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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부품 원가·하청구조까지 노출..."패 다보여주고 경쟁하는 셈"

[美 관세폭탄 피하려...車 대외비 내줬다]

美, 韓업체 납품 받는 제품 알수 있어 주력분야 정보 유출

'외부 비공개' 조건 불구 자동차산업 전략에 활용 불보듯

관세 피할 가능성 커졌지만 더 많은 추가 투자 압박할수도







미국이 국내 완성차 업계의 밸류체인을 파악하고 있다면 이는 단순히 자동차 관세 문제에서 끝나지 않고 추가 압박의 소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지 공장에서 최종 생산하는 제품이라도 상당 부품을 외부에서 조달한다면 이를 문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압박에 못 이겨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비싼 미국에서 부품을 생산하면 기업의 부담은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멕시코처럼 인건비가 싼 곳에서 주요 부품을 만든 뒤 미국 공장에서 껍데기만 씌우는 경우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이 부품을 만들 수 있는데 왜 다른 데서 생산하느냐’는 식으로 나온다면 골치 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내연기관 부품 제조업이 국제적으로 비교열위에 놓인 것을 미국 스스로도 알기 때문에 별다른 압박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선두에 서 있는 미래차 영역에서는 간섭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자국의 안보를 명분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로부터 부품 조달망 정보를 건네받은 미국이 이 정보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에 또 다른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국제공항에서 미국의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 조치와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비즈니스 관계에서나 나올 법한 협상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며 ‘경험해본 적 없는 강수에 한국을 포함한 여타 국가들은 뒷걸음질치며 가능한 피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업 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자사 밸류체인과 원가 구조를 적어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이 관세 대상국에서 최종적으로 빠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가운데서도 “뒷맛이 영 씁쓸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업체들의 미래 사업 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정 업체로부터 납품받는 제품을 알 수 있는 만큼 해당 업체가 어떤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연기관에서 자율차·전기차 등으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과정에서 개별 업체들이 차별화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자칫 우리의 패를 보이고 하는 경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부 공개를 하지 않겠다는 전제조건을 달고 정보를 제출했기 때문에 미국 기업에 정보가 새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타국 기업의 실태를 알고 있는 만큼 미국 정부가 보다 정밀한 산업 전략을 짜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원가가 공유되면서 부품 구매비나 하청 업체 관리 등 영업 노하우가 유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미국이 25% 추가 관세를 물리지 않더라도 협상 과정에서 충분한 이익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미국은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철강 협상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이익을 챙겼다. 미국은 한국을 봐줬다고 생색을 냈지만 철강 수입을 물량 기준 30% 축소시키는 실리를 확보했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25% 관세 철폐시기를 연장했다. FTA와 철강 분야 등에서 한국의 양보는 미국으로부터 관세폭탄 면제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다.

이 때문에 한국산 자동차 추가 관세 부과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더라도 추가적인 압박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7일 발표된 백악관 자료를 보면 한국이 면제 대상에 포함된다는 뚜렷한 표현은 없다. 유럽연합 및 일본과의 협상을 염두에 두고 긴장감을 조성할 필요가 있지만 미국의 입장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세부과를 6개월 연장해 한시름 놓았지만 미국이 그동안 또 무슨 요구를 해올지 아무도 모른다”며 “자칫 관세부과 면제를 조건으로 미국이 원하는 것을 다 내주지는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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