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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국민연금, 국내주식 매도 멈춘다…허용범위 1%p 확대 '즉시 실행'

총 허용 범위는 그대로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이탈 허용 범위를 1%포인트 넓힌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매도 압력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9일 제4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국내 주식의 전략적자산배분(SAA) 이탈 허용 범위를 현재 ±2%포인트에서 ±3.0%포인트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적용 시기와 관련해서는 “공포하는 대로 바로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결정에 따라 국민연금의 전략적 투자 비중 상한은 기존 18.8%에서 19.8%로 올라간다. 3월 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19.1%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이 목표 비중 유지 규칙을 변경한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기금위는 국내 주식 매도 압력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규칙 변경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권 장관도 모두 발언에서 "3월 말 국내 주식의 전략적자산배분 비중이 허용 범위 상단을 초과 이탈했다"며 "넉 달 연속 허용 범위 이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시장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3.5%포인트가 현재의 시장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지만 원만하게 변경하자는 위원들의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SAA 허용 범위가 확대됐지만 올해 말 목표 비중은 '16.8%±5%'로 변동이 없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더 사들일 여력은 없다. 대신 SAA 목표에 따라 기계적으로 생기는 매도 물량은 줄어들 수 있다. 그렇다고 효과를 장담하기도 어렵다.

동학개미 압박에 백기 국민연금…장기적으로 수익률 하락 우려

근본적인 전략 없는 불 끄기 식 전례 남겼다 비판도…독립성도 침해

국민연금이 결국 여론에 떠밀려 국내 주식 목표 비중 허용치 일부를 바꿨다. 해외 증시와 비교해도 폭이 컸던 코스피의 상승으로 국민연금 일각에서는 아예 국내 주식 투자 자체를 늘리자는 제안도 나왔다. 박스피 시절을 잣대 삼아 만든 기계적인 국내 주식 전략에 손질은 필요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는 없었다. 그 결과물은 별다른 알맹이 없이 개인투자자의 시위성 요구에 굴복한 모양새가 됐다는 점에서 나쁜 전례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한 국내주식 목표 비중 허용치는 그 동안 논의했던 방안과 거의 같다. 올해 국민연금 국내 주식 투자 목표 비중인 16.8%에서 허용 위험 한도를 ±5%포인트만큼 두되, 시장 변화를 따르는 전략적 이탈 허용범위(SAA)를 ±2.0%포인트에서 ±3.0%포인트로 1%포인트 늘렸다. 코스피 상승 시 자연히 늘어나는 국내주식 비중을 18.8%에서 19.8%까지 높였으니 주가 상승에도 국내 주식을 팔지 말고 둬도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셈이다.



반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운용역이 판단하는 전술적 이탈 허용범위(TAA)는 ±3.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줄였다. 코스피가 상승할 때 수익을 얻기 위해 주식을 팔거나, 하락할 때 사는 판단과 행위는 이 영역에서 이뤄진다.

기금위는 “지난 2011년 목표비중 허용범위 설정 당시 국내 주식의 허용 범위가 다른 자산군보다 좁게 설정됐고 2019년 이후 허용범위 이탈이 9차례로 증가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범위를 넓힌 만큼 제한적 수준의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은 “총 허용범위를 유지한 채 전략적 이탈 허용범위를 늘리면, 국내 주식을 매도하지 않고 멈추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코스피가 올라 전략적 이탈 허용 범위를 넘겼을 때 전술적 허용 범위가 남아 있으면 더 팔지 않고 둘 수 있었다. 이날 기금위를 긴급 개최한 정부가 참석자들의 합의를 유도한 만큼 이 같은 의지가 국민연금의 운용에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의 전문가 집단인 투자전략위원회 등은 이번 방안이 큰 효과가 없으면서 독립성과 전문성을 침해한다며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이들은 아예 근본적으로 국내 주식 비중을 16.8%에서 늘리거나 총 허용범위를 ±5.0%포인트에서 넓히는 방안도 제시했다. 효과가 나타날, 제대로 된 변화를 하는 게 맞다는 얘기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 등 정부는 미세조정이 아닌 큰 수술에 대한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 국내주식 매도 반대 여론이 나오던 1월 말 국내주식 비중은 21.0%였다. 당시에는 이번 방안을 적용해도 전략적 이탈 허용한도가 19.8%까지만 늘어나므로 적용을 해도 달라질 게 없다. 그러나 3월 말 비중은 19.1%로 낮아졌다. 두 달 간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일정량 매도해 19.8% 밑으로 낮춘 것이다. 국민연금이 실제 일정량의 국내주식 매도를 달성한 뒤 여론 달래기에 나선 셈이다.

이날 회의는 위촉 위원 14명 가운데 반대 입장을 나타낸 참여연대 측의 이찬진 변호사 등 노동계·시민사회계 4명의 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속전 속결로 이뤄졌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찬반이 팽팽한 가운데 한 차례 의결이 불발 되자, 투자정책위나 실무평가위를 거쳐 재논의 안건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절차를 생략하고 십여일 만에 합의 처리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국민연금을 국내 주식시장 부양 수단으로 악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증권 업계의 관계자는 “지난해 코스피 하락으로 가격이 낮았을 때 산 주식을 현재 가격이 오를 때 팔지 못했으니 내년 이후 코스피가 상승하지 않으면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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