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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곳간 좀먹는 예산적폐 없애라]정책자금 연결 브로커 활개...성공보수 최대 20% 요구하기도
경제 · 금융 정책 2017.06.11 18:02:13“새 정부 탄생 후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추경 편성이 지난해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융자 접수 후 예산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던 대표님들, 궁금한 사항 있으면 연락 주세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정책자금 관련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글이다. 정책자금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이가 남긴 글로 보이는데 문재인 정부 추가경정예산으로 정책금융자금 지원이 확대될 것이니 상담을 받아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업체는 일단 기업 부설 연구소를 세우면 심사 때 유리하다는 노하우(?)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겉으로는 합법적인 경영 컨설팅이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업체에 따라서는 성공보수 명목으로 많게는 지원금의 10~20%까지 요구한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거꾸로 보면 그만큼의 나랏돈이 중간업체로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줄줄 새는 중기 정책자금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책자금은 금융 지원과 연구개발(R&D) 같은 사업 지원으로 구분되는데 이 가운데 금융은 관성에 따른 반복·중복지원으로 경쟁력 없는 기업의 수명만 늘려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대규모 정책자금 덕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효율은 낮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우리나라의 정책금융 비중은 세계적으로도 높다. 2014년 현재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책금융 비중은 7.33%로 세계 2위다. 1위는 일본(12.14%)으로 독일(0.99%)과 미국(0.45%), 영국(0.03%) 등 주요 선진국은 1%를 넘지 않는다. 올해 국책은행과 보증기관의 자금공급 규모만 무려 186조7,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효율성이다. 공급은 많은데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9조6,000억원의 정책금융을 지원받은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정책금융을 지원받은 업체는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총요소생산성 증가분이 2.73 낮았다. 이를 2011년 부가가치창출액으로 계산해보면 47조8,335억원으로 이들이 정책자금을 받지 않은 기업만큼 생산성이 나왔다면 50조3,105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금융을 받게 되면서 자금 사정은 나아졌지만 혁신을 게을리했다는 의미다. 국회예산정책처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2012년 중소기업진흥공단 융자 지원업체 가운데 다른 정책금융기관으로부터 같은 연도에 보증이나 대출을 받은 업체는 51.7%였다. 이 중 타 정책금융기관에서 중복지원을 받지 않은 업체의 매출액 세전 순이익률은 3.5%로 중복지원을 받은 기업(2.9%)보다 높았다. 특히 정책금융자금은 관성이 돼버렸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정책금융에 계절성이 존재한다. 2015년 금융연구원이 중기 정책금융상품을 취급한 2개 대형 은행과 2개 보증기관을 분석해보니 A은행의 경우 매년 연말에 정책금융 공급이 급증했고 B보증기관은 매년 6월 이후 보증액이 크게 증가했다. 사전에 정해진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일반대출 만기 연장하듯 자금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정책자금 보증지원을 받은 중소기업의 신용도에서도 입증된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7~2011년 신용보증기금의 신규 보증에서 신용등급이 양호하거나 우량한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 비중이 2007년 30.8%에서 2011년 63.5%로 상승했다. 자체 신용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한 대기업과 상장기업에도 신규 보증이 지속적으로 공급됐다. 우량한 기업에 정부 지원이 쏠리면 그만큼 예산은 낭비된다. 중복보증 문제도 여전한데 한때 40%대에 달했던 신보와 기보 간 중복보증은 여전히 7~8%에 달할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추정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장기 중복지원이나 기업 쪼개기를 통해 신규 대출을 타내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저리로 대출을 받아 새로 회사를 세운 뒤 계속 이자만 갚거나 기업을 쪼개서 자식에게 상속한 뒤 파산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20년씩 보증을 받으면서 기업공개 못하고 독립 못하는 업체는 퇴출되는 게 맞다. 이들이 한 번에 부실화할 경우 중기발 재정위기가 올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천문학적인 정책금융 지원에도 좀비기업(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업체) 수는 증가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1년 1,890개였던 좀비기업은 2015년 2,474개로 증가했다. 올해 공급되는 정책금융기관 대출 가운데 1%만 부실화해도 1조8,000억원이 공중으로 사라진다. 전문가들은 개별 기업 위주로 돼 있는 현 중기 정책금융 구조를 특정 신산업에 속한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정부가 대기업 정책금융을 통해 철강과 조선·화학 분야를 키워냈듯 앞으로는 인공지능(AI)이나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의 중소기업을 선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팀장은 “지금까지 중기 지원은 개별 기업에 지원하는 구조였다”며 “새 먹거리와 중소기업을 융합해 신산업과 중기를 같이 키울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김영필·빈난새기자 susopa@@sedaily.com -
[예산 '적폐' 없애라] 中企 300곳, 창업정책자금 4번이상 받았다
경제 · 금융 정책 2017.06.11 17:57:41A 중소기업은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개 부처의 8개 중기지원사업으로 총 943억원의 지원을 받았다. B 기업 역시 5개 부처의 31개 사업에서 모두 300억원을 탔다. 정책자금을 받아내는 ‘신공’을 발휘한 셈인데, 이런 현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이뿐 아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3년간 창업지원 프로그램으로 네 번 이상 수혜를 본 기업은 무려 299개에 달했다. 한 기업이 A 부처, B 부처로부터 창업 지원을 받고 이듬해에도 같은 사업으로 C 부처 등에서 받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더욱이 매출액이 많을수록 정부의 중소기업정책자금 신청 비율이 높았으며 회사를 만든 지 20년이 넘는 업체도 정책자금을 받아가고 있다. 이들 일부는 중복수령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11일 서울경제신문이 IBK경제연구소의 ‘2016년 중소기업 금융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2015년 기준으로 최소 4,500개 안팎의 업력 20년 이상 중소기업이 정책자금을 신규 수령한 것으로 추정됐다. 10년 이상으로 잡으면 1만4,000여개 안팎(전체의 45%)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또 매출 100억원 이상 업체 가운데 정책자금을 지원받은 기업은 9.4%였지만 10억원 미만은 6.3%였다. 중기정책금융의 비효율성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2%포인트를 감소시킨다는 분석도 있어 나랏돈이 새는 구멍을 막기 위해서는 중기정책자금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들만의 리그’에 발을 들이면 혜택이 지속되면서 여러 문제도 파생한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긴급경영안정지원 융자를 매년 받은 업체만도 24개, 4회 이상 받은 기업은 86개다. 정책금융을 이용하면서 구조조정 대상이 돼야 할 좀비기업들이 연명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책금융이 거꾸로 나랏돈을 까먹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정책금융 지원을 받은 업체의 생산성이 떨어져 GDP 0.2%포인트(2조4,770억원)를 손해 보고 있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중기정책지원이 무차별적·시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기관별 유사기능은 정비하거나 통폐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영필·이태규기자 susopa@@sedaily.com -
[예산 '적폐' 없애라]지원 눈치채고 "납품가 낮춰라"...대기업만 배불린 중기자금
경제 · 금융 정책 2017.06.11 16:18:08지난해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사업을 따낸 A 제조기업은 최근 원청 대기업으로부터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납품 단가를 대거 낮추라는 통보가 내려왔다. A 기업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요청으로 우리 원가 체계 등 자금 사정을 대기업이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됐는데 아무래도 사정이 나아진 것을 보고 정부 지원을 눈치채 결국 단가를 낮추라고 통보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지원을 받아도 대기업이 이에 맞춰 단가를 낮추라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지원하지만 결국 원청 대기업이 빨아올리는 ‘빨대효과’도 중기 지원 예산은 나날이 늘어나는데 큰 효과를 못 보는 주된 이유다. 실제 우석진 명지대 교수 등의 실증분석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과 광업에 속한 중기는 빨대효과로 5.17%의 생산성을 손해 본 것(2008년 대비 2011년 기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프트웨어 등 원가를 책정하기 힘든 업종의 빨대효과가 심했다. 제조업과 같은 뚜렷한 원가가 없는 정보서비스산업은 대기업이 단가를 후려치면 이에 맞출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기 스스로도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다. 장우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지원을 받기 전에는 괜찮았던 중기들이 시간이 갈수록 노력을 게을리하는 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빨대효과에서 보듯 정부 지원을 대기업이 가로채고 산업 생태계 상 아무리 노력해도 대기업이 버티고 있어 성장에 한계가 있자 꼬박꼬박 정부 지원액만 타 먹으며 현실에 안주한다는 것이다. 실제 장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5년까지 정책자금을 받은 중기는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총자산영업이익률이 1.1%포인트 낮았다. 정부 지원 체계도 지원금만 관성적으로 타 먹는 기업들을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 백훈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체 중소기업 지원 사업 중 10년 이상 된 프로그램이 절반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사업은 유망한 중기에 흘러가기보다 기존에 지원 받던 기업에 계속 지급될 가능성이 높다. 백 연구위원은 “2015년부터 운영되는 ‘중소기업 지원사업 통합관리시스템’으로 중장기 성과 분석을 할 수 있음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비효율을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2000년대 후반에 새롭게 도입된 사업은 일몰제도 적용을 받지만 그 이전에 만들어진 것은 계속 제도가 존재하며 받던 기업들에 지원해주는 경향이 있는데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근본적으로 정부의 중기 지원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까지의 중기 지원은 중기가 망했을 때의 후폭풍이 두려워 연명시켜주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는데 유망한 중기를 정밀하게 골라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위원은 “중기가 망하면 잠깐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이들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다른 중기에 흘러들어가 새로운 자양분이 된다”며 “중기 정책의 목표를 중기 하나하나의 생존으로 보지 말고 큰 시야에서 우리 경제 전체의 발전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예산 '적폐'없애라] '데스밸리' 넘는데 써야 할 돈을...20년된 중기 4,500곳이 받아가
경제 · 금융 정책 2017.06.11 16:16:16지난해 2월22일부터 사흘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GSMA 모바일 전시회. 다른 나라들은 ‘미국관’ ‘영국관’ 등 국적별로 한 개의 국가관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한국만 두 개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것과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한 한국관이 각각 마련돼 있었다. 부처가 소통이 안 돼 국제전시회에 참가하는 중기를 각자 지원한 것으로 산업부가 2월 초에 깨닫고 미래부에 부랴부랴 조정을 요청했지만 미래부는 시간이 촉박해 응할 수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결국 같은 나라 부처끼리도 말이 안 통해 생긴 일로 참가자들 입에 오르내리며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감사원은 올해 초 대표적인 중기 중복 지원 사례로 적발하고 주무 부처인 산업부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 지난 5년간 중소기업에 75조원의 혈세를 쏟아붓고도 그럴듯한 중소기업 하나 키워내지 못한 주된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의 중기 지원 중 절반가량은 정책금융, 나머지는 기술·인력 등 예산 지원인데 유사·중복 문제가 도를 넘어선 상황이다. 우선 2013년부터 올해까지 중기 지원 예산(정책금융, 기술·인력지원 등 모두 포함)은 총 74조9,000억원에 달한다. 성적표는 이렇다 할 ‘히든챔피언(규모는 작지만 강한 기업)’ 하나 없을 정도로 초라하다. 오래된 기업들이 정책자금을 받아가는 것을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실제 2015년 기준, 업력 20년 이상 기업은 4,500개 안팎이, 10년 이상 기업은 1만4,000여개가 정책자금을 타갔다. 물론 문제는 없다. 하지만 정책자금은 창업 5년 이내 기업이 성장의 한계를 맞게 되는 ‘데스밸리(Death Valley)’를 넘도록 돕는 데 집중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래된 기업에 대한 지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업력이 길수록 반복 수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2015년 중복 지원으로 지적한 자료에 따르면 A 중소기업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개 부처의 8개 중기 지원 사업으로 총 943억원의 지원을 받았다. B 기업 역시 5개 부처의 31개 사업으로부터 총 300억원을 받았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3년간 창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네 번 이상 수혜를 받은 기업은 무려 299개에 달했다. 한 기업이 A 부처, B 부처로부터 창업 지원을 받고 이듬해에도 같은 사업으로 C 부처 등에서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유가 뭘까. 백훈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기 지원 사업을 조정할 수 있는 기구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1988년 대통령 직속 ‘중기특별위원회’가 설립돼 중기 사업의 심의·조정 기능을 수행, 유사·중복을 어느 정도 걸러냈다. 2008년 위원회가 폐지되고 청와대 내에 ‘중기 비서관’으로 갈음했지만 사업 심의·조정기능을 잃었다. 현재는 중기청이 문제를 발굴해 기획재정부에 건의하고 있지만 기관장이 차관급인 ‘청’ 단위의 의견이라 장관이 버티는 각 ‘부’에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실제 이에 따라 절감된 예산은 2014년 158억원, 2015년 422억원, 지난해 25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전체 중기 예산(16조5,000억원)의 0.2%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기 지원 사업 수는 연간 1,300개가 넘을 정도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중기청에 따르면 올해 중기 육성 사업 예산은 16조6,000억원, 사업 수는 1,347개다. 중앙부처 18개에서 288개, 17개 지방자치단체에서 1,059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방은 예비타당성의 칼날도 피해가며 계속 사업 수를 늘리고 있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기재부는 300억원 이상의 나랏돈이 들어가는 사업은 예비타당성을 거쳐 적격성을 심사한다. 하지만 지자체는 10억원, 20억원 단위의 사업을 편성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지 않고 계속 사업 수를 늘리고 있다. 백 연구위원은 “새 정부가 중소벤처기업부를 만든다고 하지만 단순히 예산만 불린다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사·중복 사업을 개혁할 특단의 조치가 따라오지 않는다면 성과를 못 낼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중기부 내 ‘정책심의회’를 설치해 전 부처, 각 지자체에 흩어진 중기 사업을 조정·심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역시 유사·중복이 많은 연구개발(R&D) 예산, 고용 예산도 각각 미래부 산하의 ‘과학기술심의회’, 고용노동부의 ‘고용정책심의회’ 등으로 나름 조정을 하는데 중기 예산은 심의회조차 없다는 것이다. 그는 “국고 지원액이 300억원이 안 되더라도 중기 지원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게 해 지자체 중기 지원 사업도 유사·중복을 방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다. 지난해 기재부와 중기청은 KDI에 중기 지원 효율화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으며 최종 작업 단계다. 중기부는 정부조직법 통과 후 대대적인 수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나라곳간 좀먹는 '예산적폐' 40조...중복·누수부터 없애라
경제 · 금융 정책 2017.06.06 17:57:57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은 치매를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선언했고 이를 위해 올해 추가경정예산에 치매안심센터와 병원 설립 예산이 포함됐다.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도 치매 원인 중 하나인데 정부는 이미 이에 대한 연구개발(R&D) 예산을 책정해놓았다. 책정한 예산만 놓고 보면 외견상 대비는 충분한 듯 보인다. 현실은 어떨까. 질병인 만큼 보건복지부가 전담할 것 같지만 미래창조과학부와 복지부·교육부·산업통상자원부·농촌진흥청·중소기업청 등 6개 부처가 연간 220억원의 연구개발(R&D)비를 기업과 학교 등에 주고 있다. 선택과 집중은 찾아볼 수 없다. 바이오 업계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교육부는 기초과학, 미래부는 사업진흥 등 부처마다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하나의 질병을 여러 부처에서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비효율성이 높고 중복 가능성이 많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연 400조원에 달하는 나랏돈이 필요한 곳에 제대로 흘러가야 하는데 중복지원과 관성에 따른 예산 편성으로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새 정부가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했지만 현재의 지출구조만 바로잡아도 일자리와 복지 확대를 위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서울경제신문이 나라살림연구소와 공동으로 우리나라 정부의 예산 내역을 따져보니 1971~2017년의 규모는 5,460억원(결산)에서 400조원으로 730배 이상 증가했지만 구조는 변화가 거의 없다. 1971년 20.1%였던 경제개발 관련 예산 비율은 구체적으로 비교가 가능한 2005년에도 21%였고 현재도 큰 틀에서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연구소의 설명이다. 복지도 재정지원이 아닌 국민연금 같은 기금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돈을 많이 내는 고소득층에 복지혜택이 쏠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효율성이 의심되는 사업도 많다. 광부는 2,000여명 수준인데 1조원의 석탄보조금이 나가고 있고 연 수출액이 2억원에 불과한 양잠에 대한 지원예산이 여전히 존재한다. 지방자치단체처럼 정부가 아닌 곳에서 수행하는 사업에 예산을 지원하는 국고보조금 지원 건수는 약 2,000개에 규모만도 58조원이다. 정부 예산 규모(400조원)를 감안하면 정도를 넘어선다. R&D도 제 성과를 못 내고 있다. 연간 19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지난해 R&D 서비스수지는 22억4,000만달러 적자로 사상 최대다. 해외에 R&D를 맡기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금융 지원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7.3%로 시혜적 성격의 지원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 연구소의 분석이다. 예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복·누수예산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을 이행하려면 5년간 총 178조원, 연평균 35조6,000억원이 필요하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불용예산과 중복·누수예산의 지출 구조조정으로 1년 정부 예산의 10%인 40조원 정도는 확보 가능하다”며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공약 이행에 필요한 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영필·이태규기자 susopa@@sedaily.com -
[나라곳간 좀먹는 ‘예산적폐’ 없애라]'낙하산 놀이터'로 변질된 R&D 관리전문기관
경제 · 금융 정책 2017.06.06 17:57:54지난 2015년 7월 정부는 연구개발(R&D) 예산 혁신 방안을 내놓는다. 당시 정권 실세였던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 R&D 체계에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이 중 중요한 한 축은 ‘연구관리 전문기관’ 효율화였다. 연구관리 전문기관은 R&D 예산을 집행하고 관리·평가하는 대행사다. R&D 예산의 절반 이상을 이들이 관리하는데 12개 부처 산하에 18개나 난립해 인건비 등으로 상당한 예산이 낭비되고 퇴임한 고위관료의 ‘낙하산’ 자리로 변질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약 2년이 지난 지금 변화가 있을까. 기획재정부·미래창조과학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관 개수는 18개로 변동이 없었다. 또 기관장은 퇴직 고위관료가 맡는 등 여전히 낙하산 자리로 활용됐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를 보면 18개 중 14개 기관장이 정부 고위관료 출신이었다. 물론 고위관료가 연구관리 전문기관장으로 가는 게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정부 주도의 경직된 R&D 집행구조를 고착화하는 요소인 것도 사실이다. 연구자 입장에서 연구관리 전문기관이 많다는 것은 간섭하는 ‘시어머니’가 많다는 뜻으로 그만큼 연구의 자율성도 침해되고 있다. 지난해 미래부가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8개 연구관리 전문기관의 R&D 관리사업 규정은 111개에 달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은 과제 수행을 위해 평균 4.7개, 대학은 8.2개의 연구관리 전문기관과 협약을 맺어야 하는데 이때마다 천차만별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연구현장의 행정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밖에 연구관리 전문기관의 인건비·경상경비 등도 상당한 실정이다. 반면 미국 등 해외 주요국은 연구관리 전문기관을 부처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연구진의 자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행정비용도 절약하고 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나라곳간 좀먹는 ‘예산적폐’ 없애라]기초연구 R&D예산지원 낙제점
경제 · 금융 정책 2017.06.06 17:57:50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경쟁력은 ‘기초연구’에서 나온다. 그러나 우리나라 연구개발(R&D) 예산은 기초연구 분야 투입량이 태부족인 상황이다. 그나마 집행되는 것도 경직된 행정 체계 등으로 연구진에게 낙제점을 받고 있다. 6일 국회사무처 등은 ‘새 정부 출범에 즈음한 입법 및 정책과제’에서 “기초연구에 대한 순수 R&D 예산은 올해 1조9,943억원으로 전체 R&D 예산(19조4,615억원)의 10.2%에 불과하다”며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으로 “순수 기초연구 R&D 예산을 오는 2020년까지 2배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예산이 적을 뿐 아니라 연구진의 불만족도 높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지난 2015년 개인기초연구사업을 수행한 연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9.8%가 ‘정부의 지원에서 과다한 행정 업무 축소가 필요하다(복수응답 가능)’고 답했다. 또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연구주제 지원이 가능하도록 평가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는 응답자도 48.7%나 됐다. 열심히 연구했지만 성과를 못 낸 ‘성실 실패’를 용인하는 정부 지원 관리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람도 36.7%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기초연구 분야 성적표도 초라한 실정이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따르면 세계 3대 저널 논문 게재 수는 2014년 현재 54회로 세계 18위에 그쳤다. 중국은 5위(177회)로 우리를 멀찌감치 앞질렀으며 미국이 1위(1,577회), 일본이 158회로 7위였다. 피인용 상위 1% 논문 점유율도 우리는 2.2%로 15위에 그쳤지만 중국은 7.8%로 4위, 미국이 54.8%로 압도적 1위, 일본은 5.6%로 7위였다. 주요국들은 기초연구의 중요성을 깨닫고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 국가과학재단(NSF) 등 3개 연방기관은 기초연구 예산을 2006년 97억달러에서 올해 195억달러로 2배 증액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도 2020년까지 기초연구 분야 투자비중을 국내총생산(GDP)의 1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나라곳간 좀먹는 ‘예산적폐’ 없애라]출연硏 지원도 다이어트 필요
경제 · 금융 정책 2017.06.06 17:57:43지난해 10월 국회 예산정책처는 일부 출연연구기관에 대해 연구운영비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게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 분야 연구개발(R&D)을 수행하고 필요 시설을 구축·관리하는 출연연구기관인 원자력연구원은 올해만 1,460억원을 지원받는다. 문제는 연구원의 초과 수입. 원자력연구원의 지난 2015년 수입액은 5,035억원으로 당초 수입 전망보다 462억원이나 많았다. 초과 수입의 경우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연례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매년 167억~194억원 규모의 결산 잉여금이 발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원자력 정책에 대한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돈을 버는 기관에 예산지원이 과도하게 나간다는 얘기다.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출연연구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정부 출연연구기관만 25개. 올해 정부 출연금 지원 예산만 전년 대비 351억원(1.9%) 증가한 1조8,983억원에 달한다. 총 예산 규모로 따지면 국가 R&D 예산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출연연의 위상은 높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틈이 많다. 감사원이 지난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포함해 5개 정부 출연연구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해보니 우주 분야는 연구원의 연구 참여율이 109%에 달하는 반면 항공은 88%에 그쳤다. 인력교류나 인원감축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하지만 그러지 않고 있는 셈이다. 원자력연구원은 신형 연구로 송전선로 건설사업 과정에서 사업비를 최대 47억원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가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한국전기연구원 등 3개 기관은 연구 참여율이 전혀 없는 직원을 총 115회에 걸쳐 논문의 주 저자로 등재했다. 인력 관리에 문제가 많은 것이다. 출연연의 비정상적인 연구과제 성공률에 대해서도 뒷말이 많다. 정부 출연연구원의 과제 성공률은 무려 99.5%에 달한다. 이는 연구 성과가 탁월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실패 시 예산 사용에 대한 책임을 묻는 관행 탓에 일부러 쉬운 과제만 골라서 한 결과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실제 기술개발에는 큰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전문 분야가 있기는 하지만 출연연구원 숫자가 과도하게 많고 중복사업도 적지 않다”며 “출연연구원의 연구 효율성을 제고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
[나라곳간 좀먹는 '예산적폐' 없애라] 신기술 뜨는데 '하던 일'에 예산 85% '4차혁명'은 2%그쳐
경제 · 금융 정책 2017.06.06 17:57:37올 초 방문규 보건복지부 당시 차관은 복지부 내 국장들을 소집해 다그쳤다고 한다. 보건 분야가 의약품·실버산업 등에서 미래 ‘먹거리’가 될 텐데 관련 연구개발(R&D) 예산은 약 5,000억원으로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방 차관은 관성적으로 신청하던 예산만 기획재정부에 주문하다 보니 생긴 일 아니냐며 적극적인 R&D 예산 신청을 주문했다. 실제 R&D 예산 중 보건 분야는 5,656억원으로(원권연 대구가톨릭대 교수 분석) 지난해보다 오히려 81억원(1.4%) 쪼그라들었다. 전체 R&D 예산이 1.9%, 정부 총예산이 3.6%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R&D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9%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열에 여덟은(81%) 기존에 하던 연구를 연장해서 지원해주는 ‘계속사업’으로 새로운 분야에 대한 R&D 투입은 적었다. 원권연 교수는 “세계 제약 시장 규모는 한국 자동차·정보기술(IT)산업을 합한 1조달러(약 1,100조원)에 달한다”며 “우리는 미래성장동력이라는 보건산업에 충분한 실탄(자금)을 투입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본의 경우 ‘보건의료 2035’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R&D 컨트롤타워를 따로 설립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우리나라 R&D 예산 규모가 세계 1위(GDP 대비 비중)에 달하지만 정작 미래 먹거리,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곳에는 투입되지 않고 있다는 단적인 예다. 전문가들은 R&D 예산의 누수, 집행의 비효율에다 기존에 지원해주던 사업에만 나랏돈을 투입하는 경향이 강해 나타난 현상으로 보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을 위한 R&D 예산의 절대 규모도 극히 작은 실정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 4차 산업혁명 R&D 예산을 약 3,8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체 R&D 예산의 2%에 불과하다. 정부가 정확히 어떤 것을 4차 산업혁명이라고 정의할지 갈피를 못 잡는 것도 문제다. 현재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4차 산업혁명 지원을 강화하기로 해 어디까지를 4차 산업혁명 R&D 예산으로 분류할 것인지를 따져보고 있는데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4월 출범하기로 한 정부 주도의 4차 산업혁명 컨트롤타워인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조기 대선으로 출범이 미뤄지며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R&D 예산 중 새로운 사업이 적은 것도 문제다. 정부의 R&D 지원은 민간에서 투자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에 집중하는 게 상식이다. 시장 실패를 정부가 보완해주는 것으로 “실패해도 정부가 뒤에서 받쳐준다”는 인식을 연구자들에게 심어줘 ‘잭팟’을 터뜨리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R&D 예산 중 85%인 약 16조5,000억원이 ‘계속사업’이었다. 사업 수로 보면 711개 중 595개로 전체의 83.7%에 달했다. 자고 일어나면 신기술이 나오는 시대지만 우리는 새로운 사업에 R&D 예산의 약 15%만 투입하고 있는 셈이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과 같이 R&D 예산 대부분이 계속사업에 투입되면 산업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신규투자 기회를 날려버릴 수 있고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선재적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시행되는 일몰제를 활용해 필요없는 계속사업은 종료하는 등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제조업과 IT 등 다른 분야의 ‘융합’인데 관련 예산은 이런 특성을 무시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10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정부 예산안 검토보고서에서 “4차 산업혁명 R&D 예산이 정보통신기술(ICT)이나 소프트웨어(SW) 등에만 집중돼 융합과 관련된 예산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기관의 연구위원은 “정부가 연구비 횡령을 막기 위해 거의 실시간으로 연구 예산 집행 현황을 제출하게 하는 등 자율적 연구환경을 침해하는 것도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R&D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나라곳간 좀먹는 ‘예산적폐’ 없애라]年19조 쏟아붓는 R&D...지출비율 세계 1위지만 상업화는 43위
경제 · 금융 정책 2017.06.06 17:57:29사물인터넷(IoT)은 인공지능(AI)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꽃이다. AI와 각종 기기가 IoT를 통해 모두 연결된 사회가 4차 산업혁명 시대다. 그만큼 IoT는 핵심기술이다. 우리나라의 IoT 지원 현황은 어떨까. 서울경제신문이 국가과학기술정보서비스(NTIS)를 통해 IoT 관련 정부 지원사업 408건을 전수조사해봤더니 IoT 연구개발(R&D)은 사실상 전 부처 공동사업이었다. IoT 지원사업을 갖고 있는 부처만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교육부·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행정자치부·국민안전처·중소기업청·기상청 등 총 11개 기관에 1,028억원에 달했다. 하나의 기술을 개발해 부처별 상황에 맞게 변형적용 가능한 부분까지도 부처별 기싸움과 영역 지키기로 부처마다 R&D 사업을 벌이는 상황인 셈이다. 지원 금액이 큰 부처만 따져도 미래부는 지난 2015년 기준 미래성장동력플래그십프로젝트·ICT유망기술개발지원 등의 명목으로 IoT 관련 기술에 450억원을 지원했다. 산업부도 스마트공장, 산업현장핵심기술 개발, 글로벌전문기술 개발 등으로 293억원을 제공했다. 중기청도 월드클래스300, 중소기업기술혁신 개발 등으로 238억원을 지출했다. 부처 중복뿐 아니라 성격이 비슷한 사업도 여럿 눈에 띈다. 중기청은 IoT 무인형 스마트 농업(2억1,800만원)을 지원했는데 산업부는 스마트팜 플랫폼(2억원), 농식품부는 스마트양봉과 스마트팜 현장 실증에 총 1억9,500만원을 내보냈다. 이 외에도 보안기술, 스마트병원, 주차 정보 및 관리 등에서 중복 사업이 발견된다. 중복 사례는 바이오에서도 나타난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신약 개발 R&D는 보건복지부(1,647억원)와 미래부(1,089억원), 식품의약품안전처(193억원), 농촌진흥청(21억원), 해수부(3억8,200만원) 등 5개 부처에서 분산 지원했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253억원)이 2013년부터 만들어졌지만 금액으로만 보면 여전히 미래부와 복지부의 투톱 지원체제다. 특히 바이오는 기초연구가 바로 사업화된다는 점에서 R&D 구분 지원도 상대적으로 의미가 적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는 결과로 나타난다. 정부의 R&D 지원은 부족하지 않지만 효율이 떨어진다. 1990년 9,000억원 수준이었던 우리나라의 R&D 예산은 2001년 5조7,000억원을 기록한 뒤 2008년 11조1,000억원으로 두자릿수 시대를 열었다. 이후에도 빠른 속도로 증가해 올해 R&D 예산 규모는 19조5,000억원에 이른다. 2015년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 R&D 비용 비중은 4.23%로 일본(3.59%)과 독일(2.9%), 미국(2.74%) 등을 앞선다. 절대적인 금액도 작지 않은데 환율을 적용한 국내 총 연구개발비는 세계 6위 수준이다. 외형만 놓고 보면 그 어떤 선진국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문제는 중복과 지원 누수다. 산업부 R&D전략기획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R&D 지출 비율은 세계 1위지만 상업화 수준은 43위다. 정부 R&D 특허의 해외 기술이전은 전체 기술이전 가운데 0.3%에 불과하다.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발표 수도 2010년 4만1,385건에서 2012년 4만7,066건으로 13%가량 늘었지만 같은 기간 세계 순위는 11위에서 10위로 한 단계 올라서는 데 그쳤다. 정부의 과잉 개입이 R&D 비효율화를 부추긴다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독일은 1년 내내 연구비 신청을 받는데 우리는 신청 기간까지 정해져 있다”며 “R&D를 하는 곳이 부처별·국별·실별·과별로 나눠져 있는데 그것을 위에서 조망하고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이 없어 예산을 아낄 수 있는 부분이 사라진다”고 했다. R&D 비용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연구 결과에 비해 고정비용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R&D 지출비용을 항목별로 보면 2015년 현재 인건비 비중이 42.5%로 2010년 39.5%에서 3%포인트나 올랐다. 우리나라의 인건비 비중은 독일(60.3%)이나 프랑스(61.6%)보다는 낮지만 주요 경쟁상대인 일본(38.8%)이나 중국(27.2%)보다 높다. 같은 기간 국내 R&D 인건비는 17조3,420억원에서 28조268억원으로 61.6%나 급증했다. 연구비를 정해진 목적에 쓰지 않거나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해 나랏돈이 새는 경우도 끊이지 않는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R&D 지원 예산의 대부분은 중간 관리기관 운영비로 쓰이고 실제 기초연구 등에 집행되는 비중이 상당히 낮다”며 “관료제가 심각한 현재의 집행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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