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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당 179만원..."재건축도 못해요"

■'애물단지' 전락하는 지방 노후 아파트 단지 가보니

경북 김천 부곡주공1단지 49㎡

2년새 반토막 2,150만원에 거래

청주·원주 등 준공40년 지나도

지역부동산 침체에 재건축 포기

정부 차원 임대활용 등 모색해야

경북 김천시 부곡주공1단지 전경./권혁준기자




‘보증금 50만원· 월세 5만원’

경북 김천시 부곡 주공1단지 게시판에는 세입자를 구하는 공고가 즐비했다. 지하 주차장이 없는 노후 아파트 특성상 주차공간이 부족할 법했지만, 주차장 70% 이상은 텅 비어 있었다. LPG 가스통과 연결된 파이프라인은 단지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그대로 보여줬다. 해당 단지 전용 49㎡는 지난 12일 2,150만원에 실거래됐다. 공급면적 3.3㎡당 179만원 꼴이다. 서울에서는 원룸 월세 보증금도 안 되는 가격이다. 이마저도 2017년 초 실거래가(5,000만원)와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준공 40년 차인 이 단지는 안전진단 D등급을 받고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인근 부동산 대표는 “이미 재건축 이야기만 10년째 나오는 중”이라며 “살 사람도 없거니와 재건축을 하느니 차라리 주변에 새로 짓는 편이 저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노후 아파트 단지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서울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일 정도로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원도의 경우, 올해 초부터 지난 16일까지 20년 초과 아파트 매매가가 9% 하락해 전체 평균(-7.1%)보다 하락 폭이 더 컸다. 충청북도(-8.2%), 충청남도(-6.3%), 경상북도(-7.0%) 등도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하락률을 나타냈다.

경북 김천시 부곡주공1단지 게시판에 세입자를 구하는 공고가 붙어있다./권혁준기자




◇ 버려지는 지방 노후 아파트=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입주 40년 차 ‘동주·선아 아파트’ 전용 74㎡는 지난 6월 6,500만원에 거래됐다. 3년여 전(8,350만원)과 비교하면 2,000만원 가까이 하락했다. 이 단지는 10여 년 전 재건축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시 서울 등 외지에서 몰려온 투자자들이 대거 매입했지만, 사업이 표류하면서 현재는 다수가 빈집으로 남은 상황이다. 이후 원주혁신도시 개발에 따른 대규모 공급, 지역 부동산 경기침체 등이 겹치면서 재건축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인근 K 부동산 대표는 “매도 문의는 계속 들어오지만, 사려는 사람은 없다”며 “원주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인데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 정비사업이 진척되긴 힘들 듯하다”고 말했다.

내부 수리와 도색을 통해 수명을 이어가는 아파트도 있다. 충북 청주시 ‘모란아파트’는 준공 41년 차다. 해당 단지는 외부 도색과 내부 수리를 통해 거주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이 일대 동남택지지구 과잉공급 여파로 모란아파트의 시세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전용 61㎡는 지난해 12월 4,650만원에 거래된 것이 마지막 거래다. 2017년 6월 거래가(6,000만원)에 이어 하락세다.

강원 원주시 동주아파트 전경./권혁준기자


◇ 노후화 진행 중인 중층 아파트도 ‘걱정’= 지방 중층 아파트는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각 지자체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저층 아파트보다 재건축이 어려운 만큼 추후 더 큰 문제가 생길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방 노후아파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정부와 지자체·공기업 차원에서 주택 예산을 확충해 적극적인 대책에 나서야 한다”며 “철저한 수요 조사를 바탕으로 임대주택 등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각 지역에 산업을 육성하고 양질의 주택을 공급해 인구 증가와 주거 환경 개선 등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 역시 “지방은 아파트 수요가 줄고 있는 만큼 용적률을 완화해도 결국 미분양이 발생한다”며 “이대로 내버려둘 경우 지역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해결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천·청주·원주=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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