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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2019] "中에도 뒤처진 기초과학...응용기술 발전도 발목잡을 것"

■과학계 석·박사 120명 설문

단발성 지원에 인재영입 미흡

선진국의 60% 미만 평가 많아

대한민국은 한국전쟁의 잿더미를 딛고 일어선 세계적 산업국가다. 전자·석유화학·철강·자동차 분야에서는 선도국이다. 항공 분야에서는 첨단의 국산 세미스텔스 전투기 개발사업(KF-X)이 유승민 의원과 같은 재정전문가와 일부 외산선호주의자들의 극렬한 반대를 극복하고 순항해 오는 2021년 상반기 첫 시제기가 나온다. 응용과학기술 분야의 급성장 덕분이다. 반면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평가는 참담하다. 우리 과학기술인들마저 한국의 수준을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에조차도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본지가 지난 8~10일 국내 석·박사급 및 포닥(박사후연구원) 과학기술인 1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미국·일본에 비해서는 대체로 60% 미만으로 평가하는 의견이 많았고 심지어 10~20% 수준으로까지 치부하는 일부 극단적 비관론도 있었다. 중국의 기초과학 부상을 주목하며 한국이 그보다도 미흡하다는 의견들도 나왔다.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이 미국·중국·일본·유럽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 묻는 설문에 대해 한 응답자는 “현재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은 그 나라들과 수준을 비교하기 힘들다”며 “기본(기초과학)이 충실하지 않으면 결국 응용기술마저 가속화되기 힘들 것”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기초과학 발전의 필요성을 느끼고 출연연 설립 및 지원이 이뤄지지만 그마저도 미국·중국·일본·유럽의 전폭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에 대비해볼 때 단발성”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한국의 기초과학 수준을 미국 대비 10%, 유럽 대비 30%, 중국과 일본 대비 50%라고 진단하면서 “노벨과학상을 위해서는 기존에 없던 연구를 해야 하는데 우리는 투자를 안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여러 가지 (과학기술 관련) 측정을 실시할 때 일본 소재 연구소의 많은 도움을 받아야 했다”며 일본 대비 기초과학력을 30%로 봤다.



기초과학은 응용·산업 분야 과학기술과 달리 단순히 인적·물적 투입량을 늘린다고 해서 단기간에 수준이 올라가기 어렵다. 어떤 측면에서는 철학에 가까울 정도로 근원적인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연구자가 한 가지 주제에 평생을 몰두해야 겨우 답을 도출할 수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은 연구개발(R&D) 성과의 양적 확대에 치중하다 보니 연구자가 평생 한길만 걷는 연구에 천착하기 쉽지 않다. 우리 기초과학 수준을 미중일 및 유럽 대비 80% 수준으로 비교적 높게 평가한 응답자조차도 “우리나라는 기초학문의 유행을 따르는 경향이 너무 강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는 기초과학 분야 연구자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도 기초과학 능력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우 식민지 시절이나 지식인이 탄압받던 문화대혁명 등의 시기에 미국·유럽으로 도피했던 과학기술인들이 훗날 귀국해 선진적인 기초과학 역량과 풍토를 중국에 심었지만 한국의 기초과학기술인 중 해외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이들이 많지 않고 그중 실력 있는 인재들은 귀국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수준을 비교적 높게 쳐준 또 다른 응답자조차도 “중국보다는 아직 (한국의 기초과학 능력이) 우위에 있으나 외국에서 연구에 종사하는 중국인을 고려한다면 이들의 잠재력도 (중국의 기초과학 능력을 높이는 데) 상당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유학 출신 중국 고급인력의 귀국현상을 주목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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