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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대여사업 처음 시작, 위기에도 포기 아닌 혁신 생각”

[백년소공인] 22년간 한복사업 외길 걸어온 길기태 황금바늘 대표

중소벤처기업부, 지난 4월 백년소공인 69개사 추가 선정

IMF외환위기때 한복산업 위기, 한복대여사업에서 활로 찾아 사업 시작

2008년 금융위기로 번창하던 사업 ‘휘청’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시니어창업가과정 등 수업 들으며 향후 나아갈 길 모색

길기태 황금바늘 대표는 23년째 한복사업을 해오고 있다./사진=정혜선




지난 4월 중소벤처기업부는 백년소공인 69개사를 추가로 선정해 발표했다. 백년소공인은 장인정신을 가지고 한 분야에서 숙련기술을 기반으로 지속가능 경영을 하고 있는 우수 소공인을 말한다. 라이프 점프는 이번에 추가 선정된 백년소공인 중 22년간 한복산업에 종사해온 길기태 황금바늘 대표를 만났다.

길기태 대표는 직장생활을 한복 관련 기업에서 시작했다. 그곳에서 마케팅 관련 일을 7년간 해오던 그때 한복산업이 IMF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러다 한복산업이 망하겠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길기태 대표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한복사업에 뛰어들었다.

한복 대여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길 대표의 사업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때였다. 그동안 중저가 위주의 한복시장에서 고급한복으로 차별화를 고집해오던 그의 의지가 흔들리던 순간이었다. 프랜차이즈 점포에서도 비싼 대여료를 항의하기 시작한 것. 길 대표는 고심 끝에 프랜차이즈 계약을 해지해주고 각 점포들이 독자 노선을 갈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2016년 신도림 점포를 마지막으로 모든 프랜차이즈 계약 해지를 마무리 지었다.

길 대표가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한복사업을 접지 않고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한복에 대한 열정 덕분이었다. 그는 지금도 한복산업이 다시 번창할 그날을 기대하며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 백년소공인을 직접 만나게 돼 너무 반갑다.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한다.

“반갑다. 나를 소개하는 게 어색하다(웃음). 한복사업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는 길기태다.”

- 22년이나 한복사업을 해오고 있다. 한복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1997년 12월 국내에 IMF외환위기가 닥치면서 한복산업이 어려워졌다. 당시 한복회사에서 7년째 마케팅 일을 하고 있었다. 퇴근 후 사장님과 함께 차를 타고 대구의 공장으로 향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3,000만원짜리 어음결제일이라 돈 받으러 간 거였는데, 우리를 기다리던 중년 남성이 500만 원밖에 준비를 못했다고 해서 그 돈만 받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복시장에 대한 걱정스런 대화를 많이 나눴었던 기억이 있다.”

- 한복산업에 대한 걱정스런 마음만으로 사업을 시작하기엔 너무 어려운 시기 아니었나.

“당시 회사에서 2년에 한 번씩 한복에 대한 소비자 조사를 했다. 그 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의 한복에 대한 불만이 크게 세가지라는 것을 알게 됐다. 첫째는 비싸다는 것이다. 당시 한복은 다 맞춤 제작이라 서울 청담동 한복점에서 한복 한 벌을 맞추는데 100만원 정도가 들었다. 당시 물가를 생각하면 굉장히 비싼 거다. 이렇게 비싼데 자주 입지 않아 아깝다는 게 두 번째 불만이었다. 마지막은 한복도 유행이 있어 2~3년이 지나면 못입게 된다는 거였다. 이 세 가지 불만을 해소할 방법만 찾아내면 한복산업을 기사회생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웨딩드레스 대여에서 힌트를 얻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 1997년도엔 한복 대여가 없었나.

“없었다. 내가 처음 시작했다. 한복 대여 사업의 선발주자가 되다 보니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어 막막했다. 특히 한복을 기성복처럼 사이즈화하는 작업에서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었다. 치수를 표준화하기 위해 당시 강순제 카톨릭대학교 주임교수의 도움을 받았다. 그분이 연구한 논문이 있어 직접 만나 조언을 구했다. 그리고 서울 광장시장에서 40년 넘게 손바느질로 한복을 만들어온 장인을 만나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자 그 분이 자신이 30년간 고객들에게 받은 치수 데이터를 넘겨주더라. 자신의 노하우일 수 있는데 선뜻 줘서 너무 감사했다.

황금바늘 이대 본점 전경/이미지=황금바늘


-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업에 대한 확신이 느껴진다.

“맞다. 당시에는 한복 대여 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거라는 확신을 갖고 추진했다. 그 문을 내가 열어 한복시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는 일념으로 창업을 한 것이다. 그게 큰 원동력이 됐다.”

- 준비를 마치고 사업을 열었을 때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마케팅을 잘한 건지, 운이 좋았던 건지 8월 15일 문을 열었는데, 열자마자 전화통에 불이 났다.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아이템이다보니 수요가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손님들이 저희 덕분에 한복값을 절약했다면 잔치가 끝나고 과일이나 케이크 등을 사다주는 일도 많았다. 매출이 순식간에 올라갔다. 옷이 없어서 못 빌려주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 그때 일을 말씀하시면서 약간 흥분하신듯하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좋은가보다.

“(웃음). 행복했다. 사업이 잘돼서 행복한 게 아니라 대여라는 새로운 방법 덕분에 한복산업이 다시 살아난 듯해 좋았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3,000만원을 들여 150벌을 만들었는데, 계속 옷이 부족해 돈을 버는 족족 한복을 만드느라 바빴다.”

- 한복은 보통 한번 만들면 몇 년 정도 입을 수 있나.

“한복에도 유행이 있어 일 년 반 정도 사용하면 용도 폐기해야 한다. 그리고 계절마다 소재를 바꿔 옷을 만들어야 하니까 옷은 계속 만들어야 했다.”

- 바로 경쟁업체가 생겼을 것 같은데, 타격은 없었나.

“저희를 벤치마킹해 한복 대여점이 많이 생겼다. 그런데 대부분 중저가 브랜드였다. 나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고급 한복을 고집했다. 그게 다른 한복점과 차별화 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고 적중했다. 또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한 게 아니라 한복시장과 소비자들의 고민을 덜어주면서 한복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창업을 한 터라 더 고급한복을 고집했던 것도 있었다.”

- 한복사업을 해오면서 위기는 없었나.

“왜 없었겠나. 가장 큰 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였다. 전 세계가 어려움에 부닥치면서 소비의 중심축인 중산층이 지갑을 닫더라. 당시 한복 대여비가 25만원이었다. 프랜차이즈 점포에서 대여비가 비싸다며, 중저가 한복을 개발해 달라고 아우성쳤다. 저렴한 소재를 쓰면 한복의 질이 떨어지게 되니까 그렇게 못하겠더라. 그래서 프랜차이즈 계약을 해지해줬다. 계약을 해지해줄 테니 독자적으로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하라고 그분들을 설득했다. 그 작업이 8년에 걸쳐 진행돼 2016년 신도림점을 마지막으로 다 해약했다. 현재 이대 본점만 남았다.”

- 금융위기에서 회복된 이후에도 프랜차이즈 계약 해지를 강행한 이유가 있나.



“금융위기에서 벗어났는데도 소비는 과거만큼 회복이 안되더라. 게다가 경쟁업체들 많아진데다, 시장에 새로 뛰어든 신생업체들이 홍보를 많이 하면서 브랜드파워가 점점 약해졌다.”

- 위기를 겪으면서 사업을 접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나.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한번 없던 시장을 만든 경험이 있으니까 미온적 대응은 하기 싫고 혁신을 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큰 욕심이 아니었나 싶다. 혁신을 원하다 보니 기획은 많았는데 정작 실행에 옮기지를 못했다. 나아가지는 못하고 찾는 데만 골몰하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 그때 이야기를 하면서 표정이 좋은 걸 보니 지금은 활로를 찾은 것 같은데, 어떤가.

“활로를 신문을 보다 찾았다(웃음). 2016년으로 기억하는데 신문을 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1호 캠퍼스인 중부캠퍼스의 프로그램이 실린 면을 보게 됐다. 프로그램이 100여 개가 있었는데, 하나하나가 정말 5060세대를 위해 설계됐더라. 그중 눈에 띄는데 있어 바로 3개 프로그램에 등록해 수업을 들었다. 시니어 창업과정과 여행자기획과정, 비영리단체설립과정이었다.”

- 수업을 들으면서 기대한 게 있나.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는 내가 쏟아부은 만큼 회사가 굴러갔는데, 금융위기 이후 사업이 하강곡선을 걷고 세상이 어려워지니 요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하는지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에서 신청했다. 시야를 밖으로 돌려 세상을 넓게 봐야겠다는 생각이 그때 들었다.”

길기태 대표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수업을 듣는 등 사업 혁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사진=정혜선


- 신청한 수강과목 중 비영리단체설립과정이 눈에 띈다. 한복사업의 비영리화에 관심이 있나.

“어느 순간부터 한복산업이 이제 영리산업으로는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더라. 한복시장이 점점 규모가 작아지고 있어 문화산업이나 비영리쪽으로 가야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 비영리를 신청하게 됐다. 여행자기획과정은 한복 비즈니스와 연결된다. 앞으로 한복체험문화가 고도화될 것이란 판단에서 신청했다.”

- 아, 정말 한복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그냥 백년소공인이 아닌듯하다.

“모든 생각이 한복과 연결되더라. 정말 한복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인생인가보다(웃음).”

- 그만큼 한복에 대한 사랑이 깊은 것 같다.

“사랑이라기보다 한복 관련 이 사업을 성공시키고 싶은 고집이 아닐까 싶다. 분명 한복을 전 세계 알리고 한복산업을 다시 번창시킬 아이디어가 있을 텐데 내가 발견하지 못한 것뿐이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

- 지금 한복사업과 관련해 추진하는 게 있나.

“한복을 취급하는 사회적기업을 만들려고 한다. 2017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중부캠퍼스로 활동 영역을 옮겨 사회적기업창업과정 1기, 2기, 3기 수업을 모두 들었다. 그 수업을 들으면서 한복사업을 시작한 이유가 사회적기업의 목적과 연결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에 도전했다. 2018년 2월에는 떨어졌는데, 같은 해 하반기 추가 모집할 때 사업계획서를 보안해 재도전한 결과 선정됐다. 8월부터 3개월 동안 활동하고 11월에 마무리 지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때 하고 싶었던 것을 해볼 수 있어 좋았다.”

-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이 사업을 통해 진행한 첫 번째 프로그램이 8?15 광복절을 겨냥해 만든 ‘독립운동가의 길’이었다. 광복절에 인사동일대의 독립운동 관련 유적지를 돌면서 각 코스마다 주어진 미션을 클리어하는 식이었다. 반응이 너무 좋았다. 한복과 문화콘텐츠를 결합한 새로운 콘텐츠를 지난해 선보이려 했는데 코로나19가 발생해 실행할 수 없었다.”

- 사업 추진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한복산업이 나아갈 길은 찾은 듯한데, 어떤가.

“입는 한복이 지고 있으니 보는 한복으로 전환해보려 한다. 그 보는 한복의 한 축이 문화콘텐츠일듯하다.”

- 도대체 그 끊임없는 열정은 어디서 나오나.

“모르겠다. 사실 지금 한복 장인들이 일거리가 없어 힘들게 살고 있다. 그분들이 생활이 안된다. 보는 한복이 성공해야 한복업계가 숨통이 틔고 한복 장인들도 살아 길이 보이지 않을까 싶다.”

- 22년간 한 분야에서 열정을 쏟아온 소공인으로써 후배 소공인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언젠가 마라톤과 비즈니스를 비교해놓은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마라톤은 목적지가 정해진 경주라면, 비즈니스는 목적지가 안보인다. 사실 한 걸음만 더 가면 성공일 수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99걸음에서 멈춘다. 성공이 보이기 직전에 포기하는 거다. 포기하지 말고 인내력과 끈기를 가지고 지금에서부터 한 걸음만 더 나아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 지난 4월 백년소공인에 선정됐을 때 기분은 어땠나.

“정부에서 나를 인정해줬다는 것에 감사했다. 백년소공인에 선정되고 나니 목표가 생겼다. 업력 30년을 채워 백년가게에 도전해보려 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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