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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 사살의 주역

미 해군 네이비 실의 특수무기

지난 5월 미 해군의 특수전 부대가 빈 라덴을 사살하며 다시 한번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네이비 실로 더 많이 알려진 이들은 어떤 특별한 무기와 장비를 지급받고 있기에 일반 병사들은 감히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임무들을 척척 수행해내는 것일까.

글_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지난 5월 1일 9·11 테러 이후 온 세상이 뒤를 쫓았던 알 카에다의 지도자 빈 라덴이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은신처에서 미 해군 특수전 부대 ‘네이비 실(Navy SEAL)’에 의해 사살됐다. 이번 성과는 네이비 실의 명성과 전투력을 다시 한 번 세간에 회자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네이비 실의 창설은 1962년, 당시 미 대통령이던 J.F. 케네디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 실이란 명칭에는 이들의 활동무대가 바다(SEa), 하늘(Air), 땅(Land)을 아우른다는 뜻이 담겨 있지만 동시에 ‘바다표범’이라는 뜻과 ‘밀봉하다’ 라는 비밀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이래저래 해군 특수전 부대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 아닐 수 없다.

네이비 실의 장비에 대해서 알아보기 전에 이들이 해군의 특수전 부대임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미군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방예산을 사용하는 군대이며 그 중에서도 해군은 가장 많은 돈을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적 후방 장거리 침투 및 현지인 게릴라 양성이 주 임무인 특수전 부대의 작전 특성상 정규군처럼 군 당국이 지정한 몇 가지 제식 장비에만 얽매이는 경향이 적다. 제식장비가 아니어도 작전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고, 작전 성격에 더욱 부합하는 장비라면 망설임 없이 사용한다. 때문에 네이비 실의 장비는 정규군처럼 하나로 통일되지 못한다.

실제로 베트남전에서 일부 네이비 실 대원들은 정글에서의 작전에 어울린다는 이유로 전투복 대신 청바지를 입었다. 또한 적을 혼란시키기 위해 베트콩들이 즐겨 신었던 타이어 샌들을 신었고 소총도 베트콩의 주력 소총인 AK 소총을 들고 임무에 투입됐다.

작지만 강한 개인 화기 선호
사실 개인화기야말로 앞서 언급한 것처럼 너무 다양해서 일일이 설명하는 게 무의미한 무기다. 명색이 네이비 실 대원이 특정 총기만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말이 안 된다. 이들은 모든 국가의 특수전 부대와 마찬가지로 자국 군대의 제식화기는 당연히 사용하며 적국이나 제3국의 제식화기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여기에도 나름대로의 트렌드는 있다. 대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개인화기는 M-16 계열 소총으로 대표되는 미군 제식화기, 또는 그 계열화기이다. 이들도 일단은 군인인 만큼 신병교육 때부터 손에 익은 M-16 계열 소총이 가장 몸에 익숙하고 편안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개는 내구성이 엄청나게 강한 모델을 택한다. 작전 자체가 상당히 터프한 데다 총기의 내구성과는 상극인 소금과 물이 함께 존재하는 바다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탄약의 경우 표준 탄약보다 장약량이 훨씬 높은 이른바 플러스파워(+P)탄을 애용한다. 네이비 실은 주로 7~14명 정도의 소수 인원으로 행동하는 만큼 정규군과의 조우는 적극 피하지만 전투가 벌어진다면 최대한의 화력을 퍼붓고 그 지역을 벗어나 한다는 점에서 가급적 위력적인 탄약이 필요한 것이다.

어려운 점이라면 이를 충족시키면서도 부피와 무게는 최소화돼야 한다는 부분이다. 적 후방에서 활동해 재보급에 불리한 특수전 부대는 작전 한 번에 필요한 보급품을 개인이 다 짊어지고 가야 한다. 따라서 병사 한 명당 완전 군장의 무게는 정규군의 시각에서 볼 때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특전사도 1인당 군장 무게가 족히 70㎏ 에 이르고 영국 공수특전단(SAS)은 무려 94㎏의 군장을 메고 걸프전에 투입됐다. 이런 상황에서 총까지 길고 무거운 것을 쓰면 그만큼 기동성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짧고 가벼운 총기는 광학장비 등 총기의 효율을 높여주는 부가장 비를 더 많이 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네이비 실이 사용 중인 화기들은 이 조건들을 대부분 만족시킨다. 소총은 HK416, SCAR 등이 있고 기관총은 Mk 46, Mk 48 등이 있다. HK416은 독일 HK가 가스직결식이던 M-4 카빈의 작동방식을 가스피스톤식으로 변환, 오염에 강하도록 개조했다. HK416이나 M-4 카빈 모두 분해결 합법과 조작법이 M-16 소총과 큰 차이가 없어 M-16을 다룰 줄 안다면 추가교육이 거의 필요없이 적응 가능하다.

SCAR는 벨기에 FN이 미군 특수전 사령부의 차세대 소총 시장을 노리고 만든 야심작이다. 모듈화 설계를 통해 하부 리시버, 탄창, 총열 등 부품 일부를 바꿔 주면 5.56㎜와 7.62㎜ 탄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긴 총열을 끼우면 저격용 총으로 변신한다.

Mk 46과 48은 M-249 미니미 분대기관총을 네이비 실 등 미군 특수전부대의 요구에 맞게 개량한 모델이다. 탄창 급탄, 차량 탑재, 총열교체 손잡이 등 특수전에서 불필요한 요소는 모조리 없앴으며 부품의 무게도 내구성을 해치지 않는한 최대한 줄였다.





오사마 빈 라덴의 거처에서 발견된 미군 헬리콥터의 잔해와 그것을 바탕으로 재구성해본 미군의 스텔스 헬리콥터.

전투복, 방호력과 위장효과 제고
전투복과 군장은 총기보다도 특징화가 어려운 장비다. 민간인들도 계절마다, 장소에 따라 차림새가 달라지는 판에 네이비 실이 항상 똑같은 유니폼을 입을리는 만무하다.







덧붙여 미 해군의 기본 전투복이 위장 효과를 완전히 무시한 청색 계열의 ‘NWU(Navy Working Uniform)’로 바뀌면서 네이비 실은 자국 전투복을 입어야 할 때면 해병대의 MARPAT(MARine PATtern)이나 육군의 ACU(Army Combat Uniform) 전투복을 착용한다.

MARPAT은 야지에서 ACU는 시가지에서 위장효과가 뛰어난 픽셀 패턴 전투복으로 국군도 올해부터 기존의 우드 랜드타입 전투복을 픽셀 패턴 전투복으로 바꿀 예정이다.

또 편의성과 위장효과뿐 아니라 개인 방호력의 증대에도 신경 쓰는 것이 네이비 실을 위시한 최근 세계 특수전 부대 복장의 트렌드다. 사실 이는 과거에는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던 부분이었다. 특수전 부대 하면 베레모를 떠올리듯 과거에는 우수한 방호력보다는 가볍고 기동성 높은 복장을 선호했던 것. 하지만 최근 특수전 부대도 적과 지근 거리나 실내에서 맞붙는 근접전투를 많이 벌이면서 개인 방호력의 증대에 관심을 갖게 됐다.

현재 네이비 실의 주력 방호장구는 MICH 헬멧과 CIRAS 방탄복이다. MICH는 구형 케블라 헬멧과 달리 통신장비와 야간투시경 장착을 염두에 두고 인체공학적인 4 점식 턱 끈을 채택했다. 1000 데니어 코듀라 소재로 만들어진 CIRAS 방탄복은 중량이 2.3㎏에 불과할 정도로 기존 방탄복에 비해 훨씬 경량이며 탄입대 등 각종 파우치를 직결해 전술 조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방호장비 중 최근 중요성과 인식이 높아진 또 다른 품목이 눈을 보호하는 고글이다. 과거의 군용 고글은 바람과 먼지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방풍 역할이 다였지만 현 군용 고 글들은 방파편 기능도 추가돼 있다. 산탄총의 산탄을 막지 못하면 방파편 고글로 이름도 내밀 수 없는 수준이다.





MICH 헬멧과 CIRAS 방탄복, 해병대용 사막 위장복 등 2010년대의 전형적인 군장을 갖춘 네이비 실 대원.

기도비닉(企圖秘匿) 해상침투장비
아무리 훌륭한 화기와 군장을 갖춰도 작전지역까지 침투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네이비 실의 침투수단은 은밀한 속도로 고속 장거리 이동이 가능해야 하며 이 점에서 전통적으로 전투용 고무 기습 보트(CRRC)와 스쿠버 장비가 활용된다.

길이 4.5m의 CRRC는 별달리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고무보트다. 구시대의 유물처럼 보이지만 네이비 실 대원들이 기본 훈련 때부터 문자 그래도 사랑에 빠져야 하는 물건이다. 훈련을 통해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CRRC는 네이비 실의 기본 투입단위인 7명을 물이 있는 곳 어디라도 투입 가능하며 팔레트에 실어 공수투입도 할 수 있다.

스쿠버 장비는 은밀한 침투를 위해 숨을 쉴 때 공기방울이 배출되지 않아 은폐력이 우수한 폐쇄회로 산소호흡 시스템을 자주 쓴다. 단, 이 장비는 산소 중독의 위험성이 있어 얕은 수심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것이 약점이다. 이의 극복을 위해 부분가압산소를 호흡하는 폐쇄회로 혼합기체 시스템도 나와 있는 상태다.

네이비 실의 전통적인 해상 침투수단으로는 SDV(SEAL Delivery Vehicle)가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사용되어 온 SDV는 간단히 말해 네이비 실 대원들이 타고 수중을 이동할 수 있는 소형 잠수함이다. SDV를 이용한 장거리 수중 침투는 공수투입이나 해상투입이 불가능할 정도로 적의 경계상태가 엄중할 경우 매우 선호된다. 현재는 Mk 8 Mod 1이라는 기종을 사용 중이며 잠수함이나 항공기를 통해 목표 해역에 투입된 후 네이비 실 대원들이 탑승해 목표지로 향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승무원 2명, 전투병 4명을 태우고 6노트 속도로 112㎞를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SDV는 수밀 구조가 아닌 개방식이어서 탑승자 전원이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바닷물에 노출된 상태에서 이동해야 한다는 게 단점이다. 때문에 현재 수밀여압구조 및 잠수함과 직결되는 드라이 도크를 갖춰 최대 16명의 대원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차세대 ASDV가 개발되고 있다.

네이비 실의 해상침투수단을 말할 때는 경체 팽창식 고무보트(RHIB)도 빼놓을 수 없다. RHIB는 명칭에서처럼 선체가 단단해 CRRC보다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네이비 실의 RHIB는 11m NSW RIB며 본체가 유리섬유강화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다. 45노트의 바람이 부는 황천 6급 상황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며 470마력 캐터필러 3126 디젤 엔진 2 대를 탑재, 최대 45노트의 속도로 200해리 이상의 항속거리를 낸다. M-60이나 M-2 기관총, Mk 19 유탄발사기 등 고정 무장을 장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스텔스 헬리콥터?!
침투 수단은 해상에만 있는 게 아니다. 육상에도 있다. 육상에서 네이비 실은 사막 정찰용 차량(DPV)을 운용한다. 셰 노우스 레이싱 프로덕츠가 개발한 DPV는 200마력급 폭스 바겐 엔진을 채용, 정지 상태에서 4초만에 시속 50㎞의 속도를 낸다. 최대 속도는 시속 130㎞다.

또한 79.5ℓ의 연료로 338㎞를 달릴 수 있고 외부연료탱크를 장착해 최대 1,610㎞까지 항속거리를 늘릴 수도 있다.

탑재능력은 최대 680㎏이다. 각종 기관총이나 자동유탄발 사기, 대전차 로켓포 등으로 무장하고 있는 이 차량은 지난 1991년의 걸프 전쟁에서 네이비 실이 사용하며 유명세를 탄 바 있다.

앞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하늘 역시 네이비 실의 무대다.

네이비 실은 미 해군 또는 타군이 보유한 각종 항공기에서 HALO(고공낙하 및 저공 낙하산 개방) 및 HAHO(고공낙 하 및 고공 낙하산 개방) 등의 고공 낙하를 통해 바다나 육상으로 접근할 수 없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이번 빈 라덴 사살작전에서 네이비 실이 스텔스 헬리콥터를 사용했다는 설이 떠돌고 있어 눈길을 끈다.

작전 당시 빈 라덴이 머물던 건물 내에 네이비 실을 태운 헬리콥터 1대가 불시착했으며 다시 비행할 수 없을 만큼 큰 손상을 입어 탑승자들에 의해 자폭 처분됐다고 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헬리콥터의 꼬리 회전날개를 포함한 꼬리 부분 일부가 빈 라덴 거처의 담장에 걸리는 바람에 자폭처분을 면했다. 그리고 언론에 공개된 그 부분의 잔해 형상은 이제까지 알려진 어떤 헬리콥터와도 닮지 않은 기묘한 모양이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미국이 비밀리에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는 스텔스 헬리콥터일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고 있다.

작전 당일 헬리콥터 특유의 시끄러운 소음을 들은 현지 주민이 거의 없다는 것도 이 의혹에 무게를 싣는 요인이다.

아닌 게 아니라 미국은 이미 20년 전 RAH-66이라는 차세대 스텔스 공격헬리콥터를 개발하려다 포기한 전력이 있다.

최초의 스텔스 군용기인 F-117을 개발한 이후에도 B-2, F-22, F-35라는 걸출한 스텔스 군용기들을 줄줄이 뽑아 낸 미국이 회전익기라고 스텔스로 못 만들 이유는 없어 보인다. 단 RAH-66 계획이 예산문제로 좌절된 부분에서 알 수 있듯 대량 생산은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기에 특수전 부대 비밀작전용으로 소량 생산·운용하고 있을 개연성을 배재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 특수전 부대도 인식 변화 필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특수전 부대는 어떨까. 물론 우리가 세계에서 제일 부유한 특수전 부대인 네이비 실과 동일한 수준의 무기와 장비를 갖출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무기와 장비를 대하는 시선이 그들과는 달리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음은 개선이 필요한 사안으로 지적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특전사에서는 K-1 기관총에 나무를 깎아 만든 보조그립을 달아 사격의 편의를 도모하다가도 검열이 뜨면 이것을 떼어내고 안 쓰는 척 해야 했으며 전투복과 전투화, 군장 역시 일반 보병이 쓰는 것에 비해 기능적으로 그다지 진보되지 않은 물건이었다. 최근 들어 어느 정도 개선이 됐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사용자의 편의와 의견에 맞춘 개선이 아닌지라 현장 대원들을 전혀 만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수전 부대는 전투 보병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임무를 수행하는 인원들이다. 또한 운용하기에 따라 소수의 인원으로 전장의 향방을 바꿀 수도 있는 위력적인 부대다. 네이비 실이 증명하듯이 그들의 발전된 장비는 다른 모든 보병들에게 파급효과를 일으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저출산으로 병역자원이 줄어들어 더 이상 비대한 덩치의 정규군 전력을 유지하기 힘든 현 시점에서 전원이 엄선된 지원자로 구성된 특수전 부대는 그 효용가치가 더욱 더 빛날 수밖에 있다. 명궁은 활을 가리지 않을지는 몰라도 좋은 활을 쥐어주면 기량을 100% 살릴 수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우리에게도 특수전부대의 무기와 장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요구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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