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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회복세인데…"환율 10원 하락 땐 車 매출 4,000억 감소"

[원高시대-환손실 얼마나] 비상걸린 수출기업

수출비중 높은 車·철강·반도체 등

원高로 가격 경쟁력 약화 불가피

中企는 손실 감당 수준 이미 넘어

장기화땐 수익성 악화로 투자 지체

미래 산업 경쟁력에 악영향 우려도

우리나라 수출 교두보인 부산 신항에 화물을 실은 배들이 출항을 기다리고 있다. 모처럼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어 수출 기업들의 환차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수출이 간만에 반등세로 돌아서고 있는데 이번엔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이라는 암초에 걸렸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로 진입하면 막대한 환차손을 피할 수 없습니다.”(수출 중소기업 대표)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100원을 밑돌며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철강 등 수출 기업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원화 강세가 장기화할 경우 수익성 악화는 물론 미래 사업 투자가 지체되면서 산업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차업계, 해외매출 65% ‘예의주시’

원화 강세로 가장 고민이 큰 곳은 자동차 업계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65%에 달할 만큼 일상적으로 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돼 있다. 단기적인 환율 변동은 달러화 외에 결제통화 다변화와 현지 생산 확대 등을 통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원화 강세의 장기화다.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환율이 매출과 영업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출 기업의 특성상 원화 강세가 장기화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국내 완성차 5개사 매출 기준 4,000억 원이 감소하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수요 위축에 환차손까지 더해지게 되는 것이다.

업계는 원화 강세가 매출과 수익성뿐 아니라 국내 완성차와 부품 업계의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등 친환경 차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 업계는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원화 강세로 실적이 악화할 경우 마케팅 비용 감소로 인해 자동차 판매 감소에 이어 투자금 마련이 어려워지고 이는 신차 및 미래 신기술에 대한 투자 악화라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철강 업계도 원화 강세로 인한 매출 감소 우려가 크다. 철강 산업은 환율과 원료 가격 등 외부 요인에 따라 수익성 변동 폭이 크다. 특히 수출 비중이 50%대인 포스코의 경우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내년 사업 환경에 대한 주요 리스크로 환율을 꼽기도 했다. 다만 원재료 중간재를 수입하는 비중이 크기에 이익이 일부 감소하더라도 수입 가격 하락으로 상쇄할 여지는 있다.

수출 물량 대부분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기업 역시 원화 강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하락 우려가 크다. 또 매출과 영업이익을 원화로 계산하면서 실적 타격도 발생한다. 다만 국내 반도체 업체가 설비나 소재 등을 주로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화 강세가 반드시 부정적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업계가 공격적으로 반도체 설비 투자를 늘리는 추세를 고려하면 낮은 환율이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환율 리스크 취약한 중기 “환차손에 무방비”

대기업 대비 환율 리스크에 취약한 중소기업계가 특히 문제로 지적된다. 업계에서는 통상 환율로 인한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대기업 1,000원, 중소기업 1,100원 선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원·달러 환율 수준을 볼 때 대기업은 여유가 있지만 중소기업은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운 시점을 넘어선 것이다. 신용문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금형 회원사 대부분이 환율 1,200~1,150원 선에서 계약을 했는데 현재 1,100원대 이하가 돼 버렸다”며 “납품처에 가격을 10% 올려달라고 할 수 없는 만큼 고스란히 10% 손해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키코 사태 여파로 금융 상품으로 환 헤지 하는 곳도 없는 형국이라 손해를 그대로 감내하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 308개 가운데 62.3%가 환율 하락세로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원화 강세가 반가운 업종도 있다. 항공 업계의 경우 항공기와 장비 등을 대출 혹은 리스로 구매하는데 이때 ‘달러’로 결제한다. 외화로 표시된 부채가 발생하는 까닭에 원화가 강세일수록 부채가 축소된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 3·4분기 말 순 외화 부채 기준으로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약 870억 원의 외화 평가이익이 발생한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내년에도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이 지속됨에 따라 달러화 약세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조선 업계는 원화 강세에 외화 관련 손실 부담이 있지만 수주 기대감은 커지는 분위기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외화 수주 선박 가격이 높아져 선주들은 선박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선박 발주를 늘린다. 최근 국내 조선사들은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수주 랠리를 펼치고 있다.
/서종갑·한동희·전희윤·양종곤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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