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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모자의 난…'막장드라마'로 치닫는 한진家

조원태 회장, 어머니 이명희와 언쟁

李 고문, 가족갈등 중재역할 상실

대표이사 임기 종료 앞둔 조 회장

KCGI와 손잡고 반격 나설수도





경영권을 둘러싼 한진(002320)그룹의 ‘남매의 난’이 결국 ‘모자의 난’으로 확대됐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을 제외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한진칼(180640) 전무 등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지난 25일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회동을 하기 위해 이 고문 자택에 모인 자리에서 언쟁 끝에 집안 집기가 부서지는 등의 소란이 발생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조 회장은 이 자리에서 어머니인 이 고문이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누나인 조 전 부사장 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말싸움을 벌이다 기물을 파손하는 등 소란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중재 기능 상실한 ‘어머니’ 이명희 고문=‘남매의 난’을 해소하기 위해 어머니인 이 고문이 나섰던 가족 간 경영권 분쟁 조정은 이날 발생한 소란으로 인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크리스마스 모임에 참석했던 가족들만 알 수 있는 소란이 세간에 알려졌다는 점에서 ‘모자의 난’으로까지 확대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고문이 다시 중재에 나설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로서 집안 남매간 경영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집안 어른’으로서의 권위는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한진 오너가를 잘 알고 있는 관계자는 “조 회장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에 부담을 느껴 외부에 알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소동을 외부에 알린 세력은 조 회장이 아닌 다른 가족들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존속상해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어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되지 않아 경찰이 인지수사를 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다만 명확한 사실관계가 증명되고 당사자의 신고가 있어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종로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신고가 들어오지는 않았다”며 “명확한 사실관계도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혐의를 구체화해 인지수사를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고립돼 가는 조 회장, 파격 선택할까=조 회장이 이 고문의 중재에 반발해 이번 사건이 일어난 만큼 이 고문이 조 전 부사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고문과 조 전 부사장은 최근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혐의 등으로 함께 재판을 받으며 사이가 돈독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문과 조 전 부사장이 손을 잡을 경우 두 사람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11.8%로 조 회장(6.52%)에게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재선임을 받아야 하는 조 회장 입장에서는 ‘집안 어른이 손을 들어줬다’는 명분과 자신보다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한 조 전 부사장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어머니인 이 고문의 지지를 잃은 조 회장이 내년 주주총회 때 확실한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파격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건설(6.28%) 등이 이 고문의 우호지분으로 알려진데다 동생인 조 전무는 아직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델타항공(10%)은 조 회장의 우호세력으로 알려졌지만 실상 누구에게 우호적인지를 스스로 밝힌 적은 없다. 이에 따라 시장 일각에서는 고립된 조 회장이 한진 오너가의 경영권에 개입하기 위해 지분을 사들였던 KCGI(17.29%)와 손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조 회장이 KCGI에 일정 부분의 경영권을 약속한다면 투자금 회수를 위해 안정적 경영이 필요한 KCGI가 이를 거부할 이유가 많지 않다”며 “다만 이 경우 조 회장은 가족들과는 완전히 등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엇갈리는 한진그룹 내부 여론=한진그룹 내부에서는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장단점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조 회장은 2003년 한진정보통신에 영업기획담당 차장으로 입사해 2014년 한진칼 대표, 2016년 대한항공 대표가 됐다.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이 4월 세상을 떠나며 후계자를 명확히 지명하지 않았지만 조 회장은 장례절차가 끝난 지 8일 만에 한진그룹 회장에 전격 취임했다. 조 회장은 항공 분야에 대해서는 깊은 식견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조 회장은 2년제 미국 대학 힐커 칼리지를 수료하지 못했는데도 인하대에 편입한 것이 드러나 지난해 학사 학위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MBA 학위가 모두 취소됐다.

조 전 부사장은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뒤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본부에 입사해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를 맡는 등 호텔사업부에서 입지를 굳혀 왔다. 한진가 3남매 중 가장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2014년 ‘땅콩회항’ 사건과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채용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도덕적인 면에서 비난을 받아왔다.

한진그룹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경영자로서 강점과 단점을 갖고 있다”면서도 “직원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분쟁이 정리돼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형·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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