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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英총리 동생 조 존슨 부장관 사퇴...형제는 왜 갈라섰나

"각료로서 봉사할 수 있어 영광" 사퇴 의사 밝혀

브렉시트 놓고 형 존슨 총리와 이견 커져

3년 전 국민투표에서도 EU 잔류 주장

아버지 스탠리 존슨도 EU잔류파

'정치가 만들어낸 가족싸움' 분석도

조 존슨 영국 기업부 부장관 /블룸버그




눈에 띄게 밝은 금발에 헝클어진 머리카락. 한 집에서 교육받으며 함께 엘리트 코스를 밟은 형제.

뉴욕타임스(NYT)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조 존슨 기업부 부장관 형제를 이렇게 표현했다. 공통점이 많은 형제이지만 함께 영국 정치에 몸 담았던 이들은 결국 다른 길을 택하며 서로에게 등을 돌렸다.

지난 5일(현지시간) 존슨 총리의 동생인 존슨 부장관은 각료직과 하원직에서 모두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9년 동안 오핑턴을 대표하고 3명의 총리 하에서 각료로서 봉사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사람이 나의 부장관직과 하원의원 역할을 맡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5일(현지시간) 웨스트요크셔 웨이크필드 경찰신병학교에서 연설하고 있다. /웨스트요크셔=로이터연합뉴스


존슨 부장관의 갑작스러운 사퇴를 둘러싸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둘러싼 형 존슨 총리와의 이견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존슨 부장관 역시 트위터를 통해 사임 의사를 밝히며 “최근 수주 간 가족에 대한 충성과 국익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며 “이는 해결할 수 없는 갈등이었다”고 말했다. 일간 가디언은 ‘가족에 대한 충성’은 그의 형 존슨 총리를, ‘국익’은 브렉시트 전략에 대한 반대를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존슨 총리가 ‘노딜 브렉시트’(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것)를 불사하겠다는 강경 전략을 구사하자 이에 반대하는 부 장관이 결국 사퇴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존슨 총리는 지난 이틀 사이 브렉시트와 관련한 하원 표결에서 ‘3연패’를 당하며 궁지에 몰렸지만 호락호락하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영국 하원은 지난 3일 브렉시트 시한을 내년 1월 말로 연기하는 내용의 ‘노딜 브렉시트 방지법안’ 표결을 위한 동의안(찬성 328표, 반대 301표)을 통과시킨 데 이어 다음날 노딜 브렉시트 방지법을 찬성 327표, 반대 299표로 가결했다. 이에 반발한 존슨 총리는 곧이어 조기총선안을 발의했지만 찬성(298표)이 하원의원의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정족수(434표)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마지막 승부수였던 조기총선마저 무산됐지만 존슨 총리는 EU에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요청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며 노딜 브렉시트에 향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는 “(브렉시트 관련) 일을 진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며 오는 9일 다시 한 번 조기 총선 법안을 상정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같은 회기 내 동일한 사안을 다시 표결할 수 없도록 규정한 의회 규약에 따라 재상정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이처럼 강력히 브렉시트를 밀어붙이는 형과 달리 존슨 부장관은 2년 전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에 반대한 EU 잔류파다. 그는 사퇴문에서도 국민투표를 재실행 하는 것이 2016년 진행한 최초 투표의 결과를 무시하거나 민주주의를 모욕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영국이 EU에 남아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영국 런던 하원에서 3일(현지시간) 의사 일정 주도권을 내각에서 하원으로 가져오는 결의안에 대한 투표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런던=AP연합뉴스


존슨 부장관이 존슨 내각에 대해 “훌륭한 국내 어젠다를 지지한다”고 밝히며 브렉시트와 관련한 이견이 있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보리스는 국내적으로는 모두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존슨 총리의 국내 정치는 지지하지만 대외정책, 특히 브렉시트와 관련해서는 이견이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 3일 하원 투표에서 ‘반란표’를 행사한 보수당 의원 21명을 숙청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존슨 부장관이 크게 반발한 것이 이번 사퇴의 결정적 배경이란 분석도 나온다.

존슨 형제의 측근들도 브렉시트를 강행하는 존슨 총리에 대한 존슨 부장관의 불만이 커졌다고 전했다. 존슨 총리의 일대기를 담은 ‘보리스 존슨의 모험(The Adventures of Boris Johnson)’의 저자 앤드류 김슨은 “존슨 부장관은 형에 대한 충성도가 높지만 유럽 현안에 대해선 이견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형보다 더 젊고 화제를 몰고 다녔으며, 형과 비슷한 커리어를 밟았지만 그 둘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며 “보리스는 항상 중심에 있고 싶어 했지만 조는 그렇지 않았다”고 NYT에 전했다. 하지만 유럽의회 의원 출신인 아버지 스탠리 존슨으로부터 물려 받은 ‘야망 유전자’가 있어 학문적으로 더 높은 경력을 추구하고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존슨 부장관의 사임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11월에도 테리사 메이 당시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두고도 반대 의사를 밝히며 각료직을 떠날 만큼 브렉시트에 관해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

존슨 부장관의 사임을 가족 불화의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장남 보리스 총리에 대한 지지를 보여왔던 아버지 스탠리는 브렉시트에 관해선 아들의 정책에 반대하는 뜻을 밝혀왔다. 그는 “EU를 떠난 영국은 결국 종말할 것”이라며 존슨 총리가 이끄는 브렉시트 추진 세력에 반감을 표하기도 했다. 스카이뉴스는 자신의 형이 이끄는 내각을 떠나기로 한 결정은 공공연한 가정 불화를 보여준다며 “정치가 만들어낸 가족 싸움” 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인이자 과거 자유민주당 소속이었던 존슨 총리의 여동생 레이첼 존슨도 “가족들이 식사 때 브렉시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피한다”고 말했다.

한편 존슨 부장관이 사임 의사를 밝히자 총리실 대변인은 “그는 능력 있는 부장관이자 멋진 국회의원이었다. 정치인으로서도 동생으로서도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며 그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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