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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심장서 웨이퍼 서명…한미, 기술혈맹 시대 열었다

[바이든 방한]

◆한미정상 삼성 평택캠퍼스 회동

바이든, 반도체 공급망 요충지서

팹리스·파운드리 협력 강화 카드

美 의회 'R&D 법안' 촉구 메시지

韓은 '전략적 가치' 알리는 계기

AI 등 신기술 공급망 구축도 탄력

취임 후 한국을 처음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이재용(오른쪽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함께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웨이퍼에 서명했다. 공장 등 현장을 방문하면 방명록에 이름을 적는 경우가 많은데 종이 대신 웨이퍼를 택한 것이다. 이는 한국과 미국이 결성한 ‘기술 동맹’의 상징을 그대로 보여줬다.

윤 대통령은 서명 후 이어진 연설에서 “방한의 첫 일정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삼성 반도체 평택 캠퍼스를 방문하신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도체는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로봇 등 모든 첨단 산업의 필수 부품이자 미래 기술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면서 “대한민국은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의 70%를 공급하면서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한국의 반도체 경쟁력을 과시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11일 만에,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단시간에 미국 대통령을 만나 한미 관계를 군사·경제에 이어 기술 동맹으로 발전시켰다. 안보 동맹을 맺은 1953년 이후 70년 만에 한미 동맹의 범위가 최대로 확장되는 것이다. 이날 한미 관계의 역사적 진화를 알린 장소는 글로벌 선두에 있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상징하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 캠퍼스다.

한미 정상이 처음 만나는 장소로 평택 캠퍼스를 정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다. 백악관과 외교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시간으로 오전에 전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인 평택 캠퍼스에서 한미가 기술 동맹으로 밀착하는 모습을 알리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판단은 평택 캠퍼스가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체인의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평택 캠퍼스는 퀄컴·엔비디아 등 세계 굴지의 반도체 설계 업체들의 첨단 칩을 대신 생산해주는 7나노(㎚·10억 분의 1m) 이하 극자외선(EUV) 공정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설계 기술을 가진 미국과 생산 기술을 보유한 한국의 전략이 집결된 곳이 평택 캠퍼스다.



또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 미국 인텔 등 라이벌 업체보다 EUV를 먼저 도입해 평택 캠퍼스에서 생산 규모를 확대해가고 있다. 미국은 파운드리 분야의 세계 시장이 대만의 TSMC로 갈수록 기우는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TSMC의 질주를 견제하지 못하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신기술 공급망의 한 축이 특정 국가와 기업에 쏠리는 위험이 생기는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과감한 파운드리 투자로 TSMC 중심의 시장을 흔들고 있는 현장이 바로 이 평택 캠퍼스다.

바이든 대통령이 신기술 공급망 체계에 동참하는 한국의 평택 캠퍼스를 미국 사회에 보여주며 미 의회를 향해 연방 연구개발(R&D) 투자 관련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또 미래 산업의 필수품인 반도체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진행되면 장기적으로 물량도 늘어나고 일자리도 창출된다. 이는 경제적으로는 공급 압박을 낮춰 현재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해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경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으로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평택 캠퍼스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면서 우리나라의 전략적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미국의 국가 안보를 보장할 미래 핵심 기술인 반도체 공급의 키를 한국이 쥐고 있는 사실이 정상회담을 통해 보여지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신기술 공급망 관리를 함께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한국이 참여해야 한다는 정당성이 부여되는 효과도 있다. 반대로 무역 보복을 거론하는 중국을 향해 우리의 신기술 경쟁력을 과시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한미는 평택 반도체 선언을 계기로 동맹 국가를 중심으로 한 신기술 공급망 구축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기내 브리핑에서 “한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수출 통제 문제 등에 대한 논의도 진행할 예정”이라며 “우리의 접근 방식을 우리의 원칙에 따라 사례별로 조정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수출 통제와 반도체·배터리 등 원천 기술 협력, AI와 양자 기술 등을 의제에 올린다. 이와 함께 한미가 IPEF에 동승하는 데서 나아가 반도체 동맹인 ‘CHIP4(한국·미국·일본·대만 반도체)’, 안보 동맹인 ‘쿼드(Quad, 미국·인도·일본·호주 안보협력체)’ 워킹그룹 참여 문제도 조율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오늘 방문을 계기로 한미 관계가 첨단 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안보 동맹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미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 기간에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경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런 만일의 사태에 준비돼 있다”며 “우리는 대응으로 우리가 무엇을 할지 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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