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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작동기전을 파악하라

현재 과학자들은 뇌의 모든 작동기전을 이해하기 위해 4개의 생물학적 시스템을 재구성하려 한다

지난 2003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13년간의 노력 끝에 인간 DNA를 구성하는 30억개의 염기쌍 서열을 모두 밝혀냈다.

이는 인간의 생물학적 시스템을 나타내는 종합적 지도 제작을 위한 첫 시도로서 유전학자들에게는 단순한 발전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오믹스(omics)'라는 새로운 학문의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물학자들은 이미 인간의 생물학적 시스템을 구성하는 개별요소에서 생물학적 시스템 그 자체로 연구의 관심을 돌리고 있다. 세계적 뇌 과학 프로젝트 '휴먼 커넥톰(Human Connectome)'의 책임자인 마이클 웨르타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인간 생물학의 근간을 바꿔 놓았습니다.

만일 우리가 인간 생물학시스템에 대한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수집된 데이터 세트를 가질 수 있다면 모든 종류의 새로운 연구를 가능케 해주는 지적 기반이 될 것입니다." 현재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오믹스를 자신의 연구분야에 접목시키고 있다.

물론 이런 연구들 중에는 기능이 확인되지 않은 게놈을 뜻하는 '언놈(unknome)'으로 불리며 기억에서 잊히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이 분야는 확고한 학문영역을 구축하며 '오믹스(OMICS)'라는 통합생물학 학술지를 발행 중이며 최소한 4개의 생물학적 시스템이 게놈학의 반열에 오르면서 주요 연구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전사체 TRANSCRIPTOME

연구목표 : 인체 내에서 발현되는 모든 RNA 의 목록 작성

게놈 속 DNA 염기서열 파악은 세포들의 작동원리를 이해하는 첫걸음일 뿐이다. DNA는 자신의 유전정보를 활용, 대부분의 인체 작용을 수행하는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설명서를 제공한다. 하지만 세포가 설명서를 이용하려면 우선 그 내용을 전사(轉寫)해야 하며 이러한 DNA 유전 정보의 복사본은 RNA로 만들어진다.

미 국립보건원(NIH)은 지난 2003년 모든 RNA 복사본의 목록 작성을 위해 '인간 전사체 프로젝트(HTP)'를 출범시켰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 밖의 난제가 도출됐다.

현재 알려진 인간 유전자 2만 여개는 유전 정보의 복사 방식에 따라 각각 수십만개나 되는 RNA 복사본을 만들어내는데 이중 소수만이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확인된 것. 미국 뉴욕소재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의 분자생물학자이자 HTP의 책임연구자인 토마스 진저라스 박사는 프로젝트의 종료시점이 불명확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미 연구팀은 유용한 발견을 해내고 있다.

LINC RNA라는 신종 RNA 복사본을 찾은 게 대표적 사례다. 세포 기능에 필수적인 LINC RNA는 항암치료에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프로테옴 PROTEOME

연구목표 : 인간 세포가 만들어낸 모든 단백질의 특징 규명

단백질은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들의 충직한 일꾼이다. 혈류를 통해 산소를 나르는 일부터 소화를 조절하는 일까지 모든 것에 관여한다. 또한 각 장기나 조직마다 독특한 세포 구조를 구성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듯 현재 확인된 2만 개의 인간 유전자는 다양한 RNA 복사본을 만들고 이들에 의해 수많은 단백질이 생성된다.



더구나 이 단백질들은 끊임없이 모양을 바꾸며 다른 단백질에 의해 화학적 물성이 달라져 세포 내에서 특수한 임무를 수행한다. 그 결과, 게놈이 생산하는 단백질이 100만 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숫자나 각 단백질의 기능은 알지 못한다.

이에 작년 9월 모든 단백질의 특징 규명을 위해 국제협력사업인 '휴먼 프로테옴 프로젝트(HPP)'가 출범했다. 일단 2015년까지 약 2만개의 단백질 생성 유전자, 즉 단백질 2만개의 정체를 밝힌다는 게 목표다. 하지만 게놈과 달리 프로테옴은 매우 역동적 네트워크를 지녔다. 때문에 HPP 책임자인 미시건대학 길버트 오멘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프로테옴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사체 METABOLOME

연구목표 : 세포 신진대사에 의해 생성되는 모든 화학물질의 추적

세포의 활동에 따른 부산물을 대사산물 혹은 대사물질이라 한다. 지난 2008년 완료된 '인간 대사체 프로젝트(HMP)'는 모든 대사산물을 규명하기 위한 최초의 종합적 연구였다. 당시 연구팀은 조직 농도, 질병, 유전자 등 약 100개의 데이터 필드에서 얻은 3,000종의 대사산물과 유전자와의 관계를 정립했다.

또한 이를 활용해 이미 류마티스 관절염처럼 진단이 매우 어려운 질병의 생체지표를 발견하는 성과도 있었다. HMP 프로젝트 책임자였던 캐나다 앨버타대학 데이비드 위셔트 박사와 그의 연구팀은 지금도 추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연구팀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8,500종의 대사산물, 독극물처럼 외부에서 유입되는 1만종의 대사산물 정체를 밝혀냈다.

이러한 대사산물은 인체에서 끊임없이 생성되므로 건강 상태를 가장 확실하게 알려주는 지표가 된다. 임상화학자들의 경우 지난 100년 이상 혈액과 소변 속 대사산물로 환자를 진단하고 있다. 사실 효소 내에 단 하나의 돌연변이만 있어도 효소의 기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로 인해 효소의 대사산물 생산속도가 1만배나 빨라질 수 있는 탓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유전자의 돌연변이와 비교해 감지하기가 매우 쉽다. 결국 게놈에게 있어 대사산물은 탄광 속의 카나리아와도 같은 존재다.

커넥톰 CONNECTOME

연구목표 : 1,000 억개에 달하는 인간 뇌의 뉴런 회로 지도 작성

인간의 뇌는 1,000억개의 뉴런들이 일종의 회로처럼 복잡다단하게 상호 연결돼 있다. 뇌 과학자들은 인체의 소우주라 불리는 뇌의 작동기전 파악을 위해 오랫동안 각각의 뉴런들을 연구해왔다. 하지만 지금도 뇌 전체를 보여주는 뉴런들의 회로 지도는 존재치 않는다.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HCP)는 바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첫 번째 시도로 지난 2009년부터 1,200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기능적·구조적 뉴런 연결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연구팀은 HCP가 완료되면 연령별 두뇌 기능 변화나 정신분열증, 알콜 중독 등 질병 및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뇌 연구에 큰 진전을 가져올 데이터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현재 뇌 활동과 뇌 구조라는 두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일례로 워싱턴대학 데이비드 반 에센 박사팀과 미네소타대학 카밀 우구르빌 박사팀은 fMRI를 사용, 일할 때와 휴식을 취할 때의 뇌 활동을 측정하면서 확산 스펙트럼 MRI(dMRI)로 뇌 구조를 밝히려 한다. dMRI는 HCP에 참여 중인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의 신경과학자 밴 웨딘 박사의 발명품이다.

HCP 책임자인 미국 국립정신건강협회(NIMH) 마이클 웨르타 박사는 이 연구를 통해 그동안 의문이었던 뇌 작동기전에 대한 한층 체계적인 질문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이 나이를 먹거나 장애를 입었을 때 어떤 사람은 뉴런들이 제대로 작동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왜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질문도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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