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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만 쫓다가 이런 변이 있나…양날의 밈

랜선 타고 파급력 점차 커지며

대중 문화의 필수 요소됐지만

EBS 애니 '포텐독 똥밟았네'

MBC '고마워요 지지 사토' 등

전후 맥락없이 흥미만 부각땐

혐오 아이콘으로 전락할 수도





EBS 애니메이션 ‘포텐독’이 유튜브를 중심으로 이목을 끈 계기는 작품 속 삽입곡 ‘똥밟았네’ 뮤직비디오였다. 캐릭터들이 역대 K팝 아이돌의 특징적 안무를 추는 모습이 하이라이트처럼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퍼졌고,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영상의 전후 맥락에 혐오가 개입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논란이 됐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측은 “사람들이 동네에서 똥을 밟아 추는 춤에서 똥은 악당이 인간을 노예로 고용해 학대하며 배변 활동을 하게 함으로써 생산된 것”이라며 “말로만 들어도 경악스러운 내용”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불법 동영상 촬영을 희화화 하는 묘사까지 발견됐다. 뉴스 그래픽에서 보이는 것처럼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해 협박하는 듯한 모습이 담겼고, EBS는 일부 회차의 시청 등급을 12세 관람가로 올려야 했다.

EBS ‘포텐독’ 등장인물들이 추는 춤으로 화제를 모은 ‘똥밟았네’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온라인 상에서 유행하는 놀이나 유행어 등을 의미하는 인터넷 밈(meme)의 ‘양날의 칼’ 같은 속성이 세간의 도마에 올랐다. 주로 특정 온라인 영역에서만 소비되던 밈이 오프라인으로까지 넘어오면서 파급력과 위험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혐오의 의미가 담긴 밈을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엔 파급력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이미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밈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드라마·예능 등의 콘텐츠를 짧은 분량으로 편집해 올리는 ‘짤’은 밈의 대표적 형태로, 커뮤니티 등을 통해 급속히 퍼지고, 인기를 끄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올 상반기 ‘무~야호~’ 열풍이 대표적이다. 유튜브에서 MBC ‘무한도전’의 과거 방영분이 다시 주목 받게 된 것. 미국 알래스카 교민 할아버지가 ‘무한도전 본 적 있냐’는 출연진의 질문에 공식 구호 대신 “무야호~”라고 외친 장면은 온라인에서 인기가 폭발했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도 밈을 잘 활용해 성공을 거뒀다. 히트 콘텐츠인 ‘B대면데이트’의 경우 등장 캐릭터인 최준이 느끼한 말투와 표정으로 “철이 없었죠~”라고 말하는 모습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여기서 등장한 ‘김갑생할머니김’ 브랜드는 실제 제품으로 출시되기까지 할 정도였다.





K팝에서도 밈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 지난해 비의 2017년작 ‘깡’의 역주행, 지코의 ‘아무노래’의 댄스 챌린지 열풍은 밈의 잠재력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결정적 장면이었다. 최근 나오는 K팝 아이돌 가수의 무대엔 댄스 챌린지용 안무가 꼭 들어가 있다. 덕분에 틱톡, 인스타그램 릴즈, 유튜브 쇼츠 등 숏폼 동영상 플랫폼에는 일반인 이용자들이 K팝 곡 안무를 따라한 영상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포텐독’의 사례와 같이 밈이 온라인 커뮤니티란 일정한 지역을 벗어나는 순간 ‘사고’ 가능성이 급격히 커진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밈이라는 단편적 정보에 깔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재미나 흥미이며 역사적 사실이나 고민들은 모두 배제된다”며 “그런 문법, 어휘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대중의 영역으로 밈을 가져오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 당시 우크라이나 선수단 등장 화면. 좌측에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의 모습이 나와 있다. /MBC 화면 캡처


앞서 2020 도쿄올림픽 중계방송에서 방송사들이 밈을 적극 활용하다가 잇따라 방송사고가 터지면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던 밈의 위험성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개회식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MBC 방송 화면엔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로 무너져 내린 건물의 모습이 나왔다. 또한 축구 중계 도중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유행한 ‘고마워요, 지지 사토’를 변형한 자막을 넣었다가 해당 국가를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박성제 MBC 사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였고, 보도본부장과 스포츠국장 등이 물러났다.

해외에선 만화 ‘개구리 페페’ 캐릭터가 밈화되면서 ‘백인우월주의 우파’의 상징이 되며 혐오의 아이콘으로 전락한 바 있다. 미국 우파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결합해 일으킨 ‘밈 전쟁’과 밈을 이용한 홍보는 현실 정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밈이 퍼지는 과정엔 본능적 수준의 심리적 메커니즘이 작동하는데, 일정 수준의 선입견이 개입돼 있어야 순식간에 복제돼 전파될 수 있다”며 “여기에 혐오 의식이 발동하게 되면 다크(dark) 콘텐츠가 되는데, 여기엔 인권침해적, 범죄적 요소까지 존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밈의 파급력을 고려할 때 대중문화 일선에서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공산이 크다. 최 교수는 “인터넷 밈이 문제점도 있지만, 이를 통하지 않으면 감춰질 수 있는 부분을 끄집어내는 효과도 있다”며 책임 의식과 표현의 자유가 공존하는 가운데 공론장을 만들어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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