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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가짜뉴스의 고고학]호모사피엔스는 늘 허구를 만들어낸다

최은창 지음, 동아시아 펴냄





로마시대 카이사르의 양자였던 옥타비아누스는 기민한 선전가였고 짤막하고 날카로운 슬로건을 활용하는 데 밝았다. ‘요즘으로 치면 짧은 트윗을 올리는 방식’이었다. 옥타비아누스는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된 안토니우스를 여자 뒤꽁무니를 쫓는 바람둥이로 단정지었다. 그는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에게 빠져 그녀의 꼭두각시가 되었기에 로마에 저항해온 이집트와 동맹을 맺을 것”이라는 가짜 소문을 퍼뜨렸다. 그러면서 자신은 로마의 정통성과 오랜 미덕을 수호하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옥타비아누스는 안토니우스와의 결전에서 승리했고 ‘아우구스트’라는 호칭을 받은 로마 최초의 황제가 됐다.

오래된 ‘가짜뉴스’는 이 뿐만 아니다. 15세기 이탈리아 트렌트 지방의 주교는 ‘시모니노’라는 아기가 실종된 것을 두고 “유태인들이 기독교인 아기를 죽여 피를 마신다”는 끔찍한 소문을 퍼뜨렸다. 이유는 반유대주의였다. 유럽의 ‘마녀사냥’은 종교의 권위를 되살리기 위해, 혹은 전염병 확산과 봉건 귀족의 수탈로 궁핍해진 이들의 불안과 불만을 다른 쪽으로 돌리기 위해 무신론의 독신녀, 부모 없는 고아, 자식없는 50대 여성들을 억울하게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신문발행인이던 벤저민 프랭클린은 미국독립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영국 왕 조지3세가 머리 가죽을 벗기는 잔학행위를 하는 인디언과 결탁했다고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신간 ‘가짜뉴스의 고고학’은 다양한 형태의 허위정보가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추적하고 그 사이에서 인류의 생활·문화·행동양식을 탐구한다. 책의 지향점은 가짜뉴스에 어떻게 대응할까에 대한 고민이다.



저자는 유구한 역사 곳곳에서 가짜뉴스가 발견되는 것을 지목하며 “새로운 매체가 등장했을 때 가짜뉴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모습”을 포착해낸다. 인쇄술이 처음 등장했을 때, 라디오가 처음 등장했을 때 가짜뉴스가 급증했고, 지금은 소셜미디어플랫폼이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지적된다. 소셜미디어플랫폼이 가짜뉴스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경찰에 잡힌 한 유튜버가 코로나19 감염자 행세를 한 이유로 “유명해지고 싶어서”라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책은 오랜 역사와 공존해 온 가짜뉴스를 통제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인정한다. 가짜뉴스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정권에 반대하는 의견을 억누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책은 저널리즘의 신뢰 회복과 정확한 보도 관행, 뉴스 정보에 대한 비판적 수용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해결책은 플랫폼의 역할에서 찾는 것이 보다 현명하다고 지적한다.2만2,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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