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내안에 열쇠 있다! 나만의 신체 비밀번호 '생체인식'

초가집에 살던 과거에는 외출을 할 때 특별한 잠금장치가 필요 없었다. 하지만 두터운 철문 안에 꽁꽁 숨어 살게 된 요즘은 재산과 거주자의 안전을 위해 철통같은 수비가 요구된다.
그래서 첨단기법으로 중무장한 최신형 자물쇠로 출입문을 업그레이드하기 시작했으니 이른바 사람의 인체를 열쇠로 사용하는 생체인식기술이다.

자료 제공_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과 미래
글_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이제 곧 휴가철이 다가온다. 한동안 집을 비우고 떠나는 순간 사람들의 걱정은 항상 우리 집의 안전, 즉 문단속이 다.

예전 싸리나무 담장과 사립문으로 이뤄진 초가집에 살 때는 문에 작대기 하나를 걸어놓거나 대문간에 누렁이 한 마리를 단단히 매어 놓는 것으로도 안심이 됐다. 하지만 탄탄하고 든든한 철문 안에 살고 있는 지금, 우리는 오히려 더 큰 불안감에 휩싸이며 철통같은 수비를 갖춘다.

생체인식 기술은 바로 이러한 현대인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등장한 첨단과학 자물쇠다. 개별 사람의 신체적 특징을 인식해 거주자와 침입자를 식별하기 때문에 기존의 열쇠처럼 분실되거나 복제될 수도, 비밀번호처럼 정보가 유출되 거나 잊어버릴 염려도 전혀 없다.

지문인식
0.1초면 식별 끝

생체인식 기술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과 차별화되는 신체적 특징, 다시 말해 본인 외에는 이 세상의 그 누구와도 동일하지 않은 특징을 대상으로 한다. 이를 감안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생체인식의 대상은 '지문'이다.

사람마다 지닌 고유한 손가락 지문을 통해 개인을 식별한다. 건물 입구나 보안구역의 도어락,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증명서 자동발급기 등에 지문인식 기술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정보보호를 목적으로 노트북, 휴대폰 등의 휴대기기에 지문인식 장치를 탑재한 사례도 늘고 있다. 심지어 이미 지문인식 지갑까지 출시된 상태다. 던힐이 지난해 선보인 '바이오메트릭 지갑(Biometric Wallet)'은 사전 입력된 사용자의 지문과 일치해야만 열리며 블루투스 기술을 활용, 지갑과 사용자가 5m 정도 이상 떨어지면 휴대폰으로 경보음을 울려주기도 한다.

이러한 지문 인식은 지문을 스캔해 사용자가 미리 저장해 놓은 지문과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지문이 일치하면 전기신호를 보내 모터를 구동,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모두 0.1초 만에 끝났다.

기술의 발전으로 타인을 주인으로 인식하는 타인 수락률(FAR), 주인을 타인으로 인식하는 본인 거부율(FRR)도 크게 낮아졌다. 또한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FRR의 상승을 감수하고 FAR을 낮춰 보안성을 강화하거나 FAR이 다소 높아져도 FRR을 최소화해 편의성을 증진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능이 제공되기도 한다.

다만 지문은 심하고 반복적인 노동에 의해 지워질 수 있 으며 손가락에 땀이나 이물질이 묻으면 인식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홍채인식
일란성 쌍둥이도 구별

이 같은 지문인식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는 것이 홍채인식이다. 이는 안구의 홍채 모양과 색깔, 망막 모세혈관의 형태를 분석해 사람을 인식하는 기술을 말한다.

지문의 경우 다른 사람과 동일한 지문을 가질 확률이 640억분의 1 정도 되지만 홍채의 무늬가 동일한 사람이 존재할 확률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심지어 유전적으로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들조차 홍채 무늬가 다르며 한 사람이라 도 좌안과 우안의 무늬는 다르다.

또한 홍채는 물리적 사고에 따른 외상이 없다면 평생 지워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어떤 생체암호보다도 보안성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홍채인식은 한마디로 홍채의 특성을 분석, 그 내용을 디지털 코드로 변환하여 신원확인에 이용한다.

일정한 거리에서 홍채인식장치에 눈을 맞추면 적외선 카메라가 줌 렌즈로 초점을 조절, 홍채만 촬영해 이미지를 생성한다. 그러면 홍채인식 알고리즘이 이 이미지의 홍채 무늬를 영역 별로 분석, 0과 1로 구성된 디지털 신호로 변환한다.

이렇게 마련된 개인별 디지털 홍채 코드를 가지고 사람들을 식별하는 것이다. 홍채나 지문인식은 예전에만 해도 정부기관을 비롯한 주요 시설들에서나 설치·운용됐지만 요즘은 일반 아파트에도 이를 도입하는 사례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일례로 LG유플러스와 상암동 DMC 사옥, 덕수궁미술관 미술품 보관실, 부산 해운대 이안 엑소디움 아파트 입구 등에서 이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얼굴인식
성형수술로도 뚫을 수 없어

최근 홍콩에서 동양인 청년이 실리콘 가면을 쓰고 80대 백인 남성으로 위장, 공항 보안게이트를 통과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보안시스템을 뚫으려는 시도는 전 세계에서 끊임 없이 일어난다.

이에 따라 보안기술 또한 더욱 강화된 시스템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부응하여 등장한 것이 홍채인식과 유사한 원리가 적용된 얼굴 인식 기술이다. 이 기술의 기본 원리는 사람의 두 눈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는 것. 사람마다 얼굴 형태는 물론 눈, 코, 입의 모양과 크기가 다르고 위치와 간격도 차이 가 있다는 사실에 기반한 기술이다.

현 기술은 수학적 알고리즘을 통해 눈·코·입 등의 모양새나 음영, 거리 등의 분석 정밀도를 크게 끌어올려 일란성 쌍둥이는 물론 성형수술로 위장한 사람까지 정확하게 가려 낼 수 있다. 또 3D 스캔 기술을 접목시켜 단순히 평면적 얼굴 모습을 스캔하는 것보다 식별의 정확도가 높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서처럼 정교한 가면을 만들어 착용했다고 해도 얼굴인식 보안시스템에는 발각될 수 있다는 얘기다. 덧붙여 얼굴 인식 시스템은 카메라가 정지화상을 순간 캡처해 실시간으로 대조가 이뤄지기 때문에 지문, 홍채 등을 이용하는 생체인식기술과 달리 카메라 앞에 한동안 멈춰 서 있을 필요가 없다는 이점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얼굴 인식 시스템과 열감지 카메라를 연동시켜 공항에서의 신종플루 검역 등 전염병 확산 방지에도 활용되고 있다.



행동인식
나도 모르는 나만의 습관

인간의 생체정보를 암호로 이용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행동 인식 기술이다. 지문, 홍채 등 신체적 특징보다 더 근본적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의 습관을 인식의 대상으로 삼은 것. 구체적으로 손가락의 움직임, 서명 방법, 걷는 모습, 목소리 패턴 변화 등 몸이 움직일 때 발현되는 행동정보를 이용한다.

서명 인식을 예로 들자면 완성된 서명의 필체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서명을 할 때 펜에 가해지는 압력, 서명하는 속도, 특정 글자를 쓸 때 펜 끝의 회전 속도 등을 감지한다. 이런 요인들은 대부분 자기 자신조차 인지하지 못하지만 매번 동일하게 나타나는 일관된 습관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따라하지 못한다.

행동 인식 중 현재 가장 주목받는 방식은 정보기기를 활용한 것이다. 키보드 입력 속도와 방법, 터치 스크린에서 손가락을 움직이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이를테면 타이핑을 할 때는 사람마다 각자의 패턴이 있기 때문에 그 행동을 암호로 이용 가능하다.

전 세계적으로 IBM 등 5개 기업이 상용 제품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걸음걸이 방식도 행동 인식의 대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걸음걸이만 보고 누구인지를 판별해 내는 이 연구의 궁극적 목표는 밤과 낮, 기후조건에 관계없이 최대 150m 떨어 진 거리에서 정확히 신원을 확인하는 데 있다. 영상센서와 동작 인식 소프트웨어를 함께 사용해 주로 범죄자나 테러리스트를 찾아내는 용도로 쓰인다.



뇌파열쇠
생각하면 실현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래에는 생각만 해도 문이 열리고 ATM에서 돈을 인출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할 전망이다. 이 기술은 사람의 뇌파 인식을 통해 가능하다.

우리가 생각을 할 때는 뇌에서 미세한 전기가 흐르는데 이러한 뇌파 신호는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도 약간씩 다른 패턴이 보이기 때문에 보안시스템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소재 칼턴대학의 줄리 소프 박사팀과 캐나다의 유명 보안기술자인 폴 반 오르쇼트 연구팀이 현재 이런 시스템을 개발 중에 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휴머노이드 '아시모'로 유명한 일본 혼다 역시 시마즈 제작소와 공동으로 지난해 뇌파와 뇌 혈류 데이터를 분석, 생각만으로 조종할 수 있는 로봇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 혼다는 헬멧을 쓴 사용자가 생각만으로 아시모의 손을 들거나 다리를 움직이는 등 총 4가지 동작을 시현해냈다. 이 뇌파 열쇠는 사지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한 뇌파 인식 장치에서 착안된 기술이다. 생각을 할 때 일어나는 뇌파의 특이성을 바탕으로 뇌가 컴퓨터나 기계를 제어하는 방안을 연구하던 중 이를 보안장치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언젠가는 문 앞에 서 가족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문을 열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다중 생체 인식으로 진화

세계 각국은 전자여권의 도입을 계기로 생체 인식 기술의 상용화를 본격화했다. 특히 공항에서의 여행자 보안이 이의 도입과 개선을 주도하고 있으며 여기서 관련기술이 각종 산업분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또한 신원 확인이 필요한 여타 정부 부처들이 생체 인식 기술의 도입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 자연스럽게 민간 부문에서도 건물 출입 통제에 이를 적용하고 있다.

2009년 현재 전 세계 생체 인식 시장의 규모는 34억 달러 였다. 세부적으로는 지문 인식 분야가 45.9%로 수위를 차지 하고 있고 얼굴 인식이 18.5%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얼굴 인식은 삼성전자, 지문 인식과 홍채인식은 LG전자에서 가장 많은 특허와 실용신안이 출원돼 있다. 전문가들은 보안에 대한 관심 증대에 힘입어 이 시장이 매년 20% 이상 고성장을 거듭해 2014년경 약 93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다.

또한 앞으로는 지문, 얼굴, 홍채 등 단일 생체 인식이 아닌 여러 기술을 동시에 적용하는 다중 생체 인식 제품들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물론 행동 인식이나 생체 인식 기술이 일상생활에서 폭 넓게 실용화되기까지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논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 잘 사용하면 편리하고 훌륭한 열쇠가 되지만 잘못 사용하면 내 행동을 감시당하는 족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