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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진단]시스템 고장난 대한민국

국회정상화 협상 또 결렬 '민생 뒷전'

외교는 北만 바라보다 '고립무원'

경제관료, 靑 눈치에 '복지부동'

민노총 폭행에 空權力 된 공권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낙연 국무총리, 문 대통령,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연합뉴스






대한민국 시스템이 망가지고 있다. 국민들은 헛도는 국정 톱니바퀴에 난세(亂世)라고 텁텁한 한숨을 짓는다. 당리당략에 약삭빠른 위정자들은 국회 업무와 민생법안 처리를 내팽개쳤고, 경제 관료들은 청와대의 눈치만 보며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 당청은 권력집단이 돼버린 민주노총에 휘둘리며 불법에 눈을 감고 있고, 공권력은 외려 폭행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2일 현재 국회에 올라온 법안은 1만4,000개를 훌쩍 넘지만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된 것은 지난 4월5일이 마지막이다. 두 달가량 국회가 놀았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달부터 21개 업종이 새로 주 52시간 적용을 받는다. 정부의 준비 안 된 근로시간 단축에 탄력근로제 확대를 매듭지어야 하지만 국회는 태업과 무능으로 일관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은 오히려 법안심의를 지연시키는 족쇄가 됐다. 선거제 개혁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것을 놓고 헛된 공방만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이날 6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포함한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하고 결렬됐다. 국회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국해(國害)’하고 있다는 조소가 쏟아지는 이유다.

세상 밖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로 경쟁이 치열한데 우리 외교는 고립무원이다.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것이라는 ‘해바라기 외교’를 끝끝내 고집하다 한미동맹 시스템은 멍들었고 실리 대신 감정을 앞세운 대일외교는 회복불능 상태다. 주요2개국(G2)의 무역충돌이 한창인 상황에서 중국은 한국이 미국의 ‘반중(反中) 전선’에 합류할 경우 경제보복의 칼날을 들이댈 태세다.

경제는 더듬이를 잃은 메뚜기 마냥 헛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채무 확대를 내비치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오는 2022년 국가채무가 45%에 달하게 될 것”이라고 호기롭게 말했다. 지난해 말 680조원이었던 국가채무는 4년 만에 277조원이나 늘어 956조원에 달하게 된다. 내년 총선 표심을 의식해 증세와 세수확보 방안은 쏙 뺐다. 부처가 권한과 책임을 지고 투자 활성화, 규제 완화, 노동 유연화, 구조조정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하는데 관료들은 청와대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공권력은 공권력(空權力)이 됐다. 경찰은 민주노총이 마구 휘두른 폭행에 만신창이가 되고 있는데 정부는 엄정한 법 집행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이 돼버린 민주노총은 3월 기준 100만명인 조합원 수를 특수고용직까지 합류시켜 200만명으로 확대하려 한다. 촛불 정부가 ‘우리에게는 손을 못 댈 것’이라는 자신감마저 보인다. 서울경제 펠로(자문단)인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청와대만 보이고 내각이 보이지 않는 것은 시스템이 오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남은 3년 동안 내각에 권한과 책임을 줘 과감한 개혁과 혁신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정명 경제부장 vicsjm@sedaily.com

[국가채무·에너지전환·최저임금...靑 주문에 하청업체 전락한 부처]

경제 부처가 권한과 책임지는 시스템 무너져



확장재정·탈원전 따른 비용은 결국 국민 부담

기재부 컨트롤타워 상실...靑 눈치보기에 급급

주요2개국(G2) 간 무역 보복전과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더디기만 한 차세대 신산업 육성까지.

한국 경제는 가보지 않은 길에 서 있다. 하지만 경제정책은 지금까지 쌓아올린 시스템을 허문 채 주먹구구 운용이 난무하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재정으로 메우는 식이다. 정책 시야도 당장 눈앞의 포퓰리즘에 가려 있다 보니 긴호흡을 가지고 추진돼야 할 정책들의 과속이 심각하다.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청와대의 주문에 경제 부처가 하청업체로 전락했다는 자조도 나온다. 당청이 설익은 대책을 던지면 정부는 뒷수습에 여념 없다. 당정청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며 정책 생산이 이뤄져야 하지만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는 당청의 기세에 눌린 지 오래다. 경제 운용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는 징후다.

◇혼선 빚는 정책들=경제정책 운용 원칙과 시스템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답게 시스템에 기반해 안정적으로 운용되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 수십년간 나랏빚 관리의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국가채무비율 40%’가 대통령 말 한마디로 무너진 게 대표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채무비율을 40%로 삼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었고 이 말 한마디는 재정 당국 존재의 의미를 없애버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2022년이면 국가채무비율이 40% 중반까지 오를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적극적 확장 재정 주문에 화답했다. 애초 정부가 예상한 2022년 수치는 41.6%다. 기재부 차관을 지낸 한 전직 관료는 “기재부 공무원이라면 국가채무비율 40%의 의미를 절대 가볍게 여길 수 없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제는 확장 재정을 하겠다는데 어디에서 재원을 조달할지는 함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증세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게 청와대와 정부 입장이다. 결국 빚을 내야 하는데 이는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에너지정책도 대책 없기는 마찬가지다. 원자력 발전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키우겠다고 하지만 이는 전기료 인상을 동반한다. 킬로와트(㎾)당 전력 구입 단가가 원자력은 62원8전인 데 비해 신재생은 177원96전으로 3배나 비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탈원전정책으로 인한 전기료 인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한국전력 등 공기업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이는 곧 국민 부담이다. 한전은 올해 2조4,000억원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전체를 크게 보며 균형적 사고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제 역할 못하는 컨트롤타워=굵직한 정책이 모순투성인 것은 컨트롤타워인 기재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당청에 정책 주도권을 내줬기 때문이다. 당청은 기본적으로 표(票)를 먹고 살기 때문에 포퓰리즘 속성이 강하다. 가장 전문성 있는 정책 전문가 집단인 경제 관료들이 정작 당청 간 의사결정 과정에서 뒷전으로 밀려나다 보니 스텝이 꼬이는 것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주세(酒稅) 개편 연기,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기재부 입장이 당청 눈치 보기에 밀린 사례가 적지 않다.

충분한 준비 없이 덜컥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제, 이로 인해 촉발된 버스 대란 사태가 대표적이다. 대통령 국정과제로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제의 후폭풍이 자명한데도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손 놓고 있다가 버스 파업이 임박해서야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결국 봉합한 것도 정치인 출신 장관과 지자체장끼리였다. 공유경제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출퇴근 시간 카풀 허용, 월급제 시행 등에 합의했지만 당청과 택시 노조가 합의안 마련 전면에 섰을 뿐 국토부는 들러리에 그쳤다./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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