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여성의 집 안을 훔쳐봐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조현락 판사는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회사원 A(42)씨에게 지난 5일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6월 새벽 처음 B씨 집 건물 담장 위에 올라서서 1층에 있는 주방 창문을 통해 B씨 주거지 내부를 들여다봤다. 또 지난해 1월께 새벽, 같은 해 8월 오후 8시께에도 같은 행동을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씨가 올라선 담장이 이웃건물과의 경계를 표시한 구조물로 주거침입 혐의 객체인 건조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올라선 구조물은 이웃 건물과의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앞부분을 제외한 옆면에 설치된 것”이라면서 “앞부분 및 옆부분으로는 피해자의 주거지 건물에 아무런 제한 없이 드나들 수 있는 구조로 돼있다. 또 출입을 제한하는 별도의 시설물이 설치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A씨가 올라선 구조물은 그 높이가 50㎝ 정도에 불과해 이웃건물과의 경계를 표시하는 구조물로만 인식될 여지가 상당히 크다”며 “또 높이와 형태 등에 비춰 일반인의 통행을 차단하기 위한 물적 설비로 인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씨가 외부인이 함부로 출입할 수 없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명확히 드러나 있는 곳에 침입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지적한 뒤 “A씨에게 주거침입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도 했다.
또한 지난 2010년 대법원 판례를 들면서 “주거침입죄에서 ‘건조물’은 엄격한 의미에서의 건조물 그 자체뿐만이 아니라 그에 부속하는 곳을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며 “건조물에 인접한 토지에 외부와의 경계에 담 등이 설치돼 외부인이 함부로 출입할 수 없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고 판시했다.
덧붙여 재판부는 “건조물 이용해 기여하는 인접의 부속 토지라고 해도 통제가 없어 보행으로 경계를 쉽게 넘을 수 있다고 한다면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된다는 사정이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보기 어려워 주거침입죄의 객체에 속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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