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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대우건설 돌고 돌아 중흥 품으로…몸값만 2,000억 깎아줬다

■2.1조에 매각…논란은 여전

"우발채무 바라보는 시각서 차이"

'인수종결성' DS네트웍스에 앞서

중흥건설 단숨에 업계5위로 껑충

'가격 낮추려 꼼수 재입찰' 비난에

KDBI "수정제안 업계선 흔한 일"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사진 제공=KDB인베




중흥건설이 우여곡절 끝에 대우건설을 인수한다. 인수 가격은 최초 본입찰 때보다 2,000억 원가량 낮아졌다. 계획대로 대우건설을 품으면 중흥건설은 단숨에 업계 5위로 뛰어오른다. 다만 본입찰을 끝낸 뒤 다시 같은 업체들을 대상으로 재입찰을 하는 등 매끄럽지 못했던 매각 절차를 두고는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대현(사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5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열어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중흥건설그룹을, DS네트웍스·스카이레이크 컨소시엄을 예비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번 선정은 매각 대금, 거래의 신속·확실성, 대우건설의 성장과 안정적 경영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매각가는 경쟁자인 부동산 시행사 DS네트웍스 컨소시엄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2조 1,000억 원 안팎이다. 그러나 거래 종결 확실성에서 중흥이 DS 측을 앞섰다. 중흥건설은 미래에셋증권을 인수 자문사로 삼았고 KB증권으로부터 9,000억 원이 넘는 인수 금융을 조달받기로 했다. 나머지 인수금 약 1조 원은 중흥건설 자체 현금과 부동산 개발이익으로 예정된 자금을 유동화해 마련할 예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격보다는 대우건설의 우발채무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건설사인 중흥과 그렇지 않은 DS 간 차이가 났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약 38조 원의 국내외 수주 실적을 갖고 있으며 이 중 8조 원가량이 해외 사업이다. KDB인베는 우협 선정 이후 상세 실사에서 추가 부실이 나오더라도 매각 가격에는 3%만 반영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양측 모두 8조 원 중 5조 원가량은 나이지리아와 이라크 사업으로 일정 이상 수익이 보장된 것으로 봤다. 다만 나머지 3조 원 중 중흥건설은 최대 5,000억 원가량의 부실이 나오더라도 국내 주택 사업 등이 최대 15% 이상 수익을 낼 수 있으므로 충분히 감내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DS네트웍스 측은 1차 본입찰에 1조 8,000억 원을 써냈고 이후 2조 원 초반까지 가격을 올렸다. 대신 KDB인베에 추가 부실이 발생하면 보상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번 매각은 전체적인 절차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KDB인베가 매각 절차를 밝힌 뒤 3주 만에 인수 후보들에게 예비 입찰을 건너뛰고 본입찰을 실시하며 최소한의 정보조차 주지 않았다. 민간 영역에도 보기 힘든 밀실 매각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참여를 검토한 건설사·사모펀드 등은 줄줄이 포기했다. 대우건설 인수를 검토한 업계 관계자는 “조(兆) 단위 매각을 하면서 아무런 정보도 없이 3주 만에 구속력 있는 가격을 제시하라는 KDB인베의 태도는 여러모로 낯설었다”고 지적했다.

본입찰 당일 호반건설이 참여를 번복한 것은 가격을 올리기 위한 매각 측의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중흥건설이 DS네트웍스보다 5,000억 원 이상 비싼 가격을 써낸 것은 호반의 참여를 예상했기 때문이다. 중흥건설은 본입찰 당일 KDB인베에 인수 과정의 의혹을 근거로 가격을 수정해주지 않으면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KDB인베는 DS네트웍스가 써낸 1조 8,000억 원을 갖고 협상하는 대신 양측 모두의 수정 제안을 받기로 결정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사실상 재입찰을 하게 된 셈이다.

민간에서는 본입찰 뒤 매각 측이 가격이나 조건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추가로 수정 제안을 유도하는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본입찰 당일 자신의 가격 제안이 너무 비싸다며 번복하고 매각 측이 이를 받아들여 경쟁자에게 다시 제안하라고 하는 사례는 드물다. 중흥 측은 호반이 참여할 것으로 알고 가격을 높였는데 실제로 참여하지 않았으므로 가격을 수정하겠다고 주장했다.

사상 초유의 가격 인하를 위한 재입찰이라는 비난에 대해 이 대표는 “인수 후보 중 한 곳(중흥)이 본입찰 당일 수정 제안을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여 다른 후보(DS)에 수정 제안할지 타진한 것”이라면서 “재입찰이 아니며 가격을 수정하는 것은 민간 영역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KDB인베는 사모펀드 운용사로서 매각 절차를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으며 법적 제한이 없다. KDB인베 입장에서는 중흥건설이 인수를 포기한 상황에서 최대한 높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그럼에도 매각의 가장 중대한 요소인 가격에 대해 특정 후보의 수정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KDB인베가 대우건설 매각 종결성을 높이기 위해 예비 입찰도 생략하고 이행보증금도 만들었으나 중흥에서 발을 빼려고 하면서 주도권을 잃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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