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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다큐 ‘모던코리아’ 이태웅PD “한국사회 명암 입체적으로 보이는 프로였으면”

KBS 내 방대한 영상자료 재구성, 과거 한국사회 풍경 그대로 보여줘 호평

11일부터 새 에피소드… 이 PD는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 전후 한일관계 조명

이태웅 KBS PD. /사진제공=KBS




“‘모던코리아’를 만들며 한국 사회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의 양면이 모두 보이는 프로그램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사하고 사람을 만나면서도 단편적으로 좋다, 나쁘다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는데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시청자들에게 하나의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다양한 생각이 가능하게 하고 싶었어요”

과거의 방대한 영상자료를 골라서 새로 편집한 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만으로 방송가 안팎의 호평을 끌어낸 다큐멘터리가 있다. 내레이션 없이 과거의 뉴스, 예능, 드라마 프로그램 자료화면으로만 흐름을 이끌고, 필요하면 당시 등장했던 사람의 후일담 인터뷰도 곁들인다. 만들어진 영상 위엔 박민준(DJ 소울스케이프)가 만든 감각적 배경음악, 김기조 디자이너가 레트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자막을 입혔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7편을 선보이며 새로운 문법으로 한국사회를 돌아본 KBS ‘모던코리아’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한국방송대상에서 TV다큐부문 대상을 받은 이 프로그램이 오는 11일 새 에피소드로 돌아온다.

11일 방영되는 KBS ‘다큐인사이트-모던코리아’의 ‘포스트모던 코리아’의 한 장면. /사진제공=KBS


새로운 문법을 처음 도입한 장본인은 이태웅 KBS PD다. 지난 2018년 서울올림픽 30주년 기념 다큐 ‘88/18’로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킨 뒤 지금은 ‘모던코리아’ 제작진 중 한 명인 그는 오는 11일 새 에피소드의 방영을 앞두고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프로그램의 지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비슷한 형태의 푸티지 다큐멘터리들이 강한 메시지성을 드러내는 것과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내레이션을 쓰지 않는 것도 이런 맥락의 산물이다. 그는 “시대의 한계 속에서 나도 그 때 살았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고민이 방송에도 나오는 것 같다”며 “영상자료에 나온 사람도 자신을 칭찬하려는 건지 비판하려는 건지 헷갈리더라”고 돌아봤다.

‘모던코리아’는 총 4개의 새로운 에피소드를 갖고 돌아온다. 이번에는 90년대 초·중반이 주 배경이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정치 도전기를 다룬 ‘왕이 되려던 남자’, 성폭력특별법 제정 과정을 담은 ‘짐승’, 90년대 초 대중음악의 중심이 성인에서 청소년으로 넘어가는 변화를 다룬 ‘K팝 창세기’ 등이 방영 예정이다.

‘모던코리아’ 포스터. /사진제공=KBS




이 PD 본인은 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의 한일관계를 조명하는 ‘포스트모던코리아’ 편을 맡았다. 90년대 한일관계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조선총독부 건물의 철거 시점을 전후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과거 일본에 갖고 있던 콤플렉스를 극복하려는 모습을 돌아본다.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본 1995년 조선총독부 건물의 첨탑 철거 장면이 마치 효수대에 목을 걸어놓는 것 같아 흥미를 갖게 됐다는 그는 “정말 일본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했는지 묻는 에피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제를 정하고 나면 영상자료를 찾는 것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터. 이 PD는 “몇 달 동안은 영상자료를 반복해 보면서 눈에 띄는 장면의 시간대와 특징을 엑셀 파일에 정리하는데만 하루가 다 간다”며 “이번 편을 준비하면서도 KBS 자료실에서 내려받은 영상자료만 30테라바이트 수준에 달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영상자료를 디지털화해서 보유한 곳이 KBS지만 없는 영상도 가끔씩 있다. 총독부 철거 장면의 고화질 영상이 그랬다. 우연히 트위터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철거과정을 다룬 기록영화가 만들었다는 보고서를 접했고, 박물관에 연락해봤지만 존재 자체도 몰랐다. 그는 “수소문 끝에 한국영상자료원에 알아보니 기록영화의 필름 원본이 HD 화질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보관돼 있더라”며 그게 없었으면 만들기 쉽지 않았을 거라고 말했다.

믹스테잎 ‘나쁘지 않은 배경음악’. 지난해 방영된 모던코리아의 배경음악들을 하나로 모았다. /트위터 캡처


그 외 에피소드 가운데 ‘짐승’ 편은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다큐 ‘말하는 건축가’의 정재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KBS 내부적으로 외부인사에게 자체제작 다큐멘터리의 연출을 맡기는 자체가 이례적이라 눈길을 끈다. 이 PD는 “방송국에서 트레이닝을 받은 PD와 영화감독은 화법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결과물이 어떨지 기대된다”며 “그 당시 영상을 보면 폭력 수위도 높고 표현도 처절한 게 여러 모로 짐승 같은 시대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면에 임팩트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한편 ‘모던코리아’ 측은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곡을 ‘나쁘지 않은 배경음악’이란 제목의 믹스테잎으로 만들어 무료 배포할 예정이다. 이 PD는 팬들을 위한 하나의 ‘기념품’이라고 전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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