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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을 피하는 방법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누출 때문에 전 세계가 초긴장이다. 일본과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더 몸을 움츠리고 있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방사능의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방사능 공포가 심각한 가운데, 한편에서는 각종 상품들이 ‘방사능 특수’를 누리고 있다. 마스크, 우비, 공기청정기 등 위생용품은 말할 것도 없고 갖가지 식품들이 우후죽순 밀려들고 있다.

김, 다시마 등을 통해 요오드를 섭취하면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주장, 녹차의 탄닌이 방사능을 막아준다는 주장 등 다양하다. 심지어 우유, 딸기, 매실, 양배추 등이 방사능을 막아주는 식품으로 선전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방사능은 이 정도 수단으로 절대 막을 수 없다. 그리고 불행히도 현재 인터넷과 언론에 떠도는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관련 정보 중 의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관하다.

방사능의 실체

방사능은 라듐, 우라늄, 토륨 등의 방사성 금속 원소가 붕괴하면서 방사선을 방출하는 현상 또는 그러한 성질의 강도를 말한다. 방사선은 크게 핵분열, 핵융합 등으로 인해 생기는 전리 방사선과 비전리 방사선으로 나뉜다. 이 중 건강에 중대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전리 방사선이다.

전리 방사선은 원자나 분자에서 전자를 전리시킬 만큼 강력한 입자나 전자파를 가지고 있다. 단일 입자 또는 광자에 의한 직접 전리는 짝 없는 전자인 자유라디칼(free radical)을 만들어 낸다. 이들 자유라디칼은 그 전자 구조상 화학반응력이 매우 높다.

높은 화학 반응력은 암, DNA 파괴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전리 방사선에는 크게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 중성자선이 있다. 알파선은 투과력이 약해 종이 한 장으로 막을 수 있지만 투과력이 강한 베타선은 두께가 있는 알루미늄판으로 막아야 한다. 감마선의 경우 그 방호가 한층 까다롭다.

감마선은 알파선과 베타선에 비해 훨씬 투과력이 우수하며 화상, 암, 유전자 변형 등 막심한 피해를 일으킨다. 이를 막으려면 무거운 원자핵을 가진 물질을 대량으로 쌓아 벽을 만 들어 흡수시키는 수밖에 없다. 가장 효율이 우수한 것은 열화우라늄이지만 납이나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성자선도 꽤나 방호가 힘든 방사선이다. 중성자는 핵분열 시 나오는 원자핵으로밖에 흡수가 안 된다. 이 방법을 섣불리 쓰다가는 2차 방사능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중성자를 흡수하는 원자핵이 더욱 무겁고 불안정한 동위원소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전 사고 시 방사선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방사능 낙진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방사선이 난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이라면 방사능 낙진은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와도 같다. 방사선은 사고지 인근에만 영향을 미치지만 방사능 낙진은 대기권을 타고 아주 멀리까지 날아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가 경계하는 것도 후쿠시마 원전에서 날아올 방사능 낙진이다.

요오드 131, 스트론튬 90, 세슘 134·137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방사능 낙진에는 폭발지역의 낙진과 대류권 낙진, 성층권 낙진 등 세 종류가 있다. 폭발지역 낙진은 해당 지역에 떨어지는 많은 양의 방사성 물질로 곧 약해진다. 반면 대류권 낙진은 작은 방사성 입자들이 지구 대기의 맨 아래층인 대류권에 유입된 것으로 몇 달 후 넓은 지역에 걸쳐 떨어진다.

성층권 낙진은 주로 작은 방사성 입자로 이루어지는 데 핵폭발이 있은 뒤 여러 해가 지 나 거의 전 세계에 걸쳐 떨어지게 된다. 특히 가장 위험하다 할 수 있는 성층권 낙진은 반감기가 27년인 세슘 137, 반감기가 28년인 스트론튬 90 등과 같이 반감기가 길다.





이들 성층권 낙진은 전기적 인력과 지구 중력의 영향, 물방울과 같은 큰 입자와의 결합 등을 통해 비나 눈에 묻어 지상으로 떨어진다.

얼마나 위험한가?

그렇다면 방사선과 방사능 낙진에 노출된 인체는 어떻게 될까. 간단히 말해 좋을 것 하나 없다. 병원에서 암으로 방사선요법을 받은 환자도 각종 부작용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점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갈 것이다.

인체가 방사능 피폭으로 인해 겪는 피해는 크게 두 가지로, 짧은 시간에 대량의 방사능 물질에 노출됐을 때 생기는 급성방사선증후군(ARS)과 소량의 방사능 물질에 장기간 노출됐을 때 생기는 지 발성장해가 있다. ARS의 경우 흡수 선량에 따라 보통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

흡수 선량이 0.5~ 1.5Gy(그레이)일 경우 대체로 큰 증상이 없고 가벼운 현기증과 오심을 느끼는 정도다. 이때의 사망률은 0~5% 정도. 그러나 흡수 선량이 2Gy를 넘어서기 시작하면 일시적인 오심 및 구토, 가벼운 혈액상의 변화를 일으킨다. 흡수 선량이 4~6Gy에 이르면 증세가 심각해지고 소하기관 장해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6~8Gy에 이르면 급성증상이 현저해지며 소화기관 장해 및 혈액 변화 심화로 인해 피폭 후 2주까지의 생존율은 채 5%도 되지 않는다. 적절한 치료를 한다고 해도 생존율이 간신히 50%가 될까 말까한 수준이다. 이 이상의 방사능을 흡수하게 되면 중추 신경계 장해를 입게 되므로 살아남을 생각은 아예 버리는 게 좋다.

급성방사선증후군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싶다면 냉전기 소련 잠수함 K-19호에서 벌어졌던 원자로 사고를 극화한 영화 ‘K-19’를 보자. K-19호의 승무원 중 8명은 고장난 원자로의 노심용융을 막기 위해 방사능이 가득한 원자로의 냉각실로 직접 들어가 냉각 장치를 수리했다.

노심용융은 막았지만 8명 모두 치사량에 달하는 방사능에 노출되어 지독하게 괴로워하다 사건 발생 3주 만에 모두 죽었다. 불과 10분 동안 냉각기를 고쳤을 뿐이지만 흡수한 방사선량은 약 720~990R(뢴트겐). 안전 수치상에 선 1년에 5R을 기준으로 하니 엄청난 양이다.



뿐만 아니라 K-19호 선체 전체가 방사능에 오염되어, 살아남은 승무원들도 각종 질병으로 고통 당해야 했다. 소련으로 복귀했을 때 입항한 K-19호로부터 반경 700m 안의 식물이 모두 시들어 죽어버렸을 정도라고 한다. 반면 지발성장해는 그 판별부터가 어렵다.

피폭 후 증세가 나타나는 시점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며 나타난 장해 가 반드시 과거의 피폭 때문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도 없다. 게다가 지 발성장해는 방사선 피폭이 없어도 자연적으로 생길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지 발성장해에 대한 근거는 적절한 피폭집단과 비피폭집단에 대하여 특정 질병의 발생빈도를 통계적으로 비교한 결과를 통해 유추할 수밖에는 없다. 현재 지발성장해와 유관하다고 추정되는 질환 및 증상으로는 백혈병, 암, 재생불량성 빈혈, 백내장, 수명단축, 유전장해 등이 있다.



방사능 공격에 대비하라!

이처럼 무서운 방사선과 방사능 낙진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과연 어떻게? 방사선 방호에는 크게 3대 원칙이 있다. 첫째는 시간, 둘째는 거리, 셋째는 차폐다. 방사선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한도로 줄이는 것, 방사선원으로부터 먼 거리를 유지하는 것 그리고 방사선원과 사람 사이의 공간에 적정한 장해물을 설치해 도달하는 양을 줄이는 것이다. 방사능을 막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차폐재가 필요한 것일까.

상식적으로 방사선의 강도에 따라 차폐재의 양도 달라지겠지만 감마선 기준으로 봤을 때 방사선량을 반으로 줄이는 데는 납 1.2㎝, 콘크리트 6.1㎝, 철 2.5㎝, 흙 9.1㎝, 물 18㎝, 공기 150m 등이 각각 필요한 것으로 정해져 있다. 더욱 성능이 뛰어난 방사능 차폐재로는 그레이디드Z 차폐재라는 것도 있다. 이는 원자 번호가 다른 여러 가지 소재들을 적층시켜 방사선 흡수력을 높인 것이다.

전자제품의 전류흐름을 막는 데 이용되는 탄탈륨 같이 원자 번호가 높은 물질과 주석, 철, 구리 같은 원자 번호가 낮은 물질들을 적층시킨다. 이는 단일 소재로 만들어진 차폐재에 비해 흡수력이 60% 이상 높다. 보통 인공위성에 장착되는 입자검출기에 많이 쓰인다.



하지만 이 모든 방호원칙은 이론일 뿐, 과연 실제로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방사능으로부터 내 몸을 지키려면 어느 정도의 대책이 필요할까. 다행스럽게도 이미 선례가 있다. 미국과 소련 간 핵 전쟁의 공포가 세계를 뒤덮던 지난 1950~1960년대 두 나라에서는 핵전쟁 시 방사능으로부터 몸을 지킬 방공호를 만드는 것이 일종의 유행이었다.

집집마다 방공호를 하나씩 만들던 시대도 있었다. 당시 핵전쟁 대비 방공호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방사선량을 1,000분의 1 이하로 감소시킬 수 있는 두툼한 차폐 재를 두르고 있었다.

앞서 밝혔듯이 감마선의 방사선량을 반으로 줄이려면 흙벽을 적어도 9㎝ 두께로 둘러야 하 는데 당시의 방공호는 보통 지붕 위에 1m 두께의 흙을 깔아놓았다. 이로써 방공호 안으로 침투하는 감마선량을 1,024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었다.

또한 방공호의 양 끝에 설치된 지상으로 나가는 통로는 경사로식으로 돼 있거나 방공호 본체와 직각으로 굽어 있어 출입구를 열 경우 방공호 안으로 감마선이 들어올 가능성을 원천봉쇄 했다. 감마선은 직선으로만나가기 때문이다. 또 비가 올 때 물이 들어오지 않게 하기 위해 방공호 외벽 겉에는 비닐을 둘렀다. 공공 방공호의 경우 10층 이상 되는 고층건물의 지하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 1층의 바닥이 차폐 재 역할을 해준다. 냉전 당시 스위스 정부는 산속에 뚫은 터널을 방공호로 이용, 수만 명의 사람들이 피난을 할 수 있게 하기도 했다.

스위스 정부는 이 방공호에서의 적정 대피기간을 3주로 잡았으며, 핵전쟁 후 1주일 후부터는 하루에 최대 1시간의 외부 활동이 가능할 정도로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여겼다. 그리고 방사능으로부터 갑상선을 보호하기 위해 성인 일간 130㎎, 아동 일간 65㎎의 요오드화칼륨 섭취를 권장했다.

적절한 안전대책 필요

그러나 방공호 건설 붐은 1970년대부터 차츰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핵전쟁의 파괴력과 후유증이 생각 이상으로 강력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방공호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난 탓이다. 게다가 미·소간의 긴장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핵의 장검을 쉽사리 휘두르지 못할 거라는 안도감마저 들었다.

오늘날은 분명 냉전기에 비해 핵전쟁의 공포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방공호의 가치를 다시 돌아볼 필요는 충분하다. 방사능의 공포는 원전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새삼 일깨워 준다. 헬멧을 착용하고 모터사이클에 탑승함으로써 사고시 생존율을 높이듯이, 원전 사고에서도 적절한 안전대책이 있다면 살아 남을 확률은 높아질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람은 그래도 비교적 현명한 사람이다. 소를 잃었는데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사람에 비하면 말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교훈 삼아 안전대책을 수립하는 일이 절실히 요구된다.

글_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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