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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만파식적] 추억의 포장마차




‘이왕이면 더 큰 잔에 술을 따르고 이왕이면 마주 앉아 마시자 그랬지. (중략) 오늘도 목로주점 흙 바람벽엔 삼십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

가수 이연실이 1989년 발표한 ‘목로주점’의 가사다. 중장년층이라면 누구든 여러 차례 들어보고 적어도 한두 번은 따라불러도 봤을 노래다. ‘목로’란 선술집에서 술잔이나 안주를 놓기 위해 올린 널빤지를 말하는 것이니, 목로주점은 흔히 말하는 포장마차와 같다. 원래 의미인 미국 서부시대 영화에 나오는 천 지붕을 얹은 마차와는 전혀 다른 포장마차인 셈이다.

포장마차의 유래는 확실치 않지만 1950년대 손수레에 광목천을 두른 노점상에서 간단한 안주와 소주를 팔며 시작됐다고 한다. 대표적인 안줏거리는 참새구이와 국수였다. 1970년대 경제 성장기와 맞물려 포장마차는 밤늦은 퇴근길 도시 근로자들이 얄팍한 주머니 사정에도 부담 없이 술 한잔 할 수 있는 서민주점으로 인기를 끌었다.



포장마차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카바이드 등(燈)이다. 물과 반응해 발생하는 아세틸렌 가스가 독한 냄새를 풍기지만 바람이 불어도 잘 꺼지지 않는 카바이드 등은 전력사정이 좋지 못했던 1970년대까지만 해도 노점상들에 더없이 경제적인 조명기구였다. 박완서는 소설 ‘그 남자네 집’에서 포장마차의 풍경을 ‘새파랗고도 어둑시근한 카바이드 불빛이 무대조명처럼 절묘하게 투영된 자리’로 묘사하기도 했다.

포장마차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인 단속과 철거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비위생적인 무허가주점이 길거리에 들어서 있어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였다.

30여년간 명맥을 유지해온 서울 아현동의 ‘아현포차’ 거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주변 달동네에서 대규모 재개발이 이뤄지며 아파트 입주자들이 포장마차 철거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 아파트 앞에 포장마차가 밀집한 모습이 보기 싫다는 주민들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한편으로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포장마차 거리가 없어지는 것 또한 서운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주민과 상인들이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이 마련됐으면 한다.
/정두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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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 기자 d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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