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5조 달러(약 7110조 원)를 돌파하며 세계 최초 ‘5조 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시총 규모가 불과 석 달 만에 1조 달러 증가한 것으로, 이는 세계 3위 경제 대국인 독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서는 규모다.
29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전 거래일보다 2.99% 상승한 207.04달러에 마감했다.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쓴 덕분에 시총도 5조 311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이는 시총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4조 254억 달러)보다도 1조 달러 이상 많다. 전 세계 증시에서 시총 5조 달러를 넘은 기업은 엔비디아가 역사상 처음이다. 엔비디아의 시총은 7월 4조 달러의 벽을 넘어선 지 석 달 만에 1조 달러 이상 늘었으며 2022년 챗GPT가 출시된 후 엔비디아 주가는 12배 넘게 올랐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는 57% 급등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연초 이후 상승률(17.5%) 중 약 20%가 엔비디아의 강세 덕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엔비디아의 시총은 미국·중국에 이어 경제 규모가 세 번째로 큰 독일을 넘어서게 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독일의 명목 GDP가 5조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기업가치는 네덜란드, 스페인, 아랍에미리트(UAE), 이탈리아, 폴란드 증시 전체 시총을 합친 것보다 더 크다. 하그리브스랜스다운의 맷 브리츠먼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의 시총 5조 달러 돌파는 기술 산업의 지형을 바꾼 역사적 선언”이라며 “AI 산업의 규모를 시장이 과소평가하고 있다. 이 주식은 여전히 비싸지 않다”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이날 강세를 보인 것은 전날 워싱턴DC에서 개최한 개발자행사(GTC)에서 AI 관련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효과가 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 자리에서 “미국 에너지부와 협력해 새 AI 슈퍼컴퓨터 7대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슈퍼컴퓨터는 양자컴퓨터 기반으로 구성되며 에너지부 산하의 아르곤국립연구소와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 설치된다. 이들 연구소가 핵무기와 핵에너지 관련 연구도 수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엔비디아의 슈퍼컴퓨터가 미국 국방·에너지 분야의 핵심 연구에 적용되는 셈이다. 엔비디아는 핀란드의 통신장비 회사 노키아의 6세대(6G) 기지국에 자사 칩을 탑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 우버와 자율주행차 공동 개발, 인텔에 50억 달러 투자, 팰런티어·크라우드스트라이크 등과의 AI 파트너십 확대도 예고했다. 로이터통신은 “5조 달러는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의 총합보다 크며 유럽의 주요 주가지수인 ‘스톡스600’의 절반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비디아는 AI 혁신의 심장부에 있다”며 “AI 시대의 ‘산업 표준’을 만드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현재 월가의 대다수 전문가들은 엔비디아 주가에 상승 여력이 크다고 보고 있다. 블룸버그가 추적하는 80명의 애널리스트 가운데 90% 이상이 엔비디아에 ‘매수’ 의견을 낸 상태다. 포트피트캐피털그룹의 댄 아이 최고투자책임자는 “AI에 베팅하는 모든 것이 결실을 본다면 주가가 정당화될 수 있겠지만 그 가운데 일부는 기대에 확실히 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엔비디아에 투자하지 않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주가에 높은 기대치가 반영된 것도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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