지어 뒷돈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를 감시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게 청원의 요지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글 보니 = 본지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복수의 청원 글을 분석해본 결과 건설노조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글이 대다수다.

한 청원인은 “현재 건설현장의 노조는 9개나 된다”며 “신규현장이 생기면 득달같이 달려와 하나같이 자기네 소속 조합원을 의무적으로 고용하라고 강요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건설현장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산하 건설노조를 비롯해 다수의 노조가 난립하면서 서로 싸우는 구도다. 조직이 제일 큰 노조는 자기네 노조원을 먼저 고용하게 압박한 다음, 타 노조 조합원을 고용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한다”고 했다.

건설 근로자를 마음대로 채용할 수 없다는 청원도 적지 않다. 다른 청원인은 “본인들(건설노조)이 작성한 근로계약서 양식으로 근로계약 체결을 강요하며 협박하고, 얼마 일하지도 않은 초보를 숙련공으로 둔갑시켜 높은 일당을 달라고 한다”며 “근로시간도, 숙련공 기준도 모두 그들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에 일 잘하는 노조원을 현장에 투입시켰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일을 잘 못하는 노조원으로 교체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럴 때도 사업주 승인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만 해온다”고 밝혔다.

건설노조의 장악력이 특히 강한 분야는 타워크레인이다. 다른 한 청원인은 “타워크레인을 소유하지 않은 대다수 기사 1명의 연봉환산 수입은 최소 1억원에서 최고 2억원을 웃돈다”며 “월급이 아닌 월례비와 각종 수당 명목으로 챙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타워크레인 운전기사가 태업을 하면서 월례비를 요구하면 공사 하도급 업체가 어쩔 수 없이 월례금을 상납한다. 월 300만~500만원 수준”이라며 “노조 소속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500만원가량의 월급 외에도 월례비 명목으로 300만~500만원을 추가로 받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 노조는 건설현장에 적용되는 각종 안전·환경·고용 기준 등을 상세히 분석해놓고 위반사항을 수시로 신고하고 있다고 청원인들은 하소연했다.



청원인은 “수많은 인력과 장비가 드나들고 여러 공사가 한꺼번에 진행되는 건설현장에서 시빗거리를 찾기는 쉽다”고 했다. 이어 “안전장비 미착용이나 환경조치 위반, 불법 외국 인력 고용, 건설업 취업교육 미이수자 등 다양한 법 위반 증거를 수집해 사업자가 수행하고 있는 전 현장을 고소·고발하고 근로감독을 나오게 해 현장을 마비시키는 ‘더 큰 보복’을 한다. 심지어 현장 쓰레기통까지 뒤진다”고 밝혔다.

‘노조가 건설현장에서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단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는 청원도 있다. 이 청원인은 “현장에 신생노조라고 하는 자들이 나타나 명함을 들이밀고 협상을 요구하는데 진짜 노조원인지 사기꾼인지 확인할 길도 없이 업체들은 그저 당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더 못 참겠다’ 건설업계 청와대 청원 동참 나서=청와대 청원이 폭증하면서 건설 업계도 이번 일을 계기로 집단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기회를 활용해 건설현장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대한전문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 적정한 제재와 조정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건설단체들도 이제는 단순히 청원에 동참만 하자는 수준을 넘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건설단체 모임인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최근 14개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단체장간담회를 열고 건설노조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건설단체연합회가 건설노조 문제를 논의한 것은 이례적이다.

철근·콘크리트공사업협의회는 아예 협회 차원에서 청와대 국민청원에 적극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협회는 보도자료에서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병폐를 방치하다가는 건설시장이 무너지고 국민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돼 국민청원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건설노조는 불법 외국인 퇴출, 안전관리 철저 등의 구호를 앞세우지만 결국 근본적인 목적은 자기 노조원 채용에 불과하다. 회사가 정상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도움을 달라”고 요구했다. 다른 단체도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참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건설노조 관계자는 “우리는 ‘차별을 하지 말라’는 투쟁을 했을 뿐 고용을 빌미로 대가를 요구하거나 그런 적은 결코 없다”면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일부 노조에서 폐해가 발생했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돌파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진동영·한동훈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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