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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안 걸리려면 도망? ...역추적 기법 잇단 무죄에 '속수무책'

음주운전 의심 경찰 10시간 후 자수

역추산 기법 '위드마크', 법적 효력 없어

'크림빵 뺑소니'·'방송인 이창명'도 무죄

지난달 27일 저녁 서울 마포구 도로에서 경찰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광주광역시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의심되는 경찰관이 음주운전 단속 현장에서 도망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경찰관은 술을 깨고도 남는 시간인 약 10시간 후에 경찰서에 출석했는데, 음주량과 신체적 특징 등을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음주 여부를 수사할 예정이다. 위드마크 공식은 마신 술의 농도, 음주량, 체중, 성별 등을 고려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수사 기법이다.

1931년 스웨덴의 생리학자 에릭 마태오 프로셰 위드마크(Erik Matteo Prochet Widmark)가 ‘사람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시간당 0.015%씩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고안했다. 다만 음주단속 도주 경찰관은 음주 운전 행위가 들통나 처벌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위드마크로 한 음주 수치 추산이 법원에서 인정되기 쉽지 않은 탓이다.

크림빵 뺑소니 사건 CCTV 영상 자료사진./청주 흥덕경찰서 제공


◇‘크림빵 뺑소니’·‘방송인 이창명’…위드마크 불인정 대표 사례

위드마크로 산출한 음주 추정 수치는 법원에서 핵심적인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위드마크 공식에 대해 “범죄구성요건 사실의 존부를 알아내기 위해 과학공식 등의 경험칙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법칙 적용의 전제가 되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에 대하여는 엄격한 증명을 요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위드마크 공식은 운전자가 음주한 상태에서 운전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한 경험법칙에 의한 증거수집 방법에 불과하다’는 판례도 있어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흔하다. 위드마크로 추산한 수치가 인정되지 않은 대표적 사례가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다. 2015년 1월에는 충북 청주에서 화물차 운전을 마치고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만삭의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서 집으로 가던 남성이 뺑소니 사고로 숨졌다.

가해 차량 운전자 A씨는 사건 발생 19일 만에 자수해 소주 4병을 마시고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 추정치를 공소장에 넣어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원심에서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이르기까지 “A씨가 섭취한 알코올의 양, 음주 종료시각, 체중 등 전제 사실에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의 음주운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이창명 방송인./연합뉴스




방송인 이창명 씨의 2018년 음주운전 무죄 판결도 위드마크 공식이 인정되지 않은 사건으로 꼽힌다. 이씨는 2017년 4월 술을 마신 뒤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삼거리 교차로를 지나다 교통신호기를 들이받고 차를 버린 채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9시간 만에 경찰에 출석한 이씨가 음주운전 사실을 부인하면서 검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 사고 당시 이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정지 수준인 0.05% 이상이었던 것으로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과 대법원판결에서 이씨의 음주운전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피고인이 술을 마시고 운전했다는 합리적 의심은 들지만, 술의 양이나 음주 속도 등이 측정되지 않아 위드마크 공식에 따라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 상태에서 운전했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음주운전 단속 현장 도주 ‘처벌 못 해’

위드마크 공식이 법원에서 증거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라 음주단속 현장에서 도주하거나, 음주사실 감추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잘못된 대응법’이 운전자들 사이에서 회자하기도 한다. 이번에 음주단속에 도주한 경찰관도 음주단속 현장에서 도주해 약 10시간 이후에 경찰 출석해 음주 측정을 받아 혈중알코올농도 0%가 나왔다.

결국 해당 경찰관도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한 음주운전 수치를 처벌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경찰은 이 경찰관을 술집에서 지인과 술을 마신 사실을 밝혀내 마신 술의 양과 운전하기 전까지의 경과 시간 등을 조사해 위드마크를 적용할 예정이나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경찰관에 음주단속 현장에서 도망간 행위도 처벌해야 한다는 비판 여론도 높지만, 이는 처벌 조항이 없는 형편이다. ‘음주 측정 거부’ 혐의는 단속 경찰관이 음주단속 실시를 3차례 이상 고지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적용이 어렵고, ‘도주죄’는 미란다원칙과 혐의를 고지받고 체포된 상태가 아니라 성립되지 않는다.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할 수도 있지만, 도주 과정에서 단속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협박한 행위가 없어 이 또한 혐의 적용할 수 없다. 다만 경찰관 신분으로 법의 맹점을 악용해 음주운전 사실을 감추기 위해 도주한 사실은 음주운전 징계와는 별도로 징계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사적 모임 자제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복무지침을 위반한 것도 징계를 받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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