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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27년 만에 美 여성 작가 품으로.. '루이즈 글릭' 수상

1968년 등단한 77세 '시인'

“솔직하고 틀림없는 목소리”

최근 수년 간 논란 겪은 끝에

유럽·남성 중심주의서 벗어나

202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루이즈 글릭./EPA연합뉴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77)이 선정됐다. 2017년부터 3년 연속 유럽의 문인을 선택했던 한림원은 올해 대서양 건너 북미에서 영예의 주인공을 찾았다. 글릭은 미국 여성 작가로는 1993년 토니 모리슨 이후 27년 만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노벨문학상이 제정된 이래 열여섯 번째 여성 수상자이기도 하다.

스웨덴 한림원은 8일(현지시간) 전 세계 문학계의 관심이 집중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루이즈 글릭을 호명했다.

글릭은 1943년 뉴욕 태생으로, 현재 예일대 영문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내에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시인이 아니지만 미국에서는 현대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1968년 ‘맏이’(Firstborn)를 통해 시인으로 데뷔하자마자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1993년 ‘야생 붓꽃’(The Wild Iris)으로 퓰리처상을, 2014년엔 내셔널북어워드를 수상했다. 2015년 국가인문학훈장(National Humanities Medal)도 목에 걸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한림원 위원인 작가 안데르스 올손은 “‘야생 붓꽃(The Wild Iris, 1992)’에서 ‘신의 있는 그리고 고결한 밤(Faithful and Virtuous Night, 2014)’에 이르기까지 글릭의 시집 12권은 명료함을 위한 노력이라고 특징지어진다”고 설명했다. 올손은 또 글릭의 작품 세계를 19세기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과 비교하며 “단순한 신앙 교리(tenets of faith)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는 엄정함과 저항”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림원의 또 다른 관계자도 그녀를 선정한 이유로 “글릭의 목소리는 솔직하고 틀림없다. 그녀는 유머와 날카로운 재치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릭의 자전적 배경이 작품에서 유의미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고백파 시인(confessional poet)이라 할 수는 없다. 글릭은 보편성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족생활의 주제, 엄격하지만 익살스러운 지성, 세련된 구성력 등 세 가지 특징이 결합해 글릭의 작품세계에서 재발현된다”고 분석했다.





글릭의 이번 수상은 10년 만에 한림원이 시인에게 주목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노벨상을 받은 마지막 시인은 2011년의 스웨덴 작가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였다. 일각에선 2016년 수상자인 밥 딜런도 가수 겸 시인이라고 하지만 가수 쪽으로 무게중심이 크게 쏠린 인물이기에 문학계에서는 글릭을 트란스트뢰메르 이후 첫 시인 수상자로 평가한다.

이에 더해 한림원이 미국 문단으로 눈을 돌렸다는 점도 주목된다. 노벨문학상은 2008년 한림원 위원이었던 호레이스 엥달이 미국 작가들에 대해 “대중문화 트렌드에 너무 민감하다. 미국 문학은 고립돼 있다”고 말할 정도로, 미국 문학을 저평가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2016년 밥 딜런을 제외하고 2014년부터 매년 유럽 작가들이 수상자로 선정됐었다. 글뤼크는 수상 소식을 접한 후 “놀랍고 기쁘다”고 말했다고 한림원은 전했다.



글릭의 수상으로 노벨문학상을 둘러싸고 수년 동안 지속 된 논란도 매듭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벨문학상은 2018년 심사위원 배우자가 ‘미투’ 논란에 휩싸여 수상자가 발표되지 않았고, 지난해에는 수상자 페터 한트케가 유고슬라비아 내전 당시 인종청소를 자행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에 동조했던 과거가 드러나면서 비난이 빗발치는 등 거듭 논란에 휘말렸다. 이에 한림원은 자성의 시간을 보낸 끝에 ‘비유럽’, ‘여성’이라는 키워드에 무게를 두고 논란의 여지가 없는 ‘안전한’ 수상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총상금 900만크로나(약10억9천만원)와 함께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받게 된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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