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호수’는 1877년 러시아 초연 이후 수많은 버전으로 재해석돼 무대에 올랐다. 저주에 걸려 백조가 된 공주 오데트를 지키기 위해 왕자 지그프리트는 죽음을 택하고 사랑의 힘에 충격을 받은 악마 로트바르트는 결국 쓰러지는 게 기본 줄거리다. 무용수가 홀로 백조 오데트와 흑조 오딜을 소화하는 것은 모든 작품의 공통점이지만 안무가가 버전마다 변주를 주면서 특징이나 줄거리가 다채롭다. 백조가 남자로 바뀌기도 하고, 악마 로트바르트가 주목받기도 한다. 이번에 올라오는 3개 단체 공연도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 있어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국립발레단 볼쇼이 버전 (8월28일~9월1일)
국립발레단은 오는 28일부터 9월1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의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버전을 무대에 올린다. 이 버전은 본래 오데트가 죽고 왕자 홀로 남는 비극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2001년 국립발레단에서 ‘백조의 호수’를 들여올 때 한국적 정서에 맞춰 그리가로비치가 직접 행복한 결말로 수정했다. 덕분에 왕자는 악마 로트바르트와 싸워 이기고, 백조는 사람으로 변신해 사랑을 이룬다. 악마 로트바르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그리가로비치의 또 다른 특징이다. 원작에서 로트바르트는 왕자와 별개의 인물로 묘사되지만 그는 악마를 왕자의 또 다른 내면으로 봤다. 6회 공연 동안 4명의 다른 무용수가 로트바르트를 연기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SPBT ‘마린스키의 해피엔딩’ (8월28일~9월1일)
SPBT도 오는 28일부터 9월1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처음으로 ‘백조의 호수’ 내한공연을 펼친다. SPBT는 러시아 사업가 콘스탄틴 타킨에 의해 설립된 단체다. 지난 2005년 한국에서 지젤 공연을 선보였던 SPBT 프리마 발레리나(수석 무용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와 마린스키 발레단 출신의 예카테리나 페트로바가 백조 역을 소화한다. SPBT는 마린스키 발레단의 콘스탄틴 세르게예프가 재안무한 버전을 선보인다. 마린스키는 오데트가 인간이 되지 못하고 왕자도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과 왕자가 악마 로드바르트의 날개를 찢어 물리치는 행복한 결말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이번 SPBT의 ‘백조의 호수’는 후자를 채택해 백조는 저주를 푸는 데 성공하며 두 주인공은 사랑을 이루게 된다.
■매튜 본이 탄생시킨 ‘남성 백조’ (10월9일~20일)
영국 안무가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도 9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오는 10월9일~20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매튜 본은 클래식 발레 ‘백조의 호수’에 현대적인 옷을 입혔다. 여성 무용수가 맡아오던 백조를 근육질의 남성 무용수가 연기하며 흑조 역할도 ‘낯선 남자’로 재탄생됐다. 그의 공연에서 백조는 왕자가 가지지 못한 힘과 카리스마를 상징한다. 그렇게 탄생한 백조는 한층 더 다채로운 인물로 변신해 왕자의 사랑의 대상이자 질투의 대상이 된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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