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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시대정신은 저성장 늪 탈출…야성적 기업가정신 살려야” [청론직설]

◆김동수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소 소장(전 공정거래위원장)

미중 신냉전·코로나19 등 격변으로 한국경제 중대 기로

文정부 경제 이해 및 균형 감각 부족, ‘B학점’ 받기 어려워

차기 대통령, 이념적 접근 말고 과학기술에 집중 투자를

中의존 줄이고 인도 투자해 아프리카 진출 교두보 마련

김동수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소 소장이 20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은 우리 경제가 추세적인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전과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대선을 78일 앞둔 지금 한국 경제는 미중 간 신냉전과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격변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낸 김동수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소 소장은 20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우리 경제가 추세적인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전과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라면서 “야성적인 기업가 정신을 속히 되살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관료 출신인 김 소장은 “경제문제를 이념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면서 “차기 대통령은 경제정책 수립 과정에서 균형 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경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처방에서도 균형 감각이 부족했다”고 지적하면서 수요 억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을 가장 큰 패착으로 꼽았다.



-지금 한국 경제 전반의 상황을 진단한다면.

△미증유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신냉전’으로 불리는 미중 갈등 격화, 신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거대한 격변이 몰아치고 있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새롭게 도약할 수도 있고, 다른 경쟁국들에 뒤처질 수도 있다. 매우 중대한 갈림길에 있다.

-그렇다면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서둘러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경제는 살아 움직이며 시시각각 변하는 역동성을 지니고 있다. 지난날의 성공 방정식이 미래의 경제성장까지 담보해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는 다시 한 번 질적 전환이 필요한 순간을 맞았다. 우리 앞에 도래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획기적인 미래 성장 동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첫걸음은 야성적인 기업가 정신을 회복시키기 위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기업가 정신을 되살릴 수 있을까.

△도전과 창의성을 지향하는 교육, 그리고 실패에 대해 오히려 격려해주고 재도전하는 길을 마련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창의적인 기업가 양성을 위한 기본 토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디지털·기후변화·전기차·바이오헬스·사물인터넷·오토메이션·e커머스·우주 등 융복합 산업들이 경제활동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창조적 파괴를 추구하는 기업가 정신을 기를 수 있도록 정부·기업·사회·학교·가정 등 모든 영역에서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우리 경제가 추세적인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려워진 대외 경제 여건 속에서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바이러스 경제’라는 글로벌 위기의 한복판에 놓여져 있다. 빠른 속도로 현실화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육성함으로써 우리 경제를 추세적인 저성장의 늪에서 탈피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양극화 해소에서도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도자를 뽑는 것이 중요하다.

김동수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소 소장이 20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은 우리 경제가 추세적인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전과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이 가장 중시해야 할 부분은 뭔가.

△무엇보다 경제에 대한 균형 감각을 가져야 한다. 경제문제를 이념적 방식으로만 접근하다 보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격언처럼 경제의 토대까지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높여줄 것이라는 선의와 공의에 기반한 정책이 외려 기계화와 자동화를 촉진시켜 결과적으로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 차기 대통령은 경제문제에서 균형감 있게 접근해야 하고 내각과 참모진을 구성할 때도 상반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을 균형 있게 인선해야 한다.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판 뉴딜’ 등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정책의 방향성은 맞았다. 그러나 추진 방식에서 문제가 많았다. 5년 임기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성급함 탓에 경제성 있는 원전들의 조기 폐쇄와 무분별한 태양광 시설 확장 등 무모한 정책 결정이 빈발했다. 경제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득 주도 성장 같은 생소한 경제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며 속도전처럼 추진했던 최저임금 인상은 되레 경제에 더 큰 부작용을 초래했다.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 측면을 다 같이 봐야 하는 것이 기본임에도 각종 세제 및 금융정책 등을 동원한 수요 억제 일변도 정책으로 전무후무한 주택 가격 폭등을 불렀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복잡 미묘한 경제문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처방에서도 균형 감각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B학점도 받기 어렵다.

-현 정부에서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조치들이 취해졌다.

△기업들은 전 세계를 무대로 생존 경영을 펼쳐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내 기업들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대외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해외 이전을 가속화할 수 있다. 섣부른 규제가 커다란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경제의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본연의 입장으로 돌아가 기업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부터 해야 한다. 특히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기업 규제 3법은 기업들의 우려가 큰 만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동수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소 소장이 20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은 우리 경제가 추세적인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전과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재정 건전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올해 재정 적자 폭이 100조 원을 넘었다. 2022년에는 국가 채무 잔액이 1,000조 원 이상으로 급증해 국가 채무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 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 상당히 우려된다.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봐도 재정 적자 규모는 한번 늘기 시작하면 줄이기 쉽지 않다.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향후 경제 운용 측면에서도 정부 역할을 크게 제약할 것이다. 당장 일회성 또는 비생산적 복지 예산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채무를 적정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보다 강화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고 있다고 보는 것인가.

△한국 경제는 2000년 이후 지속된 저성장에도 불구하고 2017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했지만 4만 달러 도달까지는 20년 넘게 걸릴 수도 있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잃어버린 20년’의 본질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중·장기적인 신성장 동력 산업 육성, 규제 개혁,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균형 발전, 노동 생산성 제고 등을 위해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할 때다. 그래야 10년 이내에 4만 달러 시대로 진입하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성장 잠재력 저하를 막기 위한 해결책이 있을까.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과학기술과 인적 자본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산업보다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나갈 미래 먹거리 산업과 창의적인 스타트업에 자본이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변화를 직시해 여성과 노인들의 경제활동을 확대하는 정책 시행도 필요하다. 또 외국 인력 활용을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이민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미중 패권 갈등이 길어질 듯하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중 간 헤게모니 싸움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중국이 인류 문명사에서 차지해왔던 위상, 그리고 지난 30년 동안 지속된 고도성장을 통해 언젠가는 미국과 자웅을 겨룰 ‘슈퍼 파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그것이 신냉전 체제라고 비유될 정도로 패권주의적 대립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 자칫하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처럼 한국이 미중 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내몰릴 수 있다. 앞으로 한국의 높아진 글로벌 위상을 토대로 그 어느 때보다 동아시아의 균형자 역할을 추구해나감과 동시에 우리 경제의 대(對)중국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노력을 가속화해나가야 한다.

김동수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소 소장이 20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은 우리 경제가 추세적인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전과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중국 의존도를 어떻게 줄여야 할까.

△우리 경제의 향후 30년을 담보해줄 또 다른 중국을 찾는 작업을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 중국에 견줄 만한 노동 인력과 소비 잠재력, 우호적인 투자 환경을 갖추고 있는 나라로는 인도를 꼽을 만하다. 인도 자체의 가치도 크지만 인도는 새로운 소비 시장으로 떠오를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인도 진출을 통해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아세안(ASEAN) 중심의 신남방 정책과의 시너지 효과를 강화하는 경제협력 벨트를 완성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종합적인 인도 진출 전략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의 사회구조는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훗날 역사가들은 산업혁명 이후의 인류 역사를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팬데믹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인류의 삶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팬데믹은 태동기의 4차 산업혁명을 확 앞당기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재택근무와 쇼핑 같은 기초적 경제활동은 물론 교육·예술·사회 활동들까지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대면 접촉이 줄어들면서 자율차량과 드론을 이용한 배달 방식이 확산되고 오프라인 쇼핑은 무인화 공간으로 전환될 것이다. 제조업은 로봇화, 스마트 공장화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정책 방향 초점도 우리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해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쪽으로 맞춰져야 한다.

He is…

195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덕수상고와 고려대 경영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하와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22회에 합격한 뒤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장·정책홍보관리실장,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거쳐 한국수출입은행장과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했다. 경제 관료 재임 중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 운용에 매진했다. 지금은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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