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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구매물량<농산물 400억~450억弗> 과도…소화 힘들 것" 美서도 회의론

[전환점 맞은 미중 무역전쟁]

■美 내부 '완승' 의구심 커져

WSJ "현재로선 약속에 불과

실효성 낮아 속임수 일수도"

트럼프 '생색내기 성과' 해석도

대선까지 2단계 압박 강화할듯





“유럽전승기념일(VE day)까지는 아니지만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지적재산도용 같은 오래된 문제에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룬 데탕트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 발표가 나온 후 미국의 주요 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내린 평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로부터 무조건적 항복을 받아낸 수준은 아니지만 일정 수준 의미가 있는 합의라는 얘기다.

실제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상당한 양보를 얻어냈다. 미국은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고율관세를 유지하면서도 1년에 400억달러에서 최대 450억달러까지 중국에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에너지와 공산품을 더하면 중국의 미국산 수입 규모는 2,000억달러까지 치솟는다. 지재권과 기술이전 강요 등의 분야에서도 어느 정도 개선 약속을 받아냈다. 반면 중국의 핵심이익인 화웨이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겉보기로는 미국의 승리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이번 합의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 협상팀이 중국의 합의 위반을 막기 위해 농산물 수입 약속을 어길 경우 관세를 부활하는 스냅백 조항을 뒀고 향후에도 이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언제든 깰 수 있다는 것이다. WSJ는 “이 모든 것은 현재로서는 약속에 불과하다”며 “중국의 문제는 이들이 일상적으로 속임수를 쓴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농산물 구매물량부터 과도하게 많다. 무역전쟁을 시작하기 전 지난 2017년 중국은 미국에서 농산물을 240억달러를 사들였다. 지금까지 가장 많았던 규모는 2013년 290억달러다. 하지만 최소 400억~450억달러, 중장기적으로 500억달러까지 수입을 늘려야 한다. 이 경우 중국이 많게는 두 배 가까이 수입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국이 이를 소화하기 힘들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구매에는 가공식품이 포함되며 중국 정부는 시장가격보다 높지 않게 최대 500억달러어치의 농산물을 살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면서도 “브라질 같은 국가에서 더 적은 비용으로 농산물을 살 수 있다면 단순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 농산물을 사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이번 합의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여주기식 성과 내기라는 해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대선 때까지 큰 규모의 합의를 했다는 점만 부각하면서 선거에 이용하기만 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장단을 맞춰주면서 경기둔화로 궁지에 몰려 있는 상황을 모면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는 말이 있다. 중국이 별다른 성과 없이 미국의 요구를 상당 부분 들어준 모양새를 취한 것도 미국의 선거 국면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의도라는 얘기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전한 500억달러 규모의 농산물 수출에 의심이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미국 내부적으로도 장기화하는 무역전쟁에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1,56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관세 부과연기와 1,100억달러 규모의 제품에 대한 관세인하에도 여전히 상당수 제품은 25%의 관세를 물고 있다. 1,100억달러 제품도 7.5%는 내야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여전히 저비용 제조 노동력과 노하우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 재계에는 커다란 먹구름이 남아 있다”며 “이번 합의에도 관세가 25%로 고정돼 있는 자동차와 장비제조업 같은 기업들의 고통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2단계 협상뿐 아니라 유럽연합(EU)과 우리나라 등에 통상압력을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2단계 협상을 즉각 시작하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WP는 “중국과의 제한적인 협상을 통한 휴전은 (미국이 중국과) 지속적인 관세부과와 시장점유율을 놓고 흥정을 하겠다는 의미”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와의 영구적인 무역전쟁을 구상하고 있음이 더 확실히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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