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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오페라 알듯…韓 노래 많이 부를것"

■오페라 데뷔 40주년…성악가 고성현 인터뷰

"우리의 詩·한국적인 게 최고"

내달 20일 기념 콘서트 개최

가곡·리골레토 등 대표작 선봬

첫 에세이·NFT도 발행하기로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에서 오페라 데뷔 40주년을 맞은 바리톤 고성현 교수가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세계 정상급의 드라마틱 바리톤이라는 평가를 받는 성악가 고성현에게 붙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해외에서는 혼자서 4명 몫의 목소리를 낸다는 뜻의 이탈리아어 ‘콰트로 바리토니’라 칭한다. 구약성서의 내용을 오페라로 옮긴 베르디의 ‘나부코’를 이스라엘 텔아비브 극장에서 공연한 후엔 ‘한국에서 온 모세’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올해로 오페라 데뷔 40주년이 된 고성현은 현재 교수로 재직 중인 서울 한양대에서 지난 22일 서울경제와 만나 “이제야 오페라를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것 같다”고 겸손해 했다. 유럽 국가들은 오래 전부터 쌓아 온 기초와 노하우지만, 그런 게 없었던 한국인 성악가로선 오랜 기간 해외에서 직접 부딪히며 보고 들을 수밖에 없었던 것.

“유럽 국가들은 수 백년 전부터 클래식 음악이나 오페라에 대한 기초가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기껏해야 50, 60년 정도 역사예요. 그래서 오래 걸렸던 거죠”

해외 오페라 무대에서 공연하는 바리톤 고성현. 사진 제공=고성현 클래식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40년은 충분히 축하하고 기념할 만한 기간이다. 다음 달 2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기념 콘서트도 연다. 고성현은 “뭔가를 마무리하는 자리 같기도 하고, 내가 이만큼 노래한다고 자랑하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다”고 말하지만, 준비한 곡의 면면이 만만치 않다. 국내외 무대에서 가장 많이 출연했던 오페라인 ‘팔리아치’, ‘리골레토’, ‘토스카’, ‘오델로’ 등 4개 작품의 아리아를 선보일 예정으로, 모두 높은 난도의 곡들로 꼽힌다. 이 중 자신을 대표할 만한 작품과 역할을 묻자 그는 ‘리골레토’를 꼽았다. 그는 이 캐릭터가 밝고 어두운 목소리를 동시에 내야 하는데다 1막부터 4막까지 다 출연해야 하는 어려운 역할이었다고 돌아봤다.

해외 오페라 무대에서 공연하는 바리톤 고성현. 사진 제공=고성현 클래식




고성현은 오페라를 준비하는 과정의 치열함과 집요함이 이젠 힘에 부칠 때가 있어서 해외 공연은 이제 조금씩 줄이려 한다고 말하지만, 예술가로서의 본능적 치열함은 버릴 수 없다. 모교인 서울대에서 열린 음대 학부생 대상 행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는 가곡들을 들려줄 예정이었지만 무대에 오르기 직전 바리톤 음역에서 가장 어렵다는 오페라 ‘팔리아치’의 아리아를 부르는 걸로 바꿨다. 기본에 충실하고 치열하게 노력하자는 메시지를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어서였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이른바 ‘크로스오버’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실력이 바탕을 이뤄야 한다며 “노래쟁이는 노래쟁이다워야 한다, 노래를 잘해야 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해외 오페라 무대에서 공연하는 바리톤 고성현. 사진 제공=고성현 클래식


이번 공연을 맞아 음악 외에도 다양한 걸 준비했다. 우선 2030 세대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에 국내 클래식 공연계에서는 처음으로 대체불가능토큰(NFT)을 발행한다. 그는 “빠르게 변하는 현대 매체와 순수예술 간 괴리를 없애고 클래식 음악·아티스트들이 다시 주목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성악 발성법, 곡 해석, 목 등 자기관리법을 비롯해 여러 소회를 담은 에세이까지 묶은 책 ‘고성현의 K-벨칸토’(가제)도 콘서트 시점에 맞춰 발간한다. 그는 작업 중인 원고를 잠시 보여주며 “평생 노래만 하던 사람이 처음으로 글까지 쓴다”며 웃었다. 고성현은 공연 후반부 그의 크로스오버 대표곡 ‘시간에 기대어’를 비롯해 대중 앞으로 걸어 나왔던 모습들을 보여줄 예정이다. 그는 “목소리가 남아 있는 동안 한국의 아름다운 노래를 최대한 많이 부르고 싶은 생각”이라고 말한다.

“오랜 기간 오페라 가수로 생활해 왔지만, 한국적인 게 역시 최고라는 걸 느껴요. 우리의 시가 좋고, 한국 감성의 작곡가들에게 매우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한국적 감성을 전할 수 있는 매체로는 노래가 최고인 것 같은데, 그런 역할을 많이 하고자 합니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에서 오페라 데뷔 40주년을 맞은 바리톤 고성현 교수가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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