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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묵은 '편두통'도 잡는다…원인경로 차단하는 항체주사 등장

■편두통 치료 판도 바꾼 '항CGRP'

한나절 이상 두통에 일상생활 지장

국내 환자수 250만~300만명 추산

'엠갈리티' '아조비' 등 항체약물

통증 원인경로 차단, 치료효과 커

환자 절반이 두통횟수 반으로 줄어

한쪽(편측) 머리가 아프다고 오해와 달리, 편두통은 환자의 절반 정도만 머리 한쪽에 통증을 느낀다. 이미지투데이




#두 자녀를 둔 워킹맘 김서경(35·가명)씨는 20대 중반부터 원인모를 편두통에 시달렸다. 속이 메스껍고 울렁거리는 기운이 올라오면 어낌없이 편두통이 몰려왔다. 발작이 시작되면 움직이기만 해도 골이 흔들리는 느낌이라 직장에서도 좀처럼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 중요한 미팅이 있는 날은 두통이 시작될까 불안한 마음에 진통제를 몇알씩 삼키며 버텼다. 퇴근 후 아이들과 놀아주기는 커녕 꼼짝없이 어두운 방에 누워있는 날도 많았다. 컴퓨터단층촬영(CT)·자가공명영상(MRI) 등 각종 영상검사를 받아봐도 원인을 찾지 못해 괴로워하던 김씨는 최근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항체주사제를 처방받은지 두 달만에 편두통 횟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김씨는 “편두통 발작이 나타나지 않은지 한달 가까이 되어간다”며 “10년 만에 편두통에서 해방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 평소와 다른 두통, 내 몸이 보내는 이상신호?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두통을 경험한다. 그만큼 흔한 증상이라 질환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진통제를 먹으며 그때그때 통증을 가라앉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전까지 경험해본 적이 없는 심한 두통이 지속되거나 평소와 두통의 양상 또는 빈도가 달라졌다면 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임상적으로는 특별한 원인 없이 머리가 아픈 경우를 ‘일차 두통’이라고 통칭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질환이 편두통이다. 명칭 때문에 흔히 한쪽(편측) 머리가 아프다고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편두통 환자의 절반 정도만 머리 한쪽에 통증을 느낀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두통이 발생했다가 증상 발현 후 4~72시간 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5번 이상 했다면 편두통일 가능성이 높다. 심장이 뛰는 듯한 박동성 통증이 특징적 증상으로 찌르거나 조이고 욱신거리는 통증 양상도 흔하다.



◇ 전구증상 있다면 단순 두통 아닌 ‘편두통’…숨은 환자까지 300만 추산


보통 ‘전구기-조짐-두통기-후구기’의 4단계로 진행되기 때문에 두통이 시작되기 전 전구증상과 조짐만 잘 살펴도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편두통 환자의 약 80%가 피로감·무기력·집중력 저하·목덜미 뻣뻣함· 식욕 변화·예민한 감정 등의 전구증상을 겪고 대개 편두통 발생 2~48시간 전에 나타난다. 편두통 조짐은 편두통 시작 직전 또는 동시에 발생하는 증상이다. 시야 일부가 흐려지거나 일렁거리는 시각 조짐 또는 입술과 손끝의 감각이 무뎌지고 저리는 감각 조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편두통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1년 48만여 명에서 2021년 71만여 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대한두통학회는 미진단된 인원을 고려할 때 편두통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250만~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실제 대한두통학회가 2019년 세브란스병원, 을지대병원 등 11개 종합병원 신경과를 찾은 편두통 환자 207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첫 증상 발현 후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10.1년이 걸렸다. 진단까지 21년 이상 걸렸다는 응답도 14%(29명)나 됐다. 편두통 증상을 겪은 후 곧바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3%(27명)에 불과했다. 문제는 편두통이 만성화되면 결근, 결석, 능률 저하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 급성기 치료·예방치료 병행해야 효과…CGRP 항체, 치료 만족도↑


일단 편두통이 시작되면 진통 목적의 급성기 약물을 복용하고 더 심해지지 않도록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두통 빈도가 너무 잦거나 강도가 심해 급성기 약물로 해결이 어렵다면 두통 발생 빈도 및 강도를 줄여주는 예방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진통 목적의 급성기 약물 사용을 한 달에 10회 이상 복용하면 자칫 만성 편두통, 약물과용 두통 등으로 변형될 수 있다. 기존에는 항우울제·항뇌전증약 또는 고혈압 치료에 쓰이는 베타차단제·칼슘통로차단제 등이 편두통 예방치료에 쓰였다. 다만 환자들이 체감하는 효과가 크지 않았는데 최근 도입된 항체약물은 편두통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티드(CGRP·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에 달라붙어 두통 유발 경로를 차단하는 기전을 통해 뛰어난 증상완화 효과를 나타낸다.

김경민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가 CGRP 항체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대한두통학회는 2021년 진료지침에서 엠갈리티(성분명 갈카네주맙)·아조비(성분명 프리마네주맙)·에이모빅(성분명 에레누맙)·바이엡티(성분명 엡티네주맙) 등 CGRP 항체를 편두통 예방치료에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엠갈리티와 아조비 2종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며 회당 30만 원 상당이던 주사제 비용 부담도 소폭 낮아졌다. 김경민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한 번 주사를 맞고 10년간 따라다니던 두통이 한달 넘게 사라지는 환자들도 있다”며 “두통이 만성화되면 치료가 더욱 어렵고 숨어있는 원인을 놓칠 수도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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