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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 만해의 '심우장'·文人 사랑방 '수연산방'…예스러운 운치, 지친 일상에 쉼표

■서울 성북동으로 떠나는 한옥 여행

요정이었던 길상사, 법정 스님 뜻 따라 평안 주는 공간으로

수연산방 누마루선 액자속 그림같은 앞뜰 풍경 감상

한용운이 지은 심우장, 애국지사들 독립의 혼 깃들어

길상사 방문객이 극락전 앞에서 예불을 드리고 있다.




빌딩 숲 안에 자리한 한옥은 숨 가쁘게 돌아가는 도시에 쉼표 같은 존재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은 오래된 한옥은 그 자체만으로도 멋과 정취를 느끼게 한다. 그래서 북촌이나 전주 한옥마을에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예스러운 운치를 느끼려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성북구에도 대표적인 한옥촌이 자리하고 있다. 북촌이나 전주처럼 한옥 여러 채가 한곳에 모여 있진 않지만 곳곳에 자리 잡은 한옥을 통해 역사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불교 사찰 길상사는 성북동 최고급 요정이었던 한옥 건물이다. 1987년 대원각 주인 김영한이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감동해 대원각 대지 2만 3,140㎡와 건물 40여 동을 시주했다. 법정 스님은 대원각을 대한불교 조계종 송광사 말사 대법사로 등록했다가 길상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길상사 경내에 공덕주 김영한의 사당과 공덕비가 세워져 있다.


길상사는 대원각 시절 건물을 대부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길상사는 이곳이 종교를 초월해 누구나 부담 없이 드나들며 마음의 평안을 얻는 공간으로 남기를 바란 법정 스님의 뜻에 따라 스님 입적 후에도 일반인을 위한 다양한 사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수연산방 건넌방(사진 왼쪽)과 대청(가운데)과 누마루에 당호와 누호를 뜻하는 여러 개의 편액이 걸려 있다.




단편소설의 선구자라 불리는 상허 이태준은 성북동 자택을 수연산방(서울시 민속자료 제11호)이라 이름 짓고 1946년 월북하기까지 이곳에 머물렀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산속의 집에서 책을 읽고 공부한다’는 이름 뜻에 걸맞게 당시 수연산방은 문인들의 사랑방이었다. 상허는 김기림·정지용·이효석·박태원·김유영 등과 구인회를 조직하고 수연산방에서 시와 문학을 논했다. 그 수연산방이 1998년부터는 찻집으로 운영되고 있다. 언뜻 보면 전통 한옥 같지만 사랑채와 안채를 한 건물에 배치한 1900년대 개량 한옥이다.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왼쪽에 건넌방, 오른쪽에 안방을 두고, 건넌방과 툇마루, 안방과 누마루를 다실로 사용한다. 앞뜰 풍경을 액자 속 그림처럼 감상할 수 있는 누마루가 명당이다.

독립운동가인 만해 한용운이 성북동 골짜기에 지은 집 심우장 내부.


만해 한용운의 심우장(사적 제550호)은 1933년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한용운이 성북동 골짜기에 지은 집이다. 비좁고 가파른 골목을 한참 올라야 닿을 수 있는데, 낮은 철 대문 안으로 들어가면 너른 마당에 북향으로 지은 근대 한옥 한 채와 관리소가 보인다. 만해는 조선총독부를 마주 보기 싫어 산비탈 북향 터에 집을 지었다.

만해가 서재로 사용했던 온돌방에는 독립운동가이자 서예가인 오세창이 쓴 ‘심우장(尋牛莊)’ 현판이 걸려 있다. ‘심우(尋牛)’는 깨우침을 찾아 수행하는 과정을 소를 찾는 일에 비유한 불교 설화에서 유래했다. 심우장에 남겨진 만해의 친필 원고, 유품, 서화, 초상화, 옥중 공판 기록 등을 통해 그의 독립운동 활동상과 애국지사들과의 교류 모습을 짐작해본다.

서울관광재단은 성북동 한옥을 모두 둘러볼 수 있는 서울도보해설관광 코스를 운영 중이다. 길상사·선잠단지·최순우옛집·이종석별장·심우장·수연산방까지 3시간짜리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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