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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 항암제

조개의 혈액으로 암과 약물중독을 치료한다

대형 구멍삿갓조개(keyhole limpet)의 혈관 림프에는 새로운 암 백신의 핵심물질이 될 단백질이 들어 있다.

구멍삿갓조개헤모시아닌(KLH)이라는 이 단백질은 혈액 내 산소를 운반하는데 이례적으로 몸집이 거의 바이러스만큼 크며 체내의 항체 생성을 촉발하는 항원결정기(antigenic determinant)들을 다량 갖고 있다.

이러한 KLH를 인간의 혈관에 주사하면 매우 강력한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특정 암의 표지자가 KLH에 들러붙을 경우 면역체계가 자극 받아 이들을 공격하는 것. 특히 인공적으로 합성한 몇몇 물질들과 달리 KLH는 무독성이다.

KLH를 넣은 암 백신을 제조 중인 미국 스텔라바이오테크놀로지스의 프랭크 오크스 사장은 "암 환자의 몸은 암 세포를 자신의 일부로 인식, 암 세포에 내성을 갖는다"며 "KLH 암 백신을 투입하면 그러한 내성을 없애 면역체계의 공격을 발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현재 태평양 인근 와이니미 항구에서 대형 구멍삿갓조개를 직접 양식하고 있다.

이처럼 내성을 없애는 방식의 치료는 약물 중독에도 유용하다. 이에 미국 샌디에이고 소재 유명 생의학연구소인 스크립스연구소(TSRI)는 이미 헤로인의 쾌락효과를 없애는 KLH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팀이 헤로인 중독 쥐에게 KLH와 결합된 유사 헤로인 분자 칵테일을 먹이자 KLH 암 백신에서처럼 쾌락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면역반응이 재개됐다. 이후 자기 통제가 가능해진 쥐들은 대부분 스스로 헤로인 섭취를 중단했다. 효용성을 확인한 연구팀은 현재 니코틴과 코카인 중독 치료를 위한 KLH 기반 치료제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TSRI에 의하면 KLH는 인공적으로 합성하기에는 너무 크고 복잡하다. 때문에 대형 구멍삿갓조개로부터 얻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안정적이다. 스텔라 바이오테크놀로지의 경우 조개를 실내 수조로 가져온 뒤 주사기로 혈액을 채혈, 원심분리기를 통해 KLH를 분리한다. 채혈을 마친 조개가 원래의 몸 상태로 돌아가 다시 채혈하려면 16주가 걸린다고 한다. 또 야생의 대형 구멍삿갓조개로도 KLH의 채취는 가능하지만 채혈 과정에서 죽어버려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현재 KLH 기반 백신 10여종이 임상시험 중에 있으며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KLH를 이용한 방광암 치료가 이미 공식승인을 받았다. 스텔라테크놀로지스ML KLH 생산량은 연간 1~2㎏으로 KLH 암 치료법이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 전망이다.




식욕 감퇴 장치

1980년대 의사들은 위(胃) 절제술을 받은 후 미주신경(vagus nerve)이 없어진 환자들에게 체중감량이라는 흥미로운 부작용이 일어난 것에 주목했다.

미주신경은 위와 뇌 사이의 신호, 즉 위산 분비를 조절하고 위 팽창 및 포만감을 전달하는 주요 루트다. 현재 의료기기 제조사들은 바로 이 미주신경을 신호를 변조하는 기기로 활용, 비만과의 전쟁을 돕고 있다.

미네소타주 소재 엔테로메딕스는 전자 펄스를 쏘아 미주신경 신호를 차단하는 복강내 이식장치 ‘VBLOC’를 개발했으며 캘리포니아주의 인트라페이스는 이와는 반대로 더 많은 신호를 보내 두뇌가 포만감을 느끼도록 하는 '어빌리티(Abiliti)'의 개발에 성공했다.

양사에 따르면 임상시험 결과, 두 기기를 이식한 환자들은 각각 30%와 38%의 체중감량 효과를 거뒀다. 두 기기는 2014년 미국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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