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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가 돈이 돼?" 오디오 괴짜들, VR 시장을 만나 빛을 보다

VR시장 등장과 함께

조연에서 주연이 된 오디오

가우디오 미국 진출 후

미국 통신사 AT&T와 계약체결

할리우드에서도 가우디오 기술 관심

“오디오만 파면 그게 돈이 돼?”

집집마다 전축이 사라질 즈음 오디오 전공에 대한 인기도 시들해졌다. 한때 대학마다 있었던 음향 공학 전공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점차 자취를 감췄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서울대와 연세대에서 ‘음향방’으로 불리는 연구실 두 곳만이 음향 공학의 명맥을 이었다. 이마저도 2012년 전후로 연구를 이끌던 성굉모, 윤대희 교수가 각각 은퇴하면서 맥이 끊겼다. 오디오 연구의 대가 끊어진 순간 이들의 마지막 제자 일곱 명이 가상현실(VR) 시장을 만났다. 오디오에 피가 끓던 이들은 VR 시장이 오디오에 기회가 될 것을 직감했다. 미국 최대 통신사 AT&T 소유 케이블 TV에 VR 오디오 기술을 공급하는 계약까지 따낸 가우디오 이야기다.

서울 강남구 가우디오 한국 사무실에서 오현오 가우디오 대표가 주력 제품군은 웍스(WORKS)라는 저작도구와 솔(SOL)을 통해 만든 결과물을 보여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까만 목폴라 티는 오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다. /정혜진기자




오디오 괴짜들, 큰물을 만나다

360도 공간 음향, VR 오디오 회사 가우디오를 창업한 오현오(44) 대표는 대학 졸업 후 LG맨으로 일했다. TV에 쓰이는 오디오 표준 기술을 연구했다. HDTV 등의 표준 음향으로 쓰이는 돌비(DOLBY)와 같은 기술 독점회사에 로열티를 내야 했던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비디오 세상에서 오디오는 이름 없는 조연에 불과했다. 개발한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기도 했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TV를 살 때 보는 건 음향이 아니었다. 고민 끝에 8년간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표준화 전문 기업 2010년 ‘굿데이 투 인벤트(Good Day to Invent)’를 창업했다.

오디오 전문가 사이에서 개인 브랜드가 있던 게 퇴사 후에도 힘이 됐다. 그 결과 4년 만에 그들이 개발한 ‘MPEG-H 3D 오디오’를 재생하는 기술이 2014년 스페인에서 열린 오디오 국제회의에서 표준으로 채택됐다. 이 기술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중계를 비롯한 UHD 방송에 활용됐다.

연구의 다음 행보를 고민하던 중이었다. 이때쯤 산업 지형이 바뀌고 있었다. 페이스북이 가상현실(VR) 헤드기어를 만드는 오큘러스(Oculus)를 23억 달러(2조5,000억원)에 깜짝 인수했다. VR이 기존 오디오 시장의 판을 흔들 거라고 확신했다.

드론이 머리 위에서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면 VR 오디오는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움직이는 것 같은 몰입감을 제공한다. VR 기기를 쓰고 고개를 돌리면 소리도 그에 맞춰 방향과 울림이 바뀌게 하는, VR 서비스의 핵심 기술이다. 오 대표는 “쉽게 말해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들을 때 방탄소년단 콘서트의 스탠딩석 가운데에서 바로 듣는 것 같은 경험을 느낄 수 있다”며 “기존의 3D 오디오와는 다른 영역”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마치 그곳에 있는 것처럼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려지려면 무엇보다 소리로 공간감이 전달되는 게 중요했어요. 그런데 마침 저희가 표준으로 인정받은 기술이 VR 오디오와 잘 맞아떨어졌다는 거죠”

스페인에서의 국제회의가 끝나고 함께 표준기술 개발에 참여했던 연구실의 후배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남긴 건축물들을 돌아보면서 사업구상을 했다. 현재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활약하고 있는 이태규(29)씨다. 열다섯의 나이 차에도 이들이 한 배를 탄 건 오디오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의 가우디오 한국 사무실에서 오현오(앞줄 왼쪽) 가우디오 대표와 직원들이 미국 진출 1년을 기념하면서 축하하고 있다. /사진제공=가우디오


오 대표의 표현에 따르면 가오디오 사람들은 ‘오디오에 미쳐있는 사람들’이다.

“공학은 유행을 많이 타는데 오디오를 한다는 게 매력적이지 않아요. VR 시장이 열리기 전에는 오디오로 밥 먹고 산다는 게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그런데도 오디오를 공부한다는 건 다들 오디오에 피가 끓는 사람들인 거죠”



가우디오 사람들은 음악을 즐겨듣는 건 물론이고 직접 악기를 다루거나 음악을 한다. 송년회 때는 작은 음악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미국 법인에서 사업전략을 책임지는 애덤은 버클리 음대 졸업 후 사운드 엔지니어 활동을 했다. 또 한국에서 일하는 서정훈씨는 중학교 때까지 피아노를 전공하다가 서울대 전자공학과에서 오디오 박사가 됐다.

무작정 떠난 미국행 결실을 맺다

현재 가우디오의 주력 제품군은 웍스(WORKS)라는 저작도구와 솔(SOL)이라는 음향 재생 소프트웨어다. 디즈니가 스타워즈의 VR 콘텐츠를 만든다면 이들의 웍스를 이용해 편집을 하면 생생한 VR 오디오 체험을 할 수 있고 이를 재생하는 도구로 솔을 이용하면 가능해진다.

재작년부터 미국에 진출하면서 국내와 미국 법인을 나눠 국내에서는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미국에서는 사업 전체를 총괄하도록 했다. 이들은 현재 모든 업무나 회의 결과를 한국어와 영어로 나눠 공유하고 있다. 전체 직원 26명 중 6명에 달하는 미국인 직원들 때문이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영어 하나로 통일해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웃었다.

철저히 글로벌 시장에 맞춘 첫 결과가 미국 통신사 AT&T와의 계약이다. AT&T가 소유한 위성방송사업자 ‘DIRECTV’에 이들의 제품을 납품하게 되면서 4,000만 가입자가 TV로도 VR 음향을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미국 시장에 인지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VR 콘텐츠의 유튜브에 해당하는 세계 최대 플랫폼인 ‘리틀 스타(Little star)’와도 계약을 맺었다.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 제작사에 기술 공급 결과도 조만간 나올 전망이다. 그는 “아직은 계약 조건 때문에 정확한 회사명을 공개할 수 없지만 머지않아 결과를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가우디오 한국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주간 회의를 하고 있다. 회의 전에 돌아가면서 자신의 근황을 말하거나 직원들과 나누고 싶은 음악, 영화 등을 이야기하는 게 독특한 문화다. /정혜진기자


“저희의 최종 꿈은 VR오디오의 돌비 같은 회사가 되는 거예요”

오 대표는 VR 시대에는 기존의 게임, 영화, 공연 등 기존의 엔터테인먼트를 구분하는 영역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 전혀 다른 엔터테인먼트가 시장에서 떠오를 때 새로운 경험을 가우디오와 함께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꿈을 꾸는 그다. 또 다른 꿈도 있다. 가우디오가 세계 속에 우뚝 서게 되면 이 분야가 다시 살아나면서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도 다시 음향학을 공부하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이다. 뼛속까지 오디오맨의 소망이었다.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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