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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본 수입 차 브랜드

신규등록 10만 대 시대 여는 2011년 수입차 시장 결산

2011년은 수입 차 도약의 전기가 마련된 해다. 신규 차량 등록 대수가 10만 대를 넘어섰다. 시장 점유율도 8%로 뛰어올랐다. 정부는 수입 차를 물가 지수 품목에 포함시켰다. 수입 차가 마침내 사치품이 아니라 일상적인 소비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수요층을 확보했고 새로운 수요층을 끌어들이는 데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론 한국 자동차 메이커들한테도 영향을 미칠 변화다. 2011년은 수입 차 시장에 대해 할 말이 많은 해다. 포춘코리아가 2011년 수입 차 시장을 결산했다. 신기주 기자 jerry114@hk.co.kr

"2011년은 수입 차 업계로선 따뜻한 한 해였다. 화제의 인물과 화제의 차종과 화제의 브랜드가 만발했다."

BMW코리아의 장성택 이사는
신화적인 인물이다. 대학 문턱에도 가본 적이 없는 그는 자동차 엔지니어링에 관한 한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 국가가 인정하는 기능 한국인이기도 하다. 실력만큼이나 입담도 좋다. BMW코리아의 모든 기술 교육을 전담하고 있다. 수입 차 관계자라면 한 번쯤은 장성택 이사의 기술 강의를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다. 장성택 이사는 모든 기술 엔지니어들의 스승으로 불린다. BMW코리아의 주양예 이사도 수입 차 업계에선 주목받는 인물이다. 요즘 홍보업계의 꽃은 수입 자동차 홍보다. 예전엔 호텔 홍보가 홍보 업계를 대표했었다. VVIP고객들과 집중적으로 접촉할 수 있어서 홍보 전문가들한텐 큰 자산이 됐다. 이젠 한국의 VVIP고객들은 모두 수입 차 시장과 이어져 있다. 수입 자동차 홍보 분야는 지금 활짝 핀 꽃이다. 주양예 이사는 한국 수입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BMW코리아의 홍보를 총괄한다. 꽃 중의 꽃이라 할 만하다. 주양예 이사도 장성택 이사처럼 샐러리맨 신화로 통한다. BMW코리아가 승승장구하면서 주양예 이사도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2011년 한국 수입 차 시장은 8부 능선을 넘었다. 2010년 6.92%였던 시장 점유율은 2011년 9월 기준으로 8.03%를 기록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4.94%까지 떨어졌던 점유율이 2010년에 곧바로 회복되더니 2011년엔 급성장했다. 2011년 1월부터 10월까지 신규 등록한 수입 차 대수는 8만7,928대다. 2010년 같은 기간 7만3,957대에 비해 18.9%나 늘었다. 11월과 12월에 등록할 차량까지 합치면 2011년 신규 등록 대수는 10만 대를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자동차협회는 2011년 수입 차 신규 등록 대수를 10만6,000여 대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2007년 신규 등록 대수는 5만3,000대 남짓이었다. 불과 4년 만에 정확하게 두 배까지 늘어난 셈이다.

이처럼 기적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시장에서 다양한 신화가 생겨나는건 당연하다. 수입 차 업계의 샐러리맨 신화는 BMW코리아에만 있는 게 아니다. 아우디코리아의 이연경 이사는 불과 4년 전에 대리 직급으로 입사했다. 당시 한국 지사장과 단 둘이서 맨손으로 아우디 코리아를 설립했다. 직접 사무실을 임대하고 집기를 채웠다. 아우디코리아는 지난 몇 년 동안 가장 성장한 수입 차 브랜드다. 아우디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아우디코리아는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 가운데 가장 폭발적인 당기순이익 성장세를 보인 기업으로 뽑혔다. 단 두 명이었던 아우디 코리아의 직원 수는 76명으로 늘어났다. 이연경 이사는 얼마 전엔 아우디 A6의 아시아지역 론칭 행사를 한국에 유치해서 화제가 됐다. 한국 수입 차 지사가 글로벌 행사를 유치한 건 처음이었다. 한국 시장이 차만 팔면 그만인 장터에서 아시아 시장으로 통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인정받았단 의미였다. 덕분에 독일 아우디폭스바겐 본사에서도 이연경 이사는 화제의 인물이 됐다.

화제의 인물이 있다면 화제의 차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300이다. 2010년 한국 시장에 상륙한 9세대 뉴 E300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있다. 등판 첫해인 2009년에 1,814대가 팔렸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0년에 6,228대가 팔리면서, 2009년 3,098대를 팔아 1위 자리에 올랐던 BMW의 528i를 밀어내고 끝내 판매왕에 등극했다. 덕분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숙적 BMW코리아를 판매량에서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었다.

E300은 수입 차에 기대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틀림없이 충족시켜주는 차다. 수입자동차협회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수입 차를 선호하게 되는 이유로 대다수 소비자들이 브랜드 파워와 디자인과 안전성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브랜드 파워란 결국 수입 차를 타면 우대받는 사회적 분위기를 뜻한다. 디자인과 안정성은 결국 제품 품질을 의미한다. E300은 벤츠다. 최상급 브랜드 파워를 자랑한다. E300은 성능 면에선 동급 최강이다. V63.5리터 엔진에 7단 변속기가 달렸고 최고 출력은 245마력에 최대 토크는 31.6이다. 안전하기로도 둘째 가라면 서럽다. 충돌 사고가 발생하면 E300이 알아서 안전 벨트를 조여주고 선루프를 닫아주고 에어백을 적당한 세기와 방향으로 터뜨려준다. 연비는 9.2km/L로 배기량에 비하면 합리적인데다가 가격은 엘레강스 모델이 7,000만 원 남짓이다. 2011년에도 E300은 여전히 인기였다. 10월까지 5,960대가 팔렸다. 2010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판매 대수가 늘었다. 2011년에도 라이벌 BMW 528i를 따돌리고 결승선을 먼저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화제의 브랜드는 독일 3사다. 2011년은 독일 차의 해였다. 10월 말 기준으로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와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나란히 판매 순위 1위부터 4위까지를 독식했다. 6위를 차지한 미니까지 합하면 5개 독일브랜드가 상위권을 평정했다. 따지고 보면 모두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와 폭스바겐이라는 독일 자동차 3사가 소유한 브랜드다. 영국 브랜드들이 주름 잡고 있는 하이엔드 럭셔리 시장에서도 판도는 비슷하다. 10월까지 벤틀리는 82대 팔렸다. 롤스로이스는 21대 팔렸다. 마이바흐는 8대 팔렸다. 벤틀리는 폭스바겐, 롤스로이스는 BMW, 마이바흐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소유하고 있다.

이렇게 독일 3총사의 독주 체제가 굳혀진 건 2009년부터다. 2009년 처음으로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으로 이어지는 4강 체제가 등장했다. 독일 차들이 이렇게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게 된 건 독일 브랜드들이 선전한 탓도 있지만 도요타와 혼다 같은 일본 차들의 부진이 더 큰 이유였다. 2005년과 2006년엔 도요타의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가 2년 연속 판매왕을 차지했었다. 혼다 역시 2008년 정상에 올랐다. 2011년 순위에선 렉서스는 7위에 머물렀고 혼다는 10위에 겨우 턱걸이를 했다.

일본 차의 부진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살인적인 엔고로 일본 차의 가격 경쟁력이 훼손된 게 가장 크다. 혼다의 경우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CR-V 이후 주목할 만한 신차를 내놓지 못했다. 렉서스는 미국에서 벌어진 도요타 사태로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2009년까지만 해도 렉서스 ES350은 BMW 528i와 선두 다툼을 벌이던 차종이었다. 2010년 ES350의 판매 순위는 8위까지 곤두박질쳤다. 528i의 판매가 두 배 가까이 증가할 때 ES350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2011년엔 아예 퇴보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10월까지 ES350의 판매량은 1,583대로 2010년의 2,121대에 한참 못 미친다. 전체 수입 차 시장이 전진하고 있는데 렉서스만 후진 기어를 넣고 있는 모양새다. 렉서스는 판매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일부 차종의 가격까지 인하했다. 1억3,430만 원이던 LS460의 가격을 1억1,290만 원으로 낮췄다. 2억 원이 넘어가던 LS600hL의 가격도 1억 원대 후반으로 3,000만 원가량 인하했다. 가격 인하는 기존 고객들한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데다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기 때문에 극약 처방에 속한다. 2011년은 렉서스에겐 바닥이었다.

일본 차들이 다 죽었던 건 아니다. 2011년 수입 차 시장의 다크 호스는 닛산 큐브였다. 지난 10월까지 닛산 큐브는 1,180대가 팔려나갔다. 8월부터 본격 판매됐던 걸 감안하면 상당한 인기다. 닛산큐브는 20대와 30대 소비자들한테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20대 소비자들이 80대의 큐브를 사갔다. 30대는 147대나 구매했다. 메르세데스-벤츠 E300은 20대한테 겨우 4대 팔렸다. 30대는 46대, 40대가 76대, 50대가 68대를 샀다. 그나마 20대 청년층한테 많이 팔리는 편인 미니 쿠퍼도 19대가 팔렸을 뿐이다. 닛산 큐브는 2,000만 원대 초반이란 접근 가능한 가격대를 내세우면서 수입 차 소비층을 20대까지 확대했다. 이제 모든 연령층이 가격과 조건만 맞으면 얼마든지 수입 차를 선택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저변이 넓어졌다는 뜻이다. 기아차가 박스카 레이 출시를 서두르게 된것도 큐브를 통해 잠재 수요층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수입 차들이 국내 자동차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자극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큐브 뿐만 아니라 미니와 골프 같은 소형 수입차들도 2011년 수입차 시장을 주도했다.

이렇게 수입 차의 저변 인식이 확대되면서 차별화된 차종의 수요도 늘어났다. 포르쉐가 대표적이다. 포르쉐는 고성능 자동차지만 일상 생활에선 쓸모가 적다. 그런데도 2011년 포르쉐는 10월까지 1,096대를 팔았다. 포르쉐 연간 판매 대수가 한국에서 1,000대를 넘은 건 2011년이 처음이다. 포르쉐는 2009년엔 402대가 팔렸고 2010년엔 705대가 팔렸다. 2년 만에 두 배가 넘게 팔려나갔단 얘기다. 좀 더 대중적인 포르쉐 파나메라 같은 세단 모델과 카이엔 같은 SUV 모델이 판매를 이끌고 있지만 박스터와 박스터S도 28대나 팔렸고, 911 카레라 GTS도 14대가 판매됐다. 박스터의 가격은 1억570만 원이다.

2011년 들어서 수입 차 브랜드들이 다양한 금융 레버리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가격 장벽이 한층 낮아졌다.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이 좀 더 부담 없이 수입 차들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기업체 리스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11년 1월부터 10월까지 전체 수입 차 판매 가운데 개인 구매 비중은 4만6,291대였고 기업체 리스를 포함한 비즈니스 판매 비중은 4만1,637대였다. 개인 판매 못지않게 비즈니스 판매도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엔 비즈니스 판매 비중이 개인 판매보다 3,000대가량 많다. BMW도 비즈니스 판매 비중이 더 크다. 일반 직장인들보단 사업자 등록증을 갖고 있는 개인 사업자들이나 기업체 CEO들이 기업 명의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회사자산에 해당되는 만큼 비즈니스 판매는 경기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개인 할부 고객 역시 자금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수입 차의 시장 점유율이 2012년이면 9%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규 등록 대수 역시 12만 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2012년 경기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수입 차 시장 점유율이 6%에서 4%대로 급전직하했던 적이 있다. 그만큼 경기에 민감한 시장이란 얘기다. 2011년은 수입 차 업계로선 따뜻한 한 해였다. 화제의 인물과 화제의 차종과 화제의 브랜드가 만발했다. 2011년이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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